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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트볼, 친숙한 듯 낯선 스포츠입니다. 충북 옥천 읍면 곳곳에 스며든 게이트볼의 매력을 소개합니다. 더 많은 기사는 <월간 옥이네> 6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편집자말]
게이트볼 1급 심판 최선호씨.
 게이트볼 1급 심판 최선호씨.
ⓒ 월간 옥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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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군노인복지관 게이트볼클럽(아래 복지관클럽)은 대회를 대비해 일주일에 한두 번 정식 대회처럼 경기를 진행하는데, 그럴 때마다 최신호씨는 심판으로서 경기장 위에 선다. 경기의 원활한 진행에 빠질 수 없는 심판으로서 경험한 게이트볼 이야기를 들어봤다.

무료함을 달래려 시작한 게이트볼

충북 옥천군 이원면 원동리에서 5분 거리인 영동군 심천면 장동리에서 40년 가까이 사과 농사를 짓던 최신호씨가 옥천과 연을 맺은 건 10년 전이다. 당시 그의 아내는 허리 수술로 병원에 입원해 있었고 그는 "이제 농사는 힘들겠다"라는 생각에 미래를 고민하고 있었다.

"병원비 인출하러 은행에 갔는데 거기 근무하는 친구가 '옥천에서 부동산 임대 사업을 해보면 어떻겠냐'고 하더라고요. 마침 잘 됐다 싶어 그 참에 옥천으로 이주하게 됐죠. 이주 첫 해는 자리 잡느냐고 바쁘게 지냈는데, 안정화되고 나니까 너무 심심한 거예요."

새벽에 일어나 부지런히 일하는 농부로 40년을 산 그에게 주어진 넉넉한 시간은 무료하기 짝이 없었다. 붕 뜬 시간 속에서 몸부림치던 그를 찾아온 친구가 툭 내 던진 한마디. '심심하면 복지관에 한번 가봐라.'

"그때 복지관에 와서 게이트볼 치는 걸 봤는데, 저랑 잘 맞을 거 같았어요. 바로 복지관 회원등록 하고 다니기 시작했죠. 그런데 좀 하니까 장비가 마음에 안 들어 '풀세트'로 장비를 샀죠. 스틱(채) 2개에 몇 가지 사니까 100만 원이 나오더라고요. 그때부터 매일매일 하다 보니 벌써 8년이 지났네요. 지금은 장비가 늘어 스틱이 7개나 돼요(웃음)."
 

선수인가, 심판인가?
 
게이트볼 1급 심판 최선호씨.
 게이트볼 1급 심판 최선호씨.
ⓒ 월간 옥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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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관클럽은 3급 심판 시험 자격을 갖추는, 만 1년이 지난 회원들에게 3급 심판 자격증을 따도록 권유하고 있다. 아무래도 정확한 규칙을 알아야 "더 즐겁고 알차게 공을 치지 않겠냐는 생각"에서다

"게이트볼은 우리 팀과 상대 팀 공 위치를 보고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는 운동이에요. 모든 공의 위치와 순서를 파악하고 우리 공을 어디로 보낼지 정하는 걸 '작전'이라고 하는데, 규칙을 알아야 작전을 내리는 사람도, 수행하는 사람도 원활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어요. 그런 의미에서 3급 심판 자격은 될 수 있으면 따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계속 칠 게이트볼이고, 더 잘 알아야겠다"는 생각에 최신호씨는 2017년에 3급 심판 자격증을, 2019년엔 2급, 2023년에 1급 심판 자격증까지 취득하기에 이른다. 현재 옥천군게이트볼 협회 소속 1급 심판 자격증을 소지한 인원은 "5명, 1, 2, 3급을 다하면 40명 정도로 많을 땐 60명 가까이 됐을 거"란다. 동호회원 수에 비해 심판이 많아 보이는데, 거기엔 다 이유가 있다.

"심판 자격증 소지자 대부분이 선수 활동을 병행하고 있어서 전체적으로 봤을 땐 심판 수가 부족해요. 자격증 소지자분들이 연세가 있으셔서 활동 못 하시는 분이 점점 많아지는 추세이기도 하고요. 대회를 나갈 땐 참가하는 팀에서 심판을 꼭 대동하도록 하고 있을 정도니 옥천만의 문제는 아니죠.

옥천은 다른 지자체보다 동호회원 수 대비 심판 수가 많은 편인데도 불구하고 군내대회에선 3심제(전국대회 기준)가 아닌 2심제를 운영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심판으로 나가는 것보단 선수로 나가는 게 재미있기도 하고요. 저도 1급 자격을 따곤 줄곧 선수로 활동하고 있어 심판으로 활동하는 횟수가 적어졌어요(웃음)."
 

손짓하랴 공 쫓아가랴
 
게이트볼 1급 심판 최선호씨.
 게이트볼 1급 심판 최선호씨.
ⓒ 월간 옥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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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트볼 자격증 시험에선 이론, 실기, 체력을 본다. 상대적으로 평온해보이는 게이트볼 경기에 '체력' 시험이라니, 어딘지 낯설지만 "경기장 한 바퀴 가볍게 뛸 정도"의 체력은 확인한다고.

"사실 게이트볼 경기장에서 제일 바쁜 게 심판이에요. 판정을 봐야 하니까 계속 뛰어다녀야 하죠. 선수보다 보통 7~8배는 더 움직여요. 그런 상황에서 신속, 정확하게 판정을 내려야 원활하게 경기를 진행할 수 있기에 정신 바짝 차리고 있어야 합니다. 또 심판은 몸동작이 중요해요. 상황에 따라 사용하는 12개 몸동작이 있는데, 정확하게 표시해 줘야 경기 중인 팀들이 믿고 경기를 진행할 수 있겠죠. 공 쫓아다니랴, 판정내리며 손짓하랴 바쁘죠."

모든 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게이트볼
 
게이트볼 1급 심판 최선호씨.
 게이트볼 1급 심판 최선호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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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 등급을 올리려면 도대회, 전국대회 정도 되는 규모의 대회 심판 경험이 필요하다. 최신호씨도 지난해까지 여러 대회에서 심판으로 경력을 쌓았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대회는 누가 뭐라 해도 할아버지, 할머니, 아들, 딸, 손자가 한 팀을 이루는, 2022년 전북 익산시에서 열린 '3세대 게이트볼대회'다.

"재작년에 심판으로 참여한 '3세대 게이트볼대회'에 6살짜리 아이가 출전했었어요. 자기 키보다 큰 스틱을 들고 공을 치는데 얼마나 귀여웠는지 몰라요. 다른 경기 심판 보면서도 그 아이가 치는 걸 본다고 제 경기 놓칠 뻔해서 큰일 날 뻔했죠(웃음)."

그 외에도 두 쌍의 부부가 한 팀이 되는 '부부게이트볼대회', 학생이라면 나이 불문하고 맞붙게 되는 '학생게이트볼대회' 같은 다양한 연령대가 모이는 전국 대회가 기억에 남는다. 노인이 주를 이루는 옥천게이트볼이다 보니, 평상시 접하기 힘든 젊은 '청춘'이 보여주는 의젓함에서 배울 점이 많다고.

"학생대회에선 대학생이랑 초등학생들이랑 붙기도 해요. 어린이들은 지면 분해서 울기도 하는데 그 모습도 너무 사랑스럽죠. 젊은 사람들이 게이트볼하는 걸 보면 배울 점이 많아요. 작전도 어른들보다 훨씬 잘 짜고, 실수하더라도 '괜찮아 다음에 잘하면 돼!'라고 다독여요. 어른들은 실수하면 대번 '그것도 못 치냐'고 하시거든요(웃음)."
 
게이트볼 1급 심판 최선호씨.
 게이트볼 1급 심판 최선호씨.
ⓒ 월간 옥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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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세대가 참여하는 게이트볼 대회를 보며 느낀 점은 비단 경기 내적으로만 있는 게 아니다. 무엇보다 게이트볼은 '노인만 하는 스포츠'란 인식이 안타깝다. 그가 생각하는 게이트볼은 "모든 연령층이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함께 즐길 수 있는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게이트볼이 '노인들만 하는 경기, 우리하고는 관계없는 거'라고 인식되고 있어 안타까워요. 6살 아이도 어른과 같이 경기할 수 있는 스포츠가 어디 있겠어요? 저는 이런 점이 게이트볼의 매력이라고 봐요. 최근 고령화가 진행되며 70세를 넘어 80세에도 경제활동을 하는 분들이 있는데, 게이트볼장을 지금처럼 낮에만 여는 게 아닌 야간에도 열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더 다양한 연령층이 게이트볼을 찾지 않겠어요?"


월간 옥이네 통권 84호(2024년 6월호)
글‧사진 임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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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게이트볼, #옥천, #심판, #월간옥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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