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비늘 터널에 고추가 자라고 있는데 무척이나 목말라 하는 모습입니다.
▲ 비늘터널 고추 비늘 터널에 고추가 자라고 있는데 무척이나 목말라 하는 모습입니다.
ⓒ 권성권

관련사진보기

 
곧 제주도를 시작으로 2024년 첫 장마가 시작된다고 한다. 내가 돌보고 있는 예배당 옆 텃밭에서 자라는 식물들도 대비할 게 많다. 무엇보다도 고추 지주대 사이로 묶은 줄을 예전보다 더 높이 올려줘야 한다. 장마나 태풍에도 끄떡없이 버티려면 그렇게 해야 한다.
  
꺾꽂이로 심은 토마토가 아직은 목숨이 간당간당해요. 장맛비를 갈망하고 있어요.
▲ 토마토 가지를 꺾어 심은 토마토 삽목 꺾꽂이로 심은 토마토가 아직은 목숨이 간당간당해요. 장맛비를 갈망하고 있어요.
ⓒ 권성권

관련사진보기

 
그것은 토마토도 마찬가지다. 한 비늘 터널 안에 고추와 토마토를 나란히 키우고 있는데 고추 묶은 줄을 올려주는 것만큼 토마토 줄도 그래야 한다.

내가 아직 서툴러서 그런지 토마토 묶은 줄을 올리기가 쉽지 않다. 더욱이 토마토는, 고추보다 훨씬 많은 가지에 더 많이 뻗어 올라가고 있어서 애를 더 써야 한다.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는 말이 토마토에 어울릴 것 같다.
  
기름짜는 참깨 모습인데 한 구멍에 두 세 개씩 자라고 있는 녀석들을 장맛비에 맞춰 분리할 계획입니다.
▲ 참깨 기름짜는 참깨 모습인데 한 구멍에 두 세 개씩 자라고 있는 녀석들을 장맛비에 맞춰 분리할 계획입니다.
ⓒ 권성권

관련사진보기

 
물론 장마가 시작되기 전에 녀석들에게 거름도 뿌려줄 생각이다. 외부의 줄로 버티게 하는 것도 좋겠지만 내부의 힘으로 버티는 것을 돕고 싶어서다.

교회 예배당 옆 닭장에 키우고 있는 닭의 똥을 거름으로 만들고 있는데, 그것을 뿌려주면 녀석들에게 좋은 영양소가 되지 않을까 싶다.
  
고구마도 순을 꺾어서 심은 것인데 아직까지 잘 살아 있어요. 녀석들도 6월 첫 장맛비를 무척이나 기다리는 눈치에요.
▲ 고구마 고구마도 순을 꺾어서 심은 것인데 아직까지 잘 살아 있어요. 녀석들도 6월 첫 장맛비를 무척이나 기다리는 눈치에요.
ⓒ 권성권

관련사진보기

 
장마가 시작되면 그만큼 대비해야 할 것도 많지만 오히려 장마를 더 좋아할 식물들도 많을 것 같다. 지금 내가 텃밭에 주로 키우고 있는 참깨와 고구마가 그렇다. 녀석들은 비를 학수고대하는 눈치다.

그중 참깨는 비가 내리면 한 구멍에 두세 개씩 자라고 있는 것들을 하나만 놔두고 분리할 생각이다. 자기 몫으로 주어진 땅의 영양분을 그래야 듬뿍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텃밭 옆에 작게 여럿이 심은 오이랑 가지랑 참외랑 고추예요. 녀석들도 무척이나 목말라하는 모습이죠.
▲ 오이가지참외 텃밭 옆에 작게 여럿이 심은 오이랑 가지랑 참외랑 고추예요. 녀석들도 무척이나 목말라하는 모습이죠.
ⓒ 권성권

관련사진보기

 
장맛비를 기다리고 있는 녀석들은 또 있다. 꺾꽂이로 심은 토마토가 그렇다. 종종 내가 돌보는 텃밭을 구경하러 오는 동네 할머니들이 그런 훈수를 뒀다. 토마토는 꺾꽂이로 심어도 잘 산다고. 그 말에 반신반의하면서 심었는데 지금껏 죽지 않고 살아 있다. 그 녀석들도 장맛비를 무척이나 기다리고 있는 눈치다.
  
마와 작두콩 사진, 왼쪽의 것이 마이고 오른쪽 것이 작두콩입니다. 지금의 모습으로는 쉽게 분별이 되지 않는 것 같지만 나중에 꽃이 필 때쯤이면 확실하게 구별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 마와 작두콩 마와 작두콩 사진, 왼쪽의 것이 마이고 오른쪽 것이 작두콩입니다. 지금의 모습으로는 쉽게 분별이 되지 않는 것 같지만 나중에 꽃이 필 때쯤이면 확실하게 구별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 권성권

관련사진보기

 
그 밖에 작두콩과 마와 더덕과 백하수오와 천문동도 그렇다. 작두콩은 씨앗이 발아하는 게 늦는데 줄기가 올라오는 것도 더디다. 그것은 작두콩과 생김새가 비슷한 마도 그렇다. 둘이 식별하기가 지금으로서는 쉽지 않다.

더덕은 동네 할머니가 준 모종을 작년에 두 개 심었는데 둘 다 죽지 않고 살아 있다. 백하수오와 천문동은 아는 형님이 줬는데 녀석들도 목숨이 아직 간당간당하다.
  
참깨가 이렇게 한 구멍에 두 세개씩 자라고 있어요. 장맛비가 오면 하나만 놔두고 다 분리해서 다른 곳에 심을 생각입니다. 그래야 제 분깃의 땅속 영양분을 맘껏 공급받고 자랄 수 있겠죠?
▲ 참깨 참깨가 이렇게 한 구멍에 두 세개씩 자라고 있어요. 장맛비가 오면 하나만 놔두고 다 분리해서 다른 곳에 심을 생각입니다. 그래야 제 분깃의 땅속 영양분을 맘껏 공급받고 자랄 수 있겠죠?
ⓒ 권성권

관련사진보기

 
장마가 온다고 해서 어제는 뜨거운 뙤약볕 아래 콘크리트의 금이 간 부분에 퍼티(putty, 건축 재료의 일종)를 발랐다. 작년 장마와 홍수 때 예배당 건물 지하에 물이 차올랐는데, 그걸 미리 대비코자 함이었다. 거기에 맞춰 오늘은 새벽기도회가 끝나자마자 텃밭에 나가 장마를 대비할 게 무엇인지 살펴본 것이다.
  
천문동 모습, 이 친구는 기침 가래 천식에도 그리고 폐결핵 후유증에도 좋다고 하죠. 녀석들을 잘 번식시켜봐야 할 텐데, 지금은 장맛비를 무척이나 기다리는 녀석의 모습입니다.
▲ 천문동 천문동 모습, 이 친구는 기침 가래 천식에도 그리고 폐결핵 후유증에도 좋다고 하죠. 녀석들을 잘 번식시켜봐야 할 텐데, 지금은 장맛비를 무척이나 기다리는 녀석의 모습입니다.
ⓒ 권성권

관련사진보기

 
이제 차근차근 하나씩 하나씩 준비하면 될 것 같다. 뭐든 호미로 잘 막아두면 가래로 막을 일도 생기지 않을 수 있으니 말이다. 텃밭의 장마를 대비하는데서부터 인생의 장마 대비도 배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태그:#비늘터널고추, #비늘터널도마토, #꺾꽂이한토마토살리기, #장맛비를기다리는고구마, #장맛비가오면깨를분리할생각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명확한 기억력보다 흐릿한 잉크가 오래 남는 법이죠. 일상에 살아가는 이야기를 남기려고 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에요.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샬롬.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