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민의힘 혁신위원회의 '영남 중진 불출마' 요구로 발생한 당내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인요한 혁신위원장과 김기현 대표가 만났지만 서로 입장 차이만 확인하고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
인요한 "국민이 변화 원한다"... 김기현 묵묵부답
인 위원장과 김 대표는 17일 국회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만났다. 인 위원장은 김 대표와 만남 전 취재진과 만나 "불필요한 오해가 많았다"며 이번 기회에 소통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국민이 변화를 원한다"고 강조하며 '영남 중진 불출마' 요구에 대한 생각이 달라지지 않았음을 내비쳤다. 이후 김 대표가 당사에 도착해 비공개 면담이 진행됐다.
오전 9시 28분에 시작한 면담은 오전 10시 12분께 끝났다. 약 44분 간의 만남 뒤에 김 대표는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당사를 떴다. 대신 지도부 입장을 대변하는 박정하 수석대변인과 혁신위 대변인 역할을 하는 김경진 혁신위원이 취재진 앞에서 면담 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원론적인 입장 발표에 그쳤다.
박 수석대변인은 "혁신위에서 계속 주시는 의견들에 대해 그 취지를 존중하고 있고 전적으로 공감하며 적극 고려해나갈 생각"이라며 "다만 어제 말씀드린 것처럼 절차와 논의 기구를 거쳐야 되는 불가피한 상황이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도 혁신위가 충분히 공감하고 이해하는 과정이 있었다"고 밝혔다.
김 혁신위원은 "저희 인요한 위원장께선 혁신위원 중에서 일부 조금 불만족스러운 위원님들의 생각을 전달드렸다"며 "혁신위에서 의결한 안건이라든지 이런 부분 대해 좀 더 적극적으로 신속하게 당에서 받아들여줬음 좋겠단 취지의 뉘앙스의 말씀 전달도 있었다"고 했다.
자주 만날 계획이냐? 혁신위 쪽 "자제 필요성"
하지만 당내 불화의 시발점이 된 '영남 중진 험지 출마 혹은 불출마'와 관련한 언급은 없었다고 전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그런 얘기는 없었다"며 "혁신위 출범 당시와 그동안 활동 내용에 대해 신뢰를 확인하는 자리였다"고 답했다.
최근 인 위원장이 '영남 중진 험지 출마 혹은 불출마' 혁신안에 윤석열 대통령 또한 공감하고 있다는 취지로 말한 것과 관련된 언급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그 관련 내용은 오늘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인 위원장과 김 대표가 앞으로 자주 만날 계획이냐고 묻는 말에 김 혁신위원은 "그 부분은 자제의 필요성이 있지 않나 싶다"고 선을 그었다.
인요한 저격한 이용 "대통령 격려 확대 해석은 있을 수 없어"
혁신위와 지도부 사이의 힘겨루기로 당 내홍은 지속될 전망이다. 여전히 장제원 의원으로 대표되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과 영남 중진 의원이 불출마 권고 혁신안에 반기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냉전이 계속되자, 인 위원장을 향한 비토 목소리도 강해지고 있다.
특히 윤 대통령 '복심'으로 불리는 이용 의원은 17일 페이스북에서 "대통령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소신껏 하라'는 메시지는 통상적인 격려 차원일 뿐이며, 대통령에게 전권을 부여받았다고 오인·확대해석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대통령실이 굳이 나서서 해명해야 하는 상황까지 초래한 것"이라고 인 위원장을 비판했다.
결국 상황 종료는 윤 대통령과 윤핵관 사이의 '합의'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이게 지금 대통령이 윤핵관을 '팽'하려다가 만들어진 상황 아니냐"며 "김기현 대표와 인요한 위원장의 갈등보다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 사이의 합의점이 만들어지면 국면 전환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