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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언론노동조합과 민주언론시민연합은 2022. 1. 20. 구글코리아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였다. 보도자료의 제목은 "가세연 등 혐오·차별 유튜브 채널에 대한 구글의 규제 및 사회적 책임 촉구 기자회견"이다. 위 제목 그대로, 유튜브를 운영하는 구글코리아는 '혐오·차별 및 폭력을 조장하는 유튜브 채널'에 대한 심의를 적극적으로 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대표적인 예시로 가로세로연구소(아래 '가세연'이라 함)를 거론하였다.

위 기자회견으로부터 4일 후, 가세연은 위 기자회견에 참석한 사람들을 피고로 하여 민사소송을 제기하였다. 피고들이 위 기자회견으로 인하여 ① 허위사실을 적시하여 가세연의 명예를 훼손하였고, ② 가세연을 모욕하였으며, ③ 가세연의 업무를 방해하였으므로, 피고들이 모두 공동하여 손해를 배상하라는 것이다. 손해배상 액수는 무려 2억 8천만 원이다.

이런 종류의 사건을 접해본 변호사라면, 원고 가세연의 소장을 받아들자마자, 바로 이런 결론에 이르렀을 것이다. "원고청구 기각" 그리고 내 예상대로 이 사건은 원고 가세연의 청구가 기각되었다.

'전략적 봉쇄소송'이란, "공적 의제에 관한 비판이나 반대 여론을 위축시킬 목적으로 제기하는 소송"으로 정의되고, "원고는 승소판결을 받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에게 법적 대응에 필요한 비용을 지불하게 하고, 두려움과 정신적 고통으로 인해 활동을 단념하게 하는 데 있다"라고 알려져 있다. 주로 우리나라에서는 노동쟁의를 위축시킬 목적으로 이용되었지만, 최근에는 표현의 자유를 압박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지금 이 소송이 정확히 '전략적 봉쇄소송'에 해당했다. 그 근거는 ① 원고 가세연의 청구가 인정될 확률이 희박하였고, ② 만약 원고 가세연의 청구가 인용된다고 하더라도 법원이 통상 인정해주는 판결금에 비하여, 원고 가세연의 청구금액은 너무 과도하였으며, ③ 원고 가세연은 변호사 선임을 할 자력이 충분하였지만, 피고들 각 개인에게는 상당한 부담이 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이 사건에서 법원은 원고 가세연에게 소극적으로 도움을 주었다. 원고 가세연의 청구는 애초부터 매우 높은 확률로 '원고청구 기각'을 예측할 정도의 사건이었으나, 이 사건은 2022. 1. 24. 소장이 제출되었고, 2024. 5. 22. 1심 판결이 선고되어, 1심만 무려 2년 4개월이 소요되었다. 원고 가세연의 청구에 대하여 필자가 피고들의 소송대리인 담당변호사로서 모든 주장을 반박하면, 원고 가세연은 변론기일 직전에 준비서면을 제출하거나 청구의 일부 내용을 변경하는 방식으로, 피고가 어쩔 수 없이 답변을 할 수밖에 없도록 하여, 법원으로 하여금 다음 변론기일을 지정하게 하는 등으로 시간을 끌었다.

물론 재판청구권은 기본권이므로 원고와 피고가 모두 절차적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법원은 원고와 피고에게 모든 절차를 보장해줄 수도 있지만, 이 사건의 청구가 인용될 확률은 애초부터 매우 적었고, 원고 가세연이 위와 같이 재판을 지연시키는 것은 통상적인 판사의 관점에서는 부적절하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므로, 법원은 원고 가세연의 위와 같은 지연행위를 막았어야 했다. 그러므로 법원은 원고 가세연의 전략적 봉쇄소송을 소극적으로 도움을 준 것이다.

이 사건의 피고들은 부당함에 맞설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들이므로 전략적 봉쇄소송으로 인한 원고 가세연의 목적달성은 실패하였다. 그런데 만약 일반시민이 자신의 표현으로 인하여 거액의 소송을 당하면 어떻게 될까? 변호사를 선임하려 알아보다가 상대방의 의도대로 표현을 철회하고 적당히 합의하지 않을까? 이런 사례가 누적되면 결국 국민의 정당한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는 것은 아닐까? 만약 변호사를 선임하였다고 하더라도, 2년이나 지속되는 소송에 지치지 않을까? 2년이 지나 승소했다고 하더라도, 그 다음부터 의사표현을 자제하는 위축효과가 발생하지 않을까? 그리고 판사들은 위 물음들의 가능성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을까?

전략적 봉쇄소송을 입법적인 방식으로 원천적으로 차단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자칫 국민의 기본권인 재판청구권을 침해할 수도 있다. 특히 요건을 정하다보면, 자칫 다른 유형의 소송을 막는 의도하지 않은 효과를 발생시킬 수도 있다. 그러나 재판을 진행하는 판사들은 현재 진행되는 소송의 숨겨진 목적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판사들은 신속하게 재판을 진행하는 등으로, 그 피해를 최소화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사실 전략적 봉쇄소송이 부당하다는 점은 대체적으로 인정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를 어떻게 방지할지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 필자가 소개한 위 사례를 바탕으로, 앞으로 전략적 봉쇄소송에 대한 많은 논의가 이루어지기를 희망한다.
 
 최용문 변호사
 최용문 변호사
ⓒ 최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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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최용문 변호사(민변 미디어언론위원회)입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는 2016년 4월 21일 민변 변호사들의 공익인권변론활동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고자 설립되었습니다. 민변 공익인권변론센터 월간변론 편집팀의 '시선'은 민변 회원들에게 매월 발송되고 있는 '월간변론'에 편집위원들이 기고하는 글입니다. '시선'은 최근 판례와 주요 인권 현안에 대한 편집위원들의 단상을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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