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과 함께 7만 원으로 장을 봤다. 몇 개 사지 않았는데 정해진 금액을 금방 넘어버렸다.
백세준
얼마 전 발표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국내 전체 가구의 가처분소득은 1년 전에 비해 겨우 1.8% 올랐지만 먹거리 물가 상승률은 무려 6%로 대폭 상승했다. 이렇다 보니 식료품 등에 쓰는 실질소비지출은 3.4% 감소했다. 즉 쓸 수 있는 소득은 아주 약간 늘어난 것에 비해 먹거리 물가가 크게 상승해서 실제 먹거리에 쓴 비용은 줄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를 어르신들의 상황에 대입해 보자면 더욱 심각하다. 내가 만나는 어르신들은 이렇다 할 수입이 없다. 노인복지정책에서 가장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기초연금과 노인 일자리 및 사회활동지원사업(아래 노인 일자리)에 참여하여 받는 활동비가 거의 전부이다. 둘 다 해마다 조금씩 늘어나고 있지만 상황을 나아지게 할 정도는 아니다. 더군다나 노인 일자리는 확대를 한다고는 하지만 경쟁률도 그만큼 높아져 참여하지 못하는 어르신들도 많다. 이럴 경우 기초연금으로만 생활해야 하는 것이다.
"사과가 비싸지면 안 먹으면 그만이에요. 근데 밥이나 반찬은 아니잖아요. 그래서 어떨 때는 김치랑 밥만 먹어요. 김치는 연말에 복지관 같은 곳에서 많이 주니까요. 그러다 그냥 굶어버리기도 해요. 어차피 몇 끼 안 먹는다고 안 죽어요."
수입이 줄어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나같은 경우 한달 수입과 지출을 다시 파악해 본다. 그리고 '불필요한' 지출이 무엇인지 찾아내고 줄이려고 다짐한다. 어르신들도 마찬가지이다. 줄일 수 있는 비용이 무엇인지 종이에 손수 적어가며 계산한다. 그리고는 답을 내린다. '식비를 줄이자'.
인생은 다 먹고 사는 일인데, 이제는 식비가 불필요한 지출이 되버리고 만다. 당장 한 끼 안 먹는다고, 하루 안 먹는다고 사람이 어떻게 되는 게 아니므로. 저소득층일수록 식비에 지출하는 비용이 높아진다는 통계학적 개념인 엥겔지수는 현장과 동떨어졌다. 식비 지출 비용이 높아지는 게 아니라 아예 지출을 하지 않고 있어 이를 새롭게 정의할 수 있는 그 무엇이 필요하다.
최근 고물가로 끼니를 거르고 있는 어르신들을 위해 나는 일하는 곳에서 1인당 7만 원으로 장을 보는 프로그램을 기획해 진행한 적이 있다. 집에 홀로 있을 저소득 어르신들을 위해 정서적 지지와 함께 평소 비싸서 먹지 못했던 것을 이번 기회에 드실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어르신 댁과 가까운 마트에 방문해 먹거리를 구입했는데, 이게 웬걸? 떡국 떡, 배, 불고기, 달걀, 쌀 4kg을 사니 금방 7만원이 넘어버렸다.
한 달은커녕 몇 끼만 먹으면 동날 양이었다. 그래서 진열대를 몇 바퀴 계속 돌며 먹거리를 신중하게 고를 수밖에 없었다. 사회복지 총 예산은 해마다 늘어나긴 하지만, 물가상승률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채 예산이 편성되다 보니 실제 현장에서는 체감하기가 어렵다.
진짜 장을 보는 정치인이 필요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