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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사회, 건강한 여름을 나는 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6070 시니어 시민기자들이 알아봤습니다.[편집자말]
예년과 다르게 땡볕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연일 30도를 오르내리는 기온 탓에 불쾌지수도 높아지고, 자칫하면 생활 리듬도 깨지기 쉽다. 입맛마저 떨어지는데, 여기서 끼니까지 대충 부실하게 때우다 보면 체력 유지가 힘들어져 건강을 위협받을 수도 있다.

무더위를 어떻게 잘 넘기느냐 하는 것은 남녀노소 무관하게 모두의 여름철 일상에 중요한 문제다. 그래서 한여름 무더위에는 각급 학교도 정규수업을 멈추고 여름방학을 실시하며, 일반 직장인들이나 자영업자들도 하던 일을 잠시 중단하고 휴가를 간다. 무더위를 피하고 머리도 식히면서 재충전하는, 여유로운 시간을 가지는 것이다.

6070, 시니어들의 여름 나기는 더욱 중요하다. 나이가 들수록 무더운 날씨에 체력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질병에 취약해져 건강이 급격히 나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 6월 10일, 올여름 첫 폭염주의보가 대구와 울산 서부 등 영남권에 내려졌다고 한다. 일최고체감온도 33도 이상이 이틀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내리는 이 폭염주의보는 작년보다도 1주일 빠른 것이라고. 벌써부터 이러니 본격적으로 7~8월 한여름이 시작되면 어떻게 폭염을 이겨낼지 걱정이 앞선다.

올여름 피서를 어디서 어떻게 할지 현명하게 생각해야 건강히 여름을 날 수 있을 것이다. 나와 같은 은퇴자들은 각자의 사정에 따라 재취업을 하거나 아니면 취미생활을 비롯한 자기 나름의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다.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이야 휴가 기간이 정해져 있지만, 개인 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딱히 휴가 기간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책과 함께하는 도서관에서의 '북캉스'
 
지하철역 내의 작은 도서관 모습(위), 우리 지역 공공 도서관의 종합자료실 모습(아래)
 지하철역 내의 작은 도서관 모습(위), 우리 지역 공공 도서관의 종합자료실 모습(아래)
ⓒ 곽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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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경우이든 불더위는 피하고 볼 일이다. 더위를 피해서 시원하게 마음의 양식까지 쌓으며 지적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휴가지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우리 주변의 멀지 않은 곳에 그런 휴가지가 있다. 흔히 말하는 '북캉스'가 그것. 북캉스를 즐기는 시니어들은 의외로 도서관을 많이 찾고 있다. 

내가 사는 집 가까이에도 작은 도서관이 두 곳, 행정복지센터와 지하철역 내에 작은 도서관이 있어서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지하철 역내의 작은 도서관에는 무더위를 피해 독서 삼매경에 빠져 있는 시니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멀지 않은 거리에 대형 공공 도서관도 두 곳이 있어서 책과 함께하는 여름휴가가 얼마든지 가능하다. 우리 지역 대표 도서관의 종합자료실과 열람실에는 도서를 탐독하는 시니어들이 평소에도 적지 않지만, 요즘 무더위에는 더 많이 보이는 것 같다.

나도 최근에 책을 대출하러 도서관에 간 적이 있는데 많은 시니어들이 자유롭게 이용하고 있었다. 도서관은 학생들이나 젊은 층만 공부하는 곳이 아니라 노년층도 즐겨 찾는 문화 공간이다. 독서 이외에도 다양한 문화 행사가 많이 열리고 있어 시니어들에게도 인기 있는 장소다. 

우리 지역의 도서관은 이미 '2024년 북캉스, 도서관으로 떠나는 여름휴가' 주요 행사와 일정이 공지되어 지역 주민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북콘서트, 시립 예술단 합창단 초청 공연, 인권 특강, 다문화 인문특강' 등 다채로운 행사가 열린다.

시원하고 쾌적한 독서 환경에다 지적 즐거움을 위한 편의 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어 최상의 여름 휴가지로 손색이 없을 듯하다. 휴가를 맞아 마음의 양식을 좀 쌓아 보겠다는 생각이라면, 멀리 갈 것 없이 집 근처 가까운 도서관 프로그램을 확인해보자. 그렇게 올여름 '북캉스'를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농작물과 함께하는 농장에서의 '농캉스'
 
필자의 텃밭 농장 뒤 나무가 우거진 모습이다.
 필자의 텃밭 농장 뒤 나무가 우거진 모습이다.
ⓒ 곽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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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무더위를 피해 농장으로 모여드는 시니어 가족들도 있다. 내가 가는 부산 근교의 텃밭 농장 뒤에는 60대 중반 부부가 300여 평쯤 되는 제법 큰 규모의 농장을 가꾼다.

농장 왼편으로는 물이 흐르는 개울이 있고 시원한 나무 그늘이 있어 요즘같이 무더운 주말이면 아침부터 농장 부부의 가족들이 속속 모여든다. 부부 중 아내 분의 형제들이 더위를 피해서 농장을 찾는 것이다. 거동이 다소 불편해 보이는 고령의 부친도 모시고 온다. 부친이 농장 나들이를 좋아해서 모시고 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기온이 좀 낮은 오전에는 농장에서 형제들이 이야기꽃, 웃음꽃을 피우며 일손을 거든다. 기온이 오르는 한낮에는 개울에서 손발을 적시고 나무 그늘과 차양막 그늘 아래에 자리를 잡고 준비해 온 음식을 나누어 먹는다.

농장에서 가꾼 상추, 깻잎 같은 싱싱한 쌈 채소로 마련한 밥상이 푸짐하다며 서로 흐뭇한 마음을 숨기지 않는다. 농장에서 더위를 피하면서 부모 형제간의 정을 나누는 행복한 모습이 보기 좋았다. 올여름 뒷집 농장에서는 '농캉스'로 행복한 여름 나기가 이루어질 듯하다. 

주변 농장들 사례를 살펴보니, 형제들 간의 모임은 주로 아내 쪽 형제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아무래도 시가보다는 친정 중심의 만남이 편하고 자연스러워, 아내 분들의 의견에 많이 따르는 것 같았다. 농장에서 농작물을 돌보고 와중에 형제간의 우애를 다지면서 자연과 함께하는 '농캉스'도 괜찮은 피서법이 아닌가 싶다.

만약 가족이나 친척 중에 농장이 없더라도, 농촌 지역 지자체에서 안내하는 농촌 마을과 들녘, 자연 휴양림 등을 찾아보면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이 가능하다. 농촌의 정취를 느끼며 잠시나마 일상을 내려놓고 더위를 쫓아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고향마을 바다와 함께하는 '어캉스'
 
고향마을 앞의 바다 풍경(위), 친구가 사는 고향마을의 풍경(아래)
 고향마을 앞의 바다 풍경(위), 친구가 사는 고향마을의 풍경(아래)
ⓒ 곽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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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름휴가철에 주로 고향을 많이 찾는 편이다. 고향마을 앞은 바다이고 작은 선착장과 바닷가 자갈밭이 있다. 자갈밭을 지나면 암석 바닷가가 나온다.

어릴 때는 선착장 해변에서 수영도 하고 모래찜질도 하면서 놀았다. 썰물 때 갯벌과 암석이 드러나면 손으로 갯벌을 파헤쳐 개불도 잡고, 바닷물이 고여있는 암석 틈 사이를 손으로 더듬어 해삼도 잡았다. 대나무로 낚싯대를 만들어 바닷가 갯바위 위에서 낚시도 즐겼다. 지금은 마을 앞바다 풍경도 많이 변했지만, 어릴 적 추억이 서려 있는 고향마을 바닷가를 어른이 되어서도 자주 찾았다. 

올여름휴가철에도 죽마고우들 모임을 고향에 살고 있는 친구의 집에서 하려고 한다. 동네 형님에게 낚싯배를 빌려 바다낚시도 하고, 밤에는 바닷가 선착장 방파제에서 밤낚시도 즐겨 볼 생각이다. 저녁에는 친구의 집 마당에 평상을 펴고 둘러앉아 우리가 잡은 고기로 회를 뜨고, 매운탕을 끓여서 친구들과 소주 한잔 나누고 싶다.

소꿉동무들과 어린 시절 추억담으로 회포를 푼다면 한여름 밤 무더위도 저만큼 물러서지 않을까. 고향마을 바다와 함께하는 '촌캉스, 어캉스'로 멋스러운 여름 나기가 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혹 고향이 바다 근처가 아니더라도 바다와 함께하고 싶다면, 바다와 접해 있는 지자체의 정보를 잘 활용하면 된다. 요즘 지자체마다 사이트 등에 홍보가 잘 되어 있다. 나의 고향인 경남 남해군에서도 '2024 남해군 한달살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실제로 이를 통해 외지인들이 많이들 찾아와서 즐긴다.

푹푹 찌는 무더위를 피하는 방법은 각자의 사정이나 생각에 따라 다를 것이다. 책 읽기를 좋아하고 문화 공간을 즐기려면 도서관에서의 북캉스가 어떤가. 농장의 일손을 돕고 농작물의 풍성함을 즐기려면 농캉스도 괜찮지 않은가. 추억 어린 농어촌의 풍경과 함께하고 싶다면 촌캉스와 어캉스도 좋지 않은가.

어느 것이든 좋다. 무엇이 되었든 올여름 피서를 하면서 뭔가 의미 있는 여름 나기가 되었으면 한다. 지혜롭게 여름을 잘 난다면 우리의 몸과 마음도 한층 건강해지고 재충전되리라 믿는다.

덧붙이는 글 | 기사는 향후 개인 블로그에도 실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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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여름휴가, #시니어휴가, #북캉스, #농캉스, #어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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