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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6일 현충일과 주말 사이에 끼어있는 6월 7일 금요일. 아이가 다니는 학교는 재량휴업을 결정했다. 오늘까지만 등교하면 주말까지 나흘을 쉴 수 있다는 소식에 아이는 신났지만 남편과 나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연휴 소식이 반갑지만은 않은 이유는 가벼워진 주머니 탓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등 행사가 많은 5월을 지나며 초과된 생활비를 아직 보충하기도 전인데 또 다시 연휴가 다가오니 설렘보다는 부담이 크다.

게다가 최근 인터넷 상에서 화제가 된 '개근거지'라는 말이 마음에 걸린다. 개근거지는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학교에 빠지지 않고 등교하는 아이를 폄하하여 부르는 신조어다.
 
5일까지만 등교하면 주말까지 나흘을 쉴 수 있다.
 5일까지만 등교하면 주말까지 나흘을 쉴 수 있다.
ⓒ 최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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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연휴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집에만 있었다고 하면 아이들 사이에서 놀림을 받거나 위축되는 것이 아닌가 싶어 어디라도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여행 가기도 만만치 않다.

보통 6월은 여행 비성수기였는데 요즘처럼 체험학습이 활발해지고 학교에서 샌드위치 휴일을 재량휴업일로 지정하는 비율이 높아지면서 성수기 취급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때문에 평소보다 훨씬 비싼 숙소비를 지불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비교적 저렴한 곳들은 일찌감치 예약이 마감되었다. 한 발 늦은 우리 가족이 선택할 수 있는 곳은 별로 없다.
 
평소보다 훨씬 비싼 숙소비.
 평소보다 훨씬 비싼 숙소비.
ⓒ 최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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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곳으로 체험학습이라도 다녀와야겠다 싶지만 일단 나가면 간식비, 식비 등도 무시할 수 없다. 이제는 1인분을 거뜬히 먹는 아이와 한끼 외식을 하고 더워진 날씨를 탓하며 커피 한 잔에 아이스크림이라도 하나 사먹을라치면 5만~6만 원은 우습다. 조금 유명한 관광지 물가를 반영하면 10만 원도 금방이다. 이러니 나흘이나 되는 연휴를 매일 특별한 곳에서 보낼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집에서 삼시세끼를 해먹는 것이 힘들테니 배달이나 외식도 하게 될 것이다. 이제는 치킨 한 마리가 2만 원을 훌쩍 넘지만 그거 하나로는 두 남자의 허기를 채울 수 없기에 사이드메뉴까지 추가해야 한다. 배달 한 끼에 4만~5만 원이 든다. 배달비를 아끼자고 외식을 해도 상황은 비슷하다. 분식집 김밥 한 줄도 4천 원이나 하니 김밥에 떡볶이만 먹어도 3만 원이 금방이다.

생활비 방어를 위해서는 결국 부지런히 움직여 집밥을 해먹고, 저렴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나들이 장소를 찾아야 한다. 근처 공원으로 도서관으로 박물관, 미술관으로 입장료가 없거나 저렴한 장소를 물색하고 집에서 싼 얼음 가득 넣은 생수와 간식거리를 챙겨 하루를 보내볼 심산으로 떠나는 것이 최선이다.

그렇지 않으면 연휴 내내 스마트폰에 정신이 팔려 있거나 심심하다며 노래를 부르는 아이와의 시간을 견뎌야 한다. 이렇게 마음이 비장해지니 차라리 학교를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는 웃고 엄마는 우는 이유다.

물론 재량휴업일에도 돌봄이 필요한 아이는 신청을 통해 등교할 수 있다. 하지만 별도의 프로그램 없이 자율 운영되며 점심식사도 제공되지 않는다. 그마저도 오전에만 운영되기 때문에 휴가를 내기 힘든 맞벌이 부부라면 오후시간 아이를 돌볼 계획을 따로 마련해야 한다.

그 때문인지 학교가 재량휴업을 하는 것과 달리 학원들은 대부분 정상운영한다. 재량휴업일과 상관없이 오전에는 집에서 아이들끼리 시간을 보내고 오후에는 학원에 보낼 계획이라는 이야기도 많이 들린다. 이쯤되니 재량휴업일을 지정하는 것이 누구를 위한 선택인지 헷갈린다. 아무쪼록 내일부터 시작되는 이번 연휴는 학교 선생님도 학부모도 아이도 모두 행복한 시간이 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태그:#재량휴업일, #연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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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목고 출신의 문화예술기획자에서 전업주부가 되기로 결심한 평범한 엄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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