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혁신당 조국 대표와 당선자들이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김건희 여사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과 명품 백 수수 의혹에 대한 김 여사 소환 및 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이정민
386 운동권의 전횡을 강조할수록 검찰 권력의 횡포가 떠올랐고, 이재명·조국 대표의 부도덕을 규탄할 때마다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과 디올백 수수는 왜 수사조차 하지 않는지 의문이 들게 했다.
유권자인 국민들은 386 운동권이나 이재명·조국 대표보다 대통령의 부인과 측근들의 감춰진 잘못을 은폐하려는 '검찰 권력'이 더 나쁘고, 심판받아야 할 대상이라고 생각했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미래를 합쳐 108석. 여당의 완패는 김건희 여사 관련 각종 의혹을 이대로 덮고 갈 수 없다는 민심의 투영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정권 심판론'은 선거가 끝났다고 해서 마무리된 것이 아니다. 국민들을 대신해 야당이 끝까지 진실을 규명하고, 잘못에 대한 법의 심판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야권에 190여 석을 몰아준 것이다. 180석 야당이 무엇을 했느냐는 평가에도 또다시 야당에 압승을 안겨준 건 윤석열 정부의 불공정·불의·민생파탄을 야당이 국회에서 죽을힘을 다해서라도 막아내고 바로 잡아 달라는 뜻이라 할 수 있다.
거대야당이 국민들과 약속을 저버리고 전투력을 상실해서, 윤석열 정부의 폭정을 막는데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패자가 된 국민의힘의 모습은 3년 뒤 대선에서 민주당의 모습일 수 있다. 야당이 수권 정당이 되기 위해선, 위임받은 국민 주권을 헌신적으로 수행하고 있다는 국민 판단이 있어야 되는 것이다.
'대파 한단 875원이 합리적'이라는 지난 3월 18일 대통령의 발언은 선거기간 가장 큰 이야깃거리가 됐다. 한 단이 아니라 한 뿌리라는 이수정 후보의 두둔과 투표장에 대파 반입이 안된다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결정은 논란의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 대파값을 몰랐다는 해명과 사과로 끝날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사과 하나에 만원에 육박하는 고물가에 이반된 민심은 '왜 거기만 875원?' '총선을 의식한 전시행정' '우리 동네 대파 한단 7000원이 넘는다' 등의 여론으로 확대됐다. 고물가에 고통받는 민심은 터진 수도관처럼 걷잡을 수 없이 분출되었고 4.10 총선에서 여당에 가장 큰 악재가 됐다.
'대파'가 선거의 주된 화두가 된 것은 그만큼 '먹고 살기 힘든 상황'을 말해준다. 물가는 자고 일어나면 오른다. 공공요금 인상과 국제 유가 인상, 고환율은 가득이나 높은 물가를 더 부채질하고 있다. 국민들이 '대파한단 875원' 발언에 화가 난 건 물가관리, 내수경기, 가계와 기업경제마저 끝없이 추락하는 현실에서도 정부가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국민고통에 대해서도 공감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선거관리위원회가 투표장에 대파 반입을 불허한 조치에 맞서 디올백 모형, 대파 사진을 든 유권자가 나타난 것은 분노이고 항거였다. 물가폭등에 술렁이는 민심을 대형마트 할인 매대에서 사진 찍는 쇼로 달래려 했던, 무능하고 부끄러움조차 모르는 모습에 4.10 총선은 일명 '대파혁명'이 된 것이다.
200석 탄핵 의석보다 무서운 건 민심 이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