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 946만 명 중 98만4000명이 치매환자로 추정(보건복지부 중앙치매센터)된다. 이는 노년층 10명 당 1명 꼴이다. 2025년도에는 인구 5명 중 1명이 노인이 되는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이라 비상이 걸렸다. 경제적 비용도 많이 들지만 가족 중에 치매 환자가 있을 경우 치매가 없는 가족보다 우울증상이 1.7배 이상 높으며,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비율도 7배나 차이가 나는 등 사회적 비용도 많이 든다. 저출생 고령화 사회에서 치매는 시급히 치료해야 할 질병이다.

부여군은 2021년부터 '경미(경도)한 인지 저하(Mild Cognitive Impairment, MCI)'가 있는 노인을 대상으로 예방치료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경미한 인지 저하'는 최근 몇 주 동안에 있었던 일들 중 중요한 것은 기억하지만 사소한 것은 잊어버려 실마리를 제공해야만 기억을 찾아 일상생활을 수행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부여군은 사업 방향을 선정하면서 우리나라 공공복지정책의 한계점도 극복하고자 했다.

사회적 성과에 관계없이 집행하는 예산, 집행과정에서 문제가 발생에도 늦은 대응으로 사회적 비용 증가, 민을 배제한 기관 중심 추진 사업 등을 해소할 수 있는 대안으로 '사회 성과 보상 제도(아래 보상제도)'를 선택한 것이다.

보상제도는 문재인 정부 때 도입했는데 정부의 부족한 재원을 명분으로 민간 자본을 공적 영역에 참여시키는 '사회 성과 연계 채권(SIB:Social Impact Bond)' 제도로, 자본의 투자 목적이 단순 수익이 아닌 공익과 수익을 동시에 충족시키고, 투자된 금액은 사회 문제를 해결해 공공성을 강화한다는 명분으로 금융자본이 새로운 투자처로 제시했다.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공공 영역인 교도소를 시발점으로 사회, 환경, 복지 등으로 확대 되고 있다.

보상제도는 공공기관은 공적 서비스의 필요한 사업을 발굴하고, 운영기관은 민간 투자자를 모아 자금을 조달해 공공기관과 협약을 체결한다. 공공기관은 수행할 사업의 평가를 위해 대학이나 연구소 등의 평가 전문기관을 선정하고, 운영기관은 수행기관을 선정해 사업을 집행하게 되는데 행정안전부가 2017년 10월에 보상제도 설명회와 함께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사업구상(idea) 경진대회를 열어 장려했다.
부여군이 2021년부터 7월부터 '경미한 인지 장애' 예방사업을 추진한 '사회 성과 보상 제도' 추진 체계
▲ 부여군 사회 성과 보상 제도를 통한 사업 추진 체계 부여군이 2021년부터 7월부터 '경미한 인지 장애' 예방사업을 추진한 '사회 성과 보상 제도' 추진 체계
ⓒ 부여군청

관련사진보기

              
부여군은 보상제도에 적절한 사업을 도출하기 위해 2018년 12개 부서, 50여 명의 공무원이 모여 보건과 복지·환경 분야를 대상으로 논의했고, 행정안전부의 보상제도 사업 경진대회에서 2018년에 사업 구상(idea) 부분 3000만 원, 2019년에는 기획안 부분 1억 원의 상금을 수상하자 사업에 급물살을 탔다.

부여군은 보상제도에 의한 사업이 처음인 데다 조례 제정, 3년 동안 민간이 집행한 사업 예산을 한 해에 편성해야 하는 등의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의회와 소통을 강화하고, 돌다리 두들기는 자세로 준비했다.

2019년 4월 보상제도 사업에 대한 연구를 시행하고, 12월에는 조례를 제정해 법률적 장치를 마련했다. 2020년 5월에는 지역 주민과 전문가 등으로 '심의위원회'를 구성해 보상사업 추진 계획 수립, 7월에는 운영기관 공모, 10월에는 민간 투자자 모집, 12월에는 평가기관 선정, 2021년 3월에는 운영기관과 계약 체결, 5월에는 사업 수행기관을 선정해 2021년 7월부터 시작한 3년 사업이 이번 달 마무리 되고, 9월에 사업 평가를 해 12월에는 성과보상금을 결정한다.

우리나라의 치매안심센터는 인지 능력 저하자를 확인하더라도 예산 대비 관리 효과에 대한 부담감으로 어느 지자체도 추진할 생각을 못했다. 그런데 부여군은 관계공무원들의 많은 논의와 행안부 수상 등을 통해 민간이 자본을 선투자해 관리한 후 예방 효과를 산출해 보상하는 제도에 대한 확신을 통해 제도를 도입하고 추진한 것이다.
 
부여군 치매안심센터가 2021년 7월부터 '경미한 인지 장애' 예방을 위해 추진한 사업 추진 체계
▲ 부여군 치매안심센터가 추진한 치매예방 사업 추진 체계 부여군 치매안심센터가 2021년 7월부터 '경미한 인지 장애' 예방을 위해 추진한 사업 추진 체계
ⓒ 박진우

관련사진보기

  
부여군 치매안심센터는 만 60~80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선별검사(CIST)를 통해 1차적으로 인지 저하자를 선별하고, 임상심리사의 개인별 신경심리검사(CERAD-K)와 감별검사 결과를 전문의의 진료를 통해 인지 장애 여부를 진단 후 보상사업의 참여를 희망하는 대상자는 수행기관에 연계하고 있다.

사업 시작이 전염병(COVID-19) 시기라 집단 설명회가 어려워 마을별 방문 설명회를 통해 치료 대상자를 매년 100명을 선정했다. 최종 확정자는 다영역 기억력 강화 훈련인 메타기억교실(Meta Memory Training: MMT)을 3개월 동안 매주 실시하는데 일상생활에서의 기억을 보다 효율적으로 다룰 수 있도록 촉진하는 구조화된 인지훈련 방법이다.

기억 강화 훈련은 마을별 단체로 진행하나 일대일로도 진행했다. 기본 훈련 시작과 함께 청각 자극을 유도하는 인공 지능 돌봄 자동 응답 음향기(NUGU, '아리아' 부르면 반응)를 통해 10개월 동안 개인별로 훈련하여 치매 예방치료를 한다.

부여군은 이번 사업을 통해 경미한 인지 장애자 중 치매예방 교육에 미참여한 대상자의 치매진단율은 3년 평균 15.83%(2022년도의 경우 20.59%)로 나타났는데 예방사업에 참여한 대상자의 치매 전환(이환)은 3년 누적 결과 3.8%에 그쳐 큰 효과를 증명했다.

이번 사업에 참여한 천복희(1951년생)씨는 "지인과의 약속을 잊어버리거나 휴대전화를 찾지 못하는 등 건망증이 있었는데 교육도 좋았고, 자동 응답 장치는 내가 묻는 질문에 응답도 해주고, 노래 제목을 이야기하면 노래도 들려주고, 일기예보도 알려 주는 좋은 말벗이 돼 주면서 기억력도 많이 회복됐으나 올해 끝나서 아쉬움이 크다"며 "지인들에게도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 성과 보상 제도' 사업으로 부여군이 추진하는 '경미한 인지 장애 예방 사업'에 임상심리사가 세대를 방문하여 예방 교육 진행
▲ 경미한 인지 장애 예방을 위한 일대일 교육 '사회 성과 보상 제도' 사업으로 부여군이 추진하는 '경미한 인지 장애 예방 사업'에 임상심리사가 세대를 방문하여 예방 교육 진행
ⓒ 박진우

관련사진보기

  
우리나라 기초 지방자치단체중 처음으로 경미한 인지 장애 예방사업을 '사회 성과 보상 제도'로 추진한 박정현 부여군수는 "저출생과 떠나는 농촌, 그리고 고령화라는 인구소멸 위기 속에서 어르신들의 치매 조기 검진으로 적기에 치료와 예방이 이뤄질 경우 당사자의 행복감을 높일 뿐만 아니라 도시나 인근에 나가 있는 가족들이 정신적 고통과 경제적 손실도 줄이는 사업"이라며 "특히 인지 장애 예방은 국가 경쟁력과 재정의 효율성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번 달로 3년 동안의 경미한 인지 장애 예방 사업을 종료하는 부여군은 치매 발병율을 크게 낮춰 예산의 사회적 효과에 대한 불안감을 고민하는 지자체에 '사회 성과 보상 제도'를 통해 복지를 향상 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특히 외국에서 시작한 보상제도가 한국형으로 어떻게 자리매김 할 수 있는지를 검증한 전국 기초 지자체 중 첫 사례로 평가된다.

태그:#인지저하, #인지장애, #부여군, #사회성과보상, #치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헌법에 보장된 정의의 실현은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과정이라 생각하며, 주권자로서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실천하는 시민들의 다양한 노력이 지속될 때 가능하리라 믿는다. 지방자치는 민주주의를 완성하는 토대이며,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이라 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