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고용노동부의 '온열질환 예방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폭염시 매시간 휴식을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말 그대로 '가이드라인', 다시 말해 권고사항이라 현실에서 모든 사업장에서 적용되진 않고 있다.

지난 8월 1일, 쿠팡 물류센터지회는 폭염시 휴식 시간 보장을 요구하며 하루 동안 파업을 진행했다. 2021년 6월 노조 설립 이후 첫 파업이었다. 이번 한노보연 월간지 <일터> 이번 호에선 쿠팡 물류센터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기 위해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 터지부 쿠팡물류센터의 정성용 지회장을 만났다. 인터뷰는 쿠팡 인천 4물류센터 옆 천막농성장에서 진행했다.

한편, 경찰은 2월 인천의 쿠팡 물류센터 한 곳의 갑작스런 폐쇄와 강제전보에 대해 항의하고, 4월 또다른 센터에서 퇴근시간이 지연되자 임금 보상을 요구하며 농성한 지회 간부들의 휴대전화를 압수하고 강제 수사에 돌입했다. 8월 22일에는 경찰의 공공운수노조 사무실 압수수색 시도까지 있었다.

 
 쿠팡 인천 4물류센터 앞에서 쿠팡 물류 노동자들이 노조탄압 및 노동착취 중단, 안전하게 일할 권리 보장을 촉구하는 선전전에 나서고 있다.
쿠팡 인천 4물류센터 앞에서 쿠팡 물류 노동자들이 노조탄압 및 노동착취 중단, 안전하게 일할 권리 보장을 촉구하는 선전전에 나서고 있다.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 노조는 어떻게 결성하게 되었나요?

"2020년 5월 부천 신선센터에 코로나 집단 감염이 터졌습니다. 처음으로 물류센터의 노동환경이 드러나고 대책위가 만들어졌어요. 이후 노동조합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공공운수노조와 같이 물류센터 노조 준비모임을 만들었고, 2021년 6월에 노조를 결성하게 됐죠.

냉난방시설 설치, 휴게시간 보장, 3·6·9개월 쪼개기 계약, 2년을 채운 노동자 중 일부만 무기계약직이 될 수 있는 고용구조 개선, 인권침해 요소가 있는 휴대폰 반입 금지 철회, 최저임금 말고 생활임금 보장을 주요 요구 사항으로 내걸었습니다. 시작할 때는 전국에서 조합원이 13명이었는데 지금은 많이 늘 었습니다."


- 노조는 사측과 대화할 기회가 많이 있는 편인가요?

"아직 복수노조가 없어 저희 노조가 교섭권과 쟁의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노동조합 설립 때 진행한 교섭이 아직 끝나고 있지 않습니다. 사측은 보여주기식으로만 교섭에 나서는 중입니다. 쿠팡 배송 노동자들은 2018년 노조를 만들었는데 임금 단체 교섭을 아직도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는 교섭을 안 하는 겁니다. 사측은 노조의 성과를 만들어주지 않으려고 합니다. 노동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사항들도 일방적으로 결정해버리지요. 그래서 교섭을 기대하기보다 투쟁으로 현장을 바꾸려고 합니다."


- 쿠팡 물류센터의 노동이 다른 물류센터와 다른 점이 있습니까?

"다른 물류센터도 힘들게 일하기에 노동강도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고 봅니다. 다만 쿠팡이 심하게 감시와 통제를 하고, 휴게시간도 제대로 주지 않을 뿐입니다.

쿠팡 물류센터에는 개인이 얼마큼 일하는가를 측정하는 단위 UPH(Unit Per Hour)를 사용해 노동자를 통제합니다. 상품을 옮길 때마다 바코드를 찍고 전산에 기록되기 때문에 사측에서는 작업속도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UPH가 낮으면 예전에는 방송에서 '누구누구 속도 올려 주세요'라고 독촉했습니다.

노조 설립 후 이런 현실을 언론에 알리고 나서는 작업속도가 느리면 공개적으로 지적하는 대신 따로 불러서 빨리 일하라고 합니다. 그나마 관리자 눈밖에서 쉴 수 있는 데가 화장실인데 이마저도 머무는 시간이 길면 관리자가 화장실로 찾으러 옵니다. 게다가 휴대폰 반입도 여전히 금지돼 있습니다. 이런 실시간 노동 통제가 쿠팡의 극악스러운 점들이지요."


- 여기에 제대로 된 휴게시간도 없던 건가요?

"쿠팡 물류센터는 입사시 주간, 야간을 정해서 고정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야간 근무자는 오후 6시에 출근해서 새벽 4시에 퇴근합니다. 식사 시간 1시간을 제외하고 연장근무 1시간 포함해서 9시간 일하는 거지요.

그나마 노조의 요구로 올해부터 휴게시간 10분이 추가됐습니다. 이 70분 이외에는 업무 중간에 휴게시간이 없는 곳이 여기 쿠팡 인천 4센터입니다. 화장실 가는 시간 이외에는 휴식시간이 없는 셈입니다. 다른 쿠팡 물류센터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물류노동 자체가 힘든 노동인데 휴게시간이 없다는 점이 체감 노동강도를 더 높인다고 봅니다."


- 지난 8월 1일, 하루 동안 파업을 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566조에 의하면 체감온도가 33℃ 이상이거나 폭염주의보가 발효되면 1시간당 10분씩, 35℃ 이상이거나 폭염경보시 15분씩 휴식시간을 보장해야 합니다. 이 규칙은 옥외노동자들에 국한됐는데 지난해 노동조합의 투쟁과 요구로 실내노동자들에게 적용될 수 있도록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옥외노동자들에게는 의무사항이지만 실내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는 권고사항이라는 점은 아쉽습니다. 휴식시간을 마련해 달라고 천막농성도 하고 8월 1일 파업도 했습니다. 매월 1일은 쿠팡 생필품 정기배송일이라 평소보다 배송 물량이 많고 힘든 날입니다. 덥고 힘든 날 좀 쉬어 보자고 그날 파업을 진행했습니다.

우리 조합원수가 많진 않지만 조합원 대부분 하루 파업에 참여했고, 나름대로 성과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파업은 연차, 보건휴가를 쓰는 방식으로 진행했습니다. 그날 얼마나 휴가를 써서 파업에 참여했는지는 회사 관리자가 아니니 알 수는 없는데 8월 1일 쿠팡이 평소보다 일용직 노동자들을 더 채용하고, 심지어 인센티브까지 제공한 걸로 봐서 파업이 영향이 있었을 것으로 추측합니다."


- 그전까지 쿠팡 물류센터는 폭염 때 어떻게 일을 했었나요?

"물류센터는 건축법상 창고로 분류되니 냉난방시설 설치의 의무가 없어요. 비용 절감에 몰두하는 회사에서 자발적으로 냉난방시설을 갖추진 않겠지요. 쿠팡 물류센터는 더 많은 물량을 쌓아두기 위해 복층구조로 돼 있습니다. 중간층을 만들어 물건을 쌓아두는 거지요. 구조가 복잡하고 물건이 쌓여 있으니 환기가 어렵고 열기가 빠져나가지 못해요. 여기에 더해 자동포장기계에서 열이 발생하지요. 이러니 체감온도가 38℃까지 올라가지요.

노조 설립 이전에는 선풍기도 부족했고 얼음물도 없었습니다. 말 그대로 사막이었죠. 노조를 만든 이후에는 폭염 대책을 절박하게 요구했습니다. 지난해 잠실 본사에서 휴게시간 보장, 물류센터 내 냉난방시설 마련을 요구하며 그해 6월 23일부터 올해 4월까지 290일을 농성했습니다. 이런 투쟁의 성과로 폭염 시기 휴식시간이라는 게 생겼어요. 체감온도 33℃ 이상일 때 하루 1회 15분, 35℃ 이상 20분 휴식시간을 주기 시작했습니다."

 
 쿠팡 인천 4물류센터 앞에서 농성 중인 정성용 지회장.
쿠팡 인천 4물류센터 앞에서 농성 중인 정성용 지회장.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 그밖에 현장의 변화는 또 없었을까요?

"노조의 활동으로 현장에 변화가 있긴 합니다. 고양과 동탄센터에 단 1층, 한 공정에 불과하지만 에어컨이 설치됐습니다. 작년 온습도 측정시 38℃로 측정되었던 곳입니다. 고양센터는 중부고용지청장 방문 후, 동탄센터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의원단의 현장 방문 이후 설치됐다고 합니다. 여기 인천 4센터도 1층에 에어컨을 설치했는데 전력 과부하로 제대로 가동하고 있진 않습니다.

사측은 냉방장치를 수천 대 가동하고 있다며 폭염에 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모든 냉방장치는 열기를 제대로 배출하지 못하는 선풍기에 지나지 않아요. 각 물류센터에 이동식 에어컨이 설치된 냉방천막을 새로 만들긴 했지만 휴게시간이 없으니 가지도 못하고, 거기서 쉬고 있으면 관리자들이 지적해요. 올해부터 인천 4센터는 얼음물과 아이스크림은 무제한 제공하고 있습니다. 얼음물이 부족하긴 하지만요. 폭염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있다고는 여전히 말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 2022년에 온도감시단 활동에 참여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어떻게 참여하시게 된 것인가요?

"회사의 온도 측정은 현장을 반영하지 않고 있어요. 온습도계를 일하는 곳이 아니라 환기 잘 되는데 놔뒀어요. 게다가 덜 더운 시간에 측정했습니다. 이런 실태를 폭로하기 위해 온도감시단 활동을 했습니다.

현장이 얼마나 더운지 노동자들이 직접 온습도계로 측정해봤습니다. 지난해 조합원이 있는 물류센터에서는 온도감시단 활동을 통해 현장이 얼마나 더운지 데이터를 확보했습니다. 그 결과 체감온도가 38℃나 되는 물류센터가 있다는 걸 온도감시단 활동을 통해 알게 됐습니다. 하지만 현장 개선은커녕 회사는 올해 온습도계의 반입을 금지시켰습니다."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을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물류센터에 제일 중요한 건 휴게시간입니다. 휴게시간 제공은 경영진에서 마음만 먹으면 곧바로 시행할 수 있는 조치입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냉난방과 환기시설을 갖춰야 합니다. 앞으로 새로 지어지는 물류센터라면 미리미리 시설을 잘 갖춰야겠죠. 물류센터에 일하는 노동자들이 더울 때 덥지 않게, 추울 때 춥지 않게 일할 권리를 보장받았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장영우 님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선전위원입니다. 이 글은 한노보연 월간지 일터 23년 9월호에도 실립니다.


#쿠팡물류센터_폭염#쿠팡물류센터지회_건강권
댓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는 모든 노동자의 건강하게 일할 권리와 안녕한 삶을 쟁취하기 위해 활동하는 단체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