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2대 총선 울산 북구 출마를 선언한 야권단일 후보 진보당 윤종오, 무소속 이상헌, 국민의힘 박대동 후보(왼쪽부터)
 22대 총선 울산 북구 출마를 선언한 야권단일 후보 진보당 윤종오, 무소속 이상헌, 국민의힘 박대동 후보(왼쪽부터)
ⓒ 연합뉴스, 남소연, 박대동 페북

관련사진보기

 
'노동자의 도시'가 달아오르고 있다. 

제22대 총선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현대자동차와 수백 개의 협력업체가 자리 잡은 울산 북구 본선에 나설 각 당 후보들이 확정되었지만, 4월 10일 누가 웃게 될지는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진보당 합의로 진보당 윤종오 후보가 울산 북구 단일후보로 결정된 후 민주당 공천이 봉쇄된 현역 이상헌 의원(2선)이 무소속 출마를 강행하고 나서면서 계산이 더욱 복잡해졌다. 6년 전 재선거와 4년 전 제21대 총선에서 이상헌 후보에게 고배를 들었던 국민의힘 박대동 후보가 내심 미소를 짓는 듯하지만, 그 결과는 선거 날까지 누구도 단언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라먼 박대동이에게 거저 주는 거라"
 
2023년 3월 13일 울산 북구 윤종오 선거사무소
 2023년 3월 13일 울산 북구 윤종오 선거사무소
ⓒ 박석철

관련사진보기

 
13일 낮 울산 북구 호계지역의 한 식당에서 식사를 하던 이들에게 북구 여론에 대해 물었다. 자동차 부품업체에 다닌다는 중년 남성 둘 중 나이가 들어 보이는 남성은 "아무래도 북구는 노동자가 주인 아잉교. 노동 현장에서 일했던 윤종오가 우리 심정을 알아주겠지요"라고 하자, 동생뻘로 보이는 다른 남성이 "윤종오는 직영(현대차 정규직 노동자) 아잉교. 하청 사람들 심정도 알아줘야 하는데..."라고 받았다. 그러자 다른 남성이 "윤종오, 구청장 할 때도 상인들 지켜주려다 고생했다 아이가. 비정규직 위해서도 힘쓸끼다"라고 반박했다.

때마침 반찬을 추가로 가져오던 중년의 여성 식당주인이 끼어들었다.

"무슨 소린교. 국회의원은 아무래도 배운 사람이 낫지. 박대동이가 나이가 좀 있어서 그렇지 마이 배우고 경제분야에 높은 자리(기자말 -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년 1월 6일부터 2009년 5월 27일까지 제6대 예금보험공사 사장 역임)도 했다, 아잉교."

식당 문을 나서자, 앞서 대화를 나눈 사람 중 동생뻘인 남성이 담배를 피우러 나오다 기자에게 한마디 했다.

"기자양반인교? 가서 둘(윤종오, 이상헌)에게 하나로 합치라 카소. 둘이 다 나오면 우짜자는 거고. 그라먼 박대동이에게 거저 주는 거라."

대화를 마치고 울산시청 쪽으로 가기 위해 북구지역 콜택시를 탔다. 정년퇴직 후 노후대책으로 택시운전을 한다는 기사에게 총선 분위기가 어떤지 물었다.

택시기사는 "나는 정치에 관심이 없어요. 다만 손님들이 하는 말을 언뜻언뜻 듣는 정도인데, 젊은이들이 이상헌이 이야기 많이 하데요"라며 "'이상헌이 컴퓨터게임에 대한 유리한 법도 만들고 젊은층에게 인기가 좋다' 카데예. 집에 가서 아들에게 물어보니 '이상헌이 게임 세계에서 유명하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신생 기초지자체지만, 유일하게 인구 증가한 도시
 
2024년 3월 13일 울산 북구 이상헌 선거사무소 앞에서 이상헌 후보가 자신의 간판을 바라보고 있다.
 2024년 3월 13일 울산 북구 이상헌 선거사무소 앞에서 이상헌 후보가 자신의 간판을 바라보고 있다.
ⓒ 박석철

관련사진보기

 
지난 10여년 사이 울산 북구에서 진행되어 온 정치 상황을 따라가다 보면, '예측 불가능한 구도'란 말에 고개가 끄덕여질 것이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이들 외에, 최근 취재를 다니다 만나는 북구 주민들에게 이번 총선 분위기를 물으면 대다수가 "2016년 촛불 혁명이 정치지형을 바꿔 놓았다"라고 말한다.

북구는 1997년 울산이 광역시로 승격되면서 울주군과 중구의 일부 지역을 병합해 탄생한 신생 기초지자체다. 만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울산광역시의 인구 감소 속에서도 근래 들어 유일하게 인구가 증가한 도시이기도 하다.

영남권 특유의 보수 성향이 지역 깊숙이 자리 잡고 있지만, 현대차 조합원을 비롯한 노동자 정치세력화가 진보적 정치성향을 확대해왔다. 또 지난 몇 년 사이 유입된 청년 인구가 상당해 그들의 여론 또한 만만찮다. 이처럼 울산 북구의 정치 지형도는 복잡다단하다.

사실 이 지역 정치 분위기는 지난 7~8년 사이 급속히 형성됐다. 2016년 촛불과 탄핵 정국 이전 울산 북구에서는 보수와 진보 두 정치세력이 국회의원과 구청장, 지방의원 선거에서 엎치락뒤치락 해 온 반면, 민주당은 그 사이에 끼여 고전을 면하지 못했다. 하지만 2016년 촛불정국을 거치면서 민주당이 울산 북구의 주력으로 급속히 자리 잡기 시작했다.

2017년 민주당 문재인 대통령 당선 이후 그동안 절치부심해오던 민주당이 구청장과 지방의원 다수를 당선시키면서 정치지형을 확 바꿔 놓았다. 특히 북구에서 꾸준히 민주당의 깃발을 들어왔던 이상헌 의원은 2016년 진보당 윤종오 후보가 국회의원 당선 후 2년 만에 낙마하자 재선거에 나서 당선됐다. 이어 2020년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하면서 진보-보수의 북구 양강구도를 깨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울산 북구에서 3파전 펼쳐지게 된 까닭

이런 과정을 들여다보면 이번 총선이 3파전으로 전개되는 것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진보당 윤종오 후보와 2018년 재선거와 제21대 총선에서 이상헌 후보에 연속으로 패한 국민의힘 박대동 후보, 그리고 당 대 당 결정으로 민주당 공천에서 제외된 이상헌 후보의 무소속 출마 말이다.

이번 총선이 3자 구도가 된 것에 대해 이상헌 의원은 "30여 년 간 민주당의 험지 영남에서 어렵게 민주주의의 깃발을 고수해 오는 동안 당원들과 함께 희생과 노력이 있었고 이제야 그 싹을 틔우려는 순간이다"라며 "그런데 정치적 야합으로 울산 민주당의 자존심이 송두리째 짓밟히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 20대 총선에서 민주진영의 승리를 위해 윤종오 후보에게 조건 없는 양보를 했다"며 자신의 무소속 출마 타당성을 말했다.

반면 윤종오 후보는 "노동자의 도시 울산 북구에서 윤종오가 단일후보가 된 것은 국민의 편에서 확실하게 싸울 적임자이기 때문"이라면서 "이상헌 의원이 이런 흐름에 동참하지 않은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그 결정은 민주당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박대동 후보는 "국가적으로 절박한 시점에 울산 보수의 험지 북구에서 열정의 마지막 불꽃을 태우겠다"라며 이상헌, 윤종오 후보의 동시 출전에 고무된 모습이다.

노동계와 새로 유입된 청년층... 그들의 선택은?
 
울산 북구 호계 사거리에서 선전중이 박대동 후보
 울산 북구 호계 사거리에서 선전중이 박대동 후보
ⓒ 박대동 페이스북

관련사진보기

 
세 후보가 내놓은 공약의 면면을 살펴보면, 젊은층을 비롯한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을 배려하는 정책들이 특히 눈에 띈다.

국민의힘 박대동 후보는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아이를 낳고 양육하는 모든 부모의 부담을 줄이는 공약으로 ▲학교 부지 선정시 사전 공청회 의무화 ▲인구집중 가속화 지역에 대한 고등학교 시설·유치 ▲울산 북구 달빛어린이병원 유치 ▲유아교육·보육시스템 통합 시행 ▲늘봄학교 운영 적극 지원 ▲학생 체험시설 이동 수단 지원 등을 내놨다.

야권단일 윤종오 후보는 "주부들의 노동을 인정하고, 여성을 '국민연금 의무가입자'로 공적연금 제도 안에 포함될 수 있도록 '주부연금'을 신설하겠다"는 공약을 밝힌 바 있다. 또한 ▲여성폭력방지법 개정으로 여성이 안전한 북구 조성 ▲1인 여성 가구 안전 강화 ▲첫 노동에서 퇴직까지 차별 없는 여성노동권 보장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놨다. 

이상헌 후보는 ▲젊은이들이 희망을 품을 수 있는 도시 ▲노동의 가치가 존중되는 도시 ▲문화예술이 융성한 도시 ▲엄마와 아이가 행복한 도시 ▲노후가 기대되는 도시를 만들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마지막으로 울산 북구를 말할 때 현대자동차를 빼놓을 수 없다. 울산의 주력 기업이며 특히 국내 노동운동의 대명사로 불리는 현대차노조(금속노조 현대차지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3만여 명의 울산지역 조합원을 보유한 현대차노조와 수백 개의 현대차 협력업체의 노동자들이 지난 1987년 민주화운동 이후 정치에 참여하는 사례가 늘어났다. 이 때문에 점차 노동계의 성토가 거세지고 있는 윤석열 정부의 심판론에 노동자들이 투표로 동참할지가 관심사다.

여기에다 신도시로 떠오른 울산 북구로 새로 유입된 청년층의 선택도 주목된다. 민주당 현역 국회의원의 무소속 출마와 진보당 전 국회의원의 동시 출격에 고무된 박대동 후보. 세 후보의 운명은 노동계와 청년층의 투표 결과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이란 분석이다.

주요 지리정보

태그:#울산북구총선, #윤종오이상헌박대동
댓글4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