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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덕도 신공항 반대투쟁을 하는 이들이 천막농성장을 찾았다
▲ 금강에서 만난 가덕도 사람들 가덕도 신공항 반대투쟁을 하는 이들이 천막농성장을 찾았다
ⓒ 대전충남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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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주말까지 갈거니까 그 때까지 있어라~"

김현욱 가덕도신공항백지화시민행동 집행위원장이 지난 10일 전화해 대뜸 한 말이다. 세종시가 발급한 2차 계고장에 적힌 시한이 다가오고 있어서 천막이 강제철거될 수도 있다는 소식을 들었는지, 자기가 갈 때까지 버티라고 응원하듯 말했는데 오늘(15일) 찾아왔다. 부산에서 세종까지 다섯시간을 운전해 왔다는 그는 가덕도 농성장보다 여기가 더 좋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마침 이날 부산에서 천막농성장을 찾은 다른 지인들과도 처음으로 만났다. 자연스레 서로 연락처를 주고받으며 반가워했다. 가덕도의 현실을 전혀 몰랐다는 이들은 부산 가덕도의 싸움의 현장에도 가겠다고 약속했다. 세종보 천막농성장이 소중한 인연들을 이어주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행복한 일이다.
 
많은 이들이 천막농성장을 찾아줘 50번의 밤을 보낼 수 있었다
▲ 천막농성장의 밤 많은 이들이 천막농성장을 찾아줘 50번의 밤을 보낼 수 있었다
ⓒ 대전충남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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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변으로 가서 오리 가족들이 물위를 산책하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물수제비를 떴다. 납작하고 작은 돌은 거세게 흐르는 강물 위를 몇 번 튀긴 뒤 물속으로 들어갔다.

어디 가덕도뿐인가. 얼마 전엔 30년 넘게 설악산 케이블카 반대운동을 벌이는 박그림 녹색연합 공동대표님이 텐트에서 하루 밤을 잤다. 새만금의 수라갯벌을 살리려고 30년 동안 토건세력과 싸우고 있는 활동가들도 자주 이곳을 찾는다. 윤석열 정부가 세우려는 '핵공화국'을 막으려고 싸우던 활동가도 경주에서 달려왔다. 낙동강 지킴이들은 수시로 다녀간다. 세종보 농성장을 연대와 만남의 장으로 만들고 있는 모든 이들이 고맙다.       

가덕도와 금강이 만나다… "가덕도 신공항은 백지화 되어야"
 
가덕도 신공항 반대투쟁 이야기 중
▲ 라이브방송 중 김현욱 위원장 가덕도 신공항 반대투쟁 이야기 중
ⓒ 김병기의 환경새뜸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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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달려온 이들의 절막한 목소리를 한 사람에게라도 더 알려야겠다는 생각으로 '슬기로운 천막생활'(김병기의 환경새뜸) 생중계를 하자고 김 위원장에게 즉석에서 제안했다. 처음에는 다소 머뭇거리더니, 생중계가 시작되자 김 위원장은 일사천리로 말을 이어갔다. 

우선 김 위원장은 "가덕도 신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를 고작 3개월만에 끝냈다"며 "부실조사에 끼워맞추기 식"이라고 지적했다. 국토부는 2023년 8월, 가덕도신공항 건설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졸속적으로 통과시켰다. 입지타당성이 핵심인 전략환경영향평가를 단 3개월만에 부실조사하고 분석해 단일 확정안을 설정하는 등 법률의 취지를 위배하고 끼워맞췄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또 "가덕도 신공항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마치지도 않았는데 사업을 발주하고 2024년 12월에 착공한다"면서 "기본계획도 제대로 수립되지 않았는데 공사부터 들어간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라고 혀를 찼다.

12월이면 이제 6개월이 남았다. 최근 국토교통부는 신공항 부지 조성을 위해 설계와 시공을 일괄 발주하는 턴키방식으로 입찰을 부쳤지만 단 한 곳도 응모하지 않았다. 사업비만 10.5조에 달하는 데도 건설사들이 관심을 갖지 않은 것이다.   
 
감사원 앞에서 가덕도 신공항 졸속추진에 대한 감사를 촉구하는 일인시위가 진행 중이다
▲ 감사원 앞 일인시위 감사원 앞에서 가덕도 신공항 졸속추진에 대한 감사를 촉구하는 일인시위가 진행 중이다
ⓒ 가덕도신공항반대시민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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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는 같은 조건으로 24일까지 다시 입찰에 부쳤지만 전망이 좋지는 않다. 기업들도 '굳이 뛰어들고 싶지 않은 사업'으로 평가한 것이다. 처음 기본계획을 세울 당시 2035년 개항을 목표로 했지만 부산 엑스포를 핑계로 5년 이상 공기를 앞당겼는데 이 기간 내에 부지 조성이 불가능하고 실패할 확률도 있다는 것이다.

가덕도 바다엔 멸종위기종인 상괭이와 수달이 서식하고 있다. 태평양 전쟁 시기 패망을 앞둔 일제가 조선인을 동원해 설치한 방공용 인공동굴과 포진지 등 문화재도 산재해 있지만 이곳을 어떻게 보전할 것인지는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김 위원장은 "근거도, 논리도 없이 그냥 해야하니까 하는 사업이 가덕도 신공항 건설사업"이라며 "백지화 해야한다"고 일갈했다.

가덕도신공항백지화시민행동은 국토부를 감사청구 하고 부산시에 행정심판을 청구한 상황이다. 또 부산시청 앞에서 100여일을 농성하며 시민들에게 가덕도 신공항 사업이 얼마나 졸속으로 진행되고 있고 지역 생태계를 파괴하는 일인지를 매일 알리고 있다.

끈질긴 이들이 이긴다… 우리의 투쟁은 끝나지 않는다
 
부산시청 앞에서 매일 농성하며 시민들을 만나고 있다
▲ 가덕도 신공항 건설반대 농성 부산시청 앞에서 매일 농성하며 시민들을 만나고 있다
ⓒ 가덕도신공항반대시민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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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이래해서 소용있을까, 계속 해야할까?" 

서로의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한숨처럼 나온 질문이었다. 서로에게 묻는 질문이기도 했다. 그래도 대답했다.

"해야지, 버텨야지. 우리가 해야지 누가 해요."

지난 금요일 가덕도 농성장에 80세를 눈앞에 둔 노 학자가 나타났단다. 부산 도시의 특성상 농성장을 찾은 어른들이 '빨갱이냐'부터 시작해 '돈 받고 하는거지'까지 온갖 욕을 듣는데 이 분은 오히려 '조금만 더 버티세요'하고 말했단다. 지질학을 연구하셨다는 그는 최근 부안의 지진 이야기를 하면서 가덕도에 공항을 세우긴 어렵게 되진 않겠냐는 말을 했다고 한다. 많은 위로를 받았다고 했다.

세종보 농성천막도 내일이면 50일째다. 세종시는 철거하겠다고 계속 협박하고 환경부는 나몰라라하면서 우리의 요구에 귀를 닫고 있지만 이렇게 버틸 수 있는 건 많은 사람들이 함께하기 때문이다. 세종보로 직접 달려오는 분들도 많지만, 가덕도, 새만금, 설악산에서 윤석열 정부를 등에 업은 토건족에 맞선 환경운동가들은 각기 다른 공간에서 함께 버티고 있는 것이다.

김 위원장과 함께 이야기를 하다보니, 작년 3월, 대전에서 열린 '생태학살에 맞서싸우는 이들의 성토대회'가 떠올랐다. 가덕도 신공항, 설악산 케이블카, 지리산 산악열차, 4대강 낙동강 현장에서 싸우는 활동가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에 김현욱 집행위원장도 함께 했었다.

당시 가덕도에 사는 야생동물의 이름을 알려달라고 하자 김 위원장은 "천연기념물, 멸종위기종이 아닌 모든 생명도 귀하다"면서 100년의 동백군락지와 참새, 박새와 직박구리 등을 호명하면서 끝내 울음을 터트렸고, 성토장은 눈물바다가 됐었다. 김 위원장은 세종보에 와서도 거세게 흐르는 금강 앞에서 그 이름을 하나씩 호명했다.

"동백아~
상괭이야~
참새야~
박새야~
직박구리야~"

태그:#금강, #낙동강, #가덕도, #영산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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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가, 글쓰는 사람. 남편 포함 아들 셋 키우느라 목소리가 매우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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