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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육아삼쩜영'은 웹3.0에서 착안한 것으로, 아이들을 미래에도 지속가능한 가치로 길러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서울, 부산, 제주, 미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보호자 다섯 명이 함께 육아 이야기를 씁니다.[편집자말]
 딸아이가 휴게소에서 만난 고양이를 보고 있는 모습
딸아이가 휴게소에서 만난 고양이를 보고 있는 모습 ⓒ 권진현
 
아이들은 감정 표현이 분명하다. 원하는 게 있으면 적극적으로 어필한다. 쉽게 OK를 외치지 않는 나와는 달리 아내는 웬만한 아이들의 요구를 다 들어준다. 그래서일까, 자녀들이 무언가를 원할 때면 언제나 아빠가 아닌 엄마를 찾는다. 하지만 이런 엄마마저 단칼에 거절한 게 있다. 그것은 '집에서 개를 키우고 싶다'는 아이들의 요청이었다. 

"절대로 안 돼."

평소와 다른 엄마의 단호한 모습에 아이들은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무언가를 키우고자 하는 마음만큼은 지금까지 꺾이지 않고 있다. 자녀들은 집 주위에 있는 크고 작은 생물들을 빈번히 잡아왔다. 나비와 매미, 메뚜기와 올챙이에 이르기까지 종류도 다양했다.
 
 아파트 단지에서 잡은 올챙이가 자라서 개구리가 되었다.
아파트 단지에서 잡은 올챙이가 자라서 개구리가 되었다. ⓒ 권진현
 
작년 가을 제주여행을 갔을 때였다. 섬 중의 섬이라 할 수 있는 우도는 제주에서도 배를 한번 더 타야만 갈 수 있는 곳이었다. 아름다운 경치를 즐길 시간도 부족한데 6살 둘째는 메뚜기 구경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 

"아빠, 메뚜기가 주먹만 해."

짝짓기 중인 걸로 보이는 메뚜기 2마리가 포개진 채 있었다. 둘째는 그 녀석들을 부산으로 데려오고 싶어 했다. 곤충들의 생명은 소중하다는 교육으로 둘째를 힘들게 설득한 다음에야 메뚜기들을 그곳에 남겨둘 수 있었다. 

개를 키우기 위해 포기해야 하는 것들

늘 어둡던 부장님의 얼굴에 생기가 돌던 때가 있었다. 회사에서 팀원들이 외면하고 가정에서도 찬밥 신세가 되었지만, 개를 키우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삶이 시작되었다고 하던 부장님의 표정이 지금도 생생하다. 녀석들에게서는 진심이 느껴진다고, 아무런 조건 없이 그저 자신을 좋아해 준다던 말과 함께.

개를 키움으로써 얻는 장점은 분명히 존재한다. 반려견과 서로 사랑을 주고 받는 삶을 통해 아이들은 따뜻한 감정과 정서를 배운다. 부모의 맞벌이가 강제되며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진 아이들은 핸드폰을 하거나 학원에 가는 삶에 익숙하다. 이런 아이들에게 반려견은 마음을 열고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다. 

집안 분위기가 좋아지는 것 또한 큰 장점이다. 개를 키우는 지인들의 말을 들어보면 대부분 반려견과 함께하는 생활을 시작하면서 가족 간의 소통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갓난아기가 태어나면 가족 전체에 활력을 주는 것처럼 개가 있음으로 인해 가족구성원들이 더 많이 웃고 대화하는 삶을 살고 있다고.
 
 반려견을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해주지만, 반려견과 함께 하는 삶은 희생과 책임 또한 필요하다.
반려견을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해주지만, 반려견과 함께 하는 삶은 희생과 책임 또한 필요하다. ⓒ 픽사베이

하지만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반려견과 함께 산다는 것은 말처럼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딸아이는 누구보다 개를 잘 키울 수 있다고, 책임지고 사랑해 주겠다고 하지만 사실 개를 키우는 주체는 딸이 아닌 아내이지 않은가.

사정상 기러기 남편을 둔 탓에 아내는 두 자녀를 홀로 돌본다. 주중에 아르바이트까지 병행하기 때문에 휴식은커녕 아파도 병원을 가기조차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개를 키운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돌봄에 사용할 수 있는 시간과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는데, 자녀들을 돌보는 데 이미 대부분의 에너지가 소진되고 있다.

또한 반려견과 함께하기 위해서는 많은 것을 포기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먼저 소비를 줄여야 한다. 개를 키우기 위해서는 대략 한 달에 10만~20만 원 정도의 적지 않은 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아프면 진료도 받아야 된다. 사람처럼 실비보험 적용이 쉽지 않기 때문에 개가 자랄수록 경제적인 부담이 늘어간다. 

생활의 불편함도 감수해야 한다. 종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아무리 깨끗이 청소를 해도 털이 날리는 것을 막기는 힘들다. 세끼 식사를 하듯 때마다 반려견의 용변을 처리해줘야 한다. 복도식 아파트나 오피스텔에서 개를 키우며 이웃 간에 마찰을 피하기 위해서는 더 많이 신경 쓰고 조심해야 한다.

시간 사용에 있어서도 많은 제약을 받는다. 거의 매일 산책을 시켜줘야 함은 물론, 마음 놓고 외출 한 번 하기가 힘들다. 취미생활이나 휴식을 취하는 등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은 기꺼이 반납해야 한다. 만약 대신 돌봐줄 사람이 없다면 여행을 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책임이라는 무게
 
 이제는 하늘나라로 가버린 친구의 반려견 로트와일러와 닥스훈트. 친구는 여전히 녀석들을 잊지 못한다.
이제는 하늘나라로 가버린 친구의 반려견 로트와일러와 닥스훈트. 친구는 여전히 녀석들을 잊지 못한다. ⓒ 권진현

자타가 공인하는 애견인 친구에게 물었다. 개를 키우기 힘든 이유가 이렇게나 많은데 그동안 어떻게 키웠냐고.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힘들지 않았냐고. 

"왜 안 힘들겠노. 사람 키우는 거하고 똑같다. 니 주위에 개 키우는 사람 얼마나 있드노?"

그러고 보니 친구는 누구보다 개를 좋아하지만 빈말이라도 개를 키워보라고 하지 않았다. 가끔 개를 키우는 삶에 대해 물을 때면 매번 엄청나게 힘든 삶을 각오해야 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한 생명을 끝까지 책임진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고. 반려견은 좋을 때는 아끼고 사랑하다가도 싫증이 나거나 마음이 변한다고 해서 아무 때나 갖다 버릴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고.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2022년 한 해 동안 약 11만3400마리의 개가 버려졌다고 한다. 특히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 연휴나 휴가철에는 반려동물을 케어하는 것이 힘들기 때문에, 이 시기에 많은 동물들이 집중적으로 버려진다.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이 1천만 명을 넘어섰지만 그중에는 생명의 소중함을 가볍게 여기거나 윤리의식이 부족한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누구나 쉽게 개를 살 수 있지만 모든 반려견들이 끝까지 사랑과 돌봄을 받기는 쉽지 않다.

반려견(伴侶犬)이라는 말과 같이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대상이 아닌, 그저 인간의 만족을 위한 하나의 도구로 전락할 때 그들은 가차 없이 버려지고 죽임을 당한다. 그 어떤 것보다 사람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지만, 애정을 주었던 사람에 의해 쉽게 버려지는 모습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어설픈 관심과 애정으로 키워지다가 버려지는 그 순간까지도 개들은 주인을 사랑한다.   

"이제는 그만 키우고 싶다."

말은 저렇게 하지만 친구는 지금도 여전히 개라면 사족을 못 쓴다. 지나가는 개만 보면 고개가 돌아가고, 사진을 찍기에 여념이 없다. 내 핸드폰에 아이들의 사진이 넘쳐나는 것처럼 친구의 폰은 떠나보낸 반려견들의 추억들로 가득 차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요즘은 개를 키울 마음이 좀처럼 생기지 않는다고.

부모가 자녀를 품는 것처럼 친구는 개를 아끼고 사랑한다. 그렇기 때문에 오랜 시간을 함께한 반려견이 떠난 자리가 무엇으로도 채워지지 않는다고 했다. 언제까지 마음을 다해 사랑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만에 하나 어떠한 이유로든 개를 키우기가 힘들게 되었을 때 후회할 선택을 하지 않을지 걱정이 된다고. 죽어도 그런 삶을 살고 싶지는 않다고. 

개를 아끼고 사랑하기 때문에 오히려 키우기가 싫다는 말이 모순되어 보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절실하게 공감이 되었다. 가장 소중한 존재가 어떠한 이유로든 나로 인해 상처를 받는다는 것은 누구나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기에. 

반려견과 함께하는 삶에 대한 내 생각들이 틀릴 수도 있고 자녀들이 받아들이기에는 조금 어려울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를 위해서도, 반려견을 위해서도 키울 수 있다는 확신이 생길 때 새로운 가족으로서 함께 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지 않을까. 그때까지 아이들이 동물을 아끼고 사랑하며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 마음을 품을 수 있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브런치에도 게재합니다.


지속가능한 가치로 아이들을 길러야 한다는 의미를 담아 육아 이야기를 씁니다.
#가족#반려견#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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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노래를 좋아하고 국밥과 칼국수를 사랑합니다. 가끔 읽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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