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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4일자 경북 지역 언론 1면
 6월 4일자 경북 지역 언론 1면
ⓒ 온라인커뮤니티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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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한국판 두바이 되나" (경북매일) 
"포항, 앞바다서 '산유국 꿈' 실현되나" (경북일보)
"산유국의 꿈, 대구경북 앞바다서 실현된다" (매일신문)
"영일만에 석유 매장 가능성" 포항, 산유국 최전선 서나 (영남일보)


6월 4일 대구경북 지역 신문들의 1면 기사들입니다. 이 지역 언론들은 3일 윤석열 대통령이 포항 영일만에 막대한 양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발표한 직후부터 관련 소식을 쏟아냈습니다. 

누리꾼은 온라인커뮤니티에 대구·경북지역 신문 1면을 모아 촬영한 사진을 게재한 후 "경상도는 벌써 산유국"이라며 언론의 과도한 보도를 꼬집었습니다.  

<매일신문>은 "대구경북, '한강의 기적' 넘을 '영일만 기적' 이룬다"라는 기사의 첫머리에 "대한민국 경제성장의 상징인 '한강의 기적'을 넘어 세계 초일류 국가로의 도약을 견인할 '영일만 기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라고 보도했습니다. 

<경북매일>은 "영일만에 막대한 석유·가스… 포항, 한국판 두바이 되나"라는 제목의 기사에 "경제 가치로 1927조원 황금알"이라는 부제를 달았습니다. 본문에는 "포항은 '철강 도시'를 넘어 '천연 자원의 도시', '황금알을 낳는 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라고도 전망했습니다. 

<경북일보>는 이철우 지사의 페이스북 글을 인용해 "탐사, 시추 등 향후 진행이 순조롭게 이뤄지길 기대하며 경북도에서도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해서 대한민국이 산유국으로서 우뚝 서도록 하겠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또한, '영일만 석유 기적'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1976년 석유가 발견됐다는 박 전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언급한 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염원했던 '영일만의 기적'이 일어났다"고 단정 지었습니다. 

경제성 없어 중단할 경우, 검증 없이 보도한 언론의 책임은?
 
석유 탐사 모습
 석유 탐사 모습
ⓒ 한국석유공사 홈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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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는 "영일만 시추 성공률 20% 예상… 북해 유전은 3%"라며 마치 포항 영일만의 성공률이 굉장히 높은 것처럼 보도했습니다. 

최종근 서울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한국석유공사의 '석유사랑' 2023년 11-12월호에서 "이론적 탐사 성공률을 계산하면 대부분 20~35% 정도"라고 했습니다.  최 교수의 주장대로라면 포항 영일만 시추 성공률이 월등히 높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한국석유공사는 홈페이지에 석유개발사업의 특성으로 "고위험 고소득의 투자산업"이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특히 "개발비로 1억 배럴 기준 2억~3억불이 소요된다"며 "자금이 부족한 회사는 참여하기 어렵다"라고 지적했습니다. 

포항 영일만 물리탐사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나왔더라도 시추탐사에 이어 생산까지 간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유전개발의 탐사 성공률은 20~35%이지만 상업적으로 성공할 확률은 5% 미만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설사 생산이 성공한다고 해도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전 세계 모든 유전이 매번 원유를 생산하는 것은 아닙니다. 유가 하락 등 채산성이 떨어질 경우 생산을 중단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유전개발은 고위험 사업이기에 단계별 위험도를 충분히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일부 경북지역 언론들은 앞다퉈 '산유국', '영일만의 기적', '한국판 두바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윤 대통령의 주장을 검증없이 보도했습니다. 

언론은 정권의 주장을 그대로 전하는 나팔수도, 주가 상승을 위한 선전지(찌라시)도 아닙니다. 내년에 정부가 경제성이 없어 시추를 중단한다고 하면 언론도 책임을 질 수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덧붙이는 글 |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게재됐습니다


태그:#포항영일만, #산유국, #한국판두바이, #윤석열, #미디어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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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언론 '아이엠피터뉴스'를 운영한다. 제주에 거주하며 육지를 오가며 취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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