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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색블라우스
 분홍색블라우스
ⓒ Unsplash의Leon Koh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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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 관련 워크숍을 할 때 옷을 어떻게 하면 잘 입는지보다 과거의 옷 패턴을 돌아보고 개선하는 방향으로 교육하려고 한다. 그래야 무조건 옷을 잘 입는 법이 아닌 현재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실패와 낭비를 줄일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수강생 분들의 실패(?)에 대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듣게 되는데 그 중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카테고리가 홈쇼핑이다. 다른 영화를 보지만 비슷하게 구현된 장면을 보는 느낌이랄까. 어찌 그렇게 스토리도 비슷한지 쇼핑의 클리셰가 있다면 아마 홈쇼핑에서의 쇼핑 실패일 것이다.

홈쇼핑에서 옷을 거의 사지 않는다. 물론 환불 시스템이 잘 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애초에 현혹될 만한 요소가 너무나도 많기에 이 부분을 좀 짚어보고자 한다.

1) 과한 색 보정
온라인 쇼핑이든 홈쇼핑이든 색 보정이 들어간다. 쇼핑에 실패한 사람들이 대부분 하는 이야기는 TV로 볼 때는 색이 '고급스러워' 보였는데 받아보면 막상 그 느낌이 아니란 것이다. 그게 조명과 카메라 빨이다. 조명은 좀 더 반짝거리게 카메라는 좀 더 고급스럽게 색을 보정한다.

요즘은 이러한 색 보정이 만연한 일 같은데 예능에서도 여러 카메라의 색을 다르게 맞춰 촬영하기 때문에 어떤 장면에선 출연자의 옷이 보라색인데 어떤 장면에선 남색으로 보이는 희한한 마법을 보게 된다.

이게 다 카메라별로 색감 조절을 다르게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우리도 고급스러워 보이도록 색 보정을 했다는 것을 가정하고 내 눈으로 보고 있는 저 색이, 저 디자인이 실제와 얼마나 흡사한지 온라인 검색을 통해 다시 한 번 확인해야 한다.

2) 날씬한 쇼핑 호스트
키가 크고 날씬하다. 이미 여기에서 평균치에서는 벗어난다. 적어도 165cm 이상은 되어 보인다. 신체 사이즈는 날씬한 66 정도. 이미 홈쇼핑의 주된 타깃층과는 거리가 멀다. 그렇기 때문에 쇼 호스트가 입은 그 재킷이, 그 바지가 내가 입었을 때 그 핏이 절대 나오지 않는다.

쇼핑 호스트는 홈쇼핑에서 끊임없이 말을 하기 때문에 제품 샷이 나오지 않는 이상 우리의 시선은 옷보다는 쇼핑 호스트의 얼굴에 집중하는 시간이 많다. 옷은 그 옷을 입은 사람의 분위기를 닮는다.

그러므로 누가 입느냐에 따라서 느낌이 달라지며 그럴수록 쇼핑 호스트의 얼굴과 몸을 지우고 그 위에 내 얼굴과 몸을 대입해봐야 한다. 쇼핑 호스트가 최대한 예뻐 보이도록 입은 거지(그게 전략이다), 내가 입었을 때도 예쁠 거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3) 구매 유발 멘트
홈쇼핑을 즐겨 보는자, 홈쇼핑으로 자주 망하는 자에게 권하는 건 음소거다. 고객님, 고객님 하며 유려한 말빨로 구매 유발 멘트를 하는 쇼호스트도 그렇지만 오른쪽 아래에 10초마다 뜨는 '매진 임박' 글씨는 터미네이터 등장 신에 나오는 BGM만큼 긴장감을 유발한다.

그래서 잘 보고 있다가도 한 번씩 가슴을 뛰게 만드는데 이러한 효과는 조급함을 느끼게 하고 조금이라도 '제품이 괜찮다'라고 생각하는 시청자들에게 이성적 사고로 넘어가지 못하게 하는 효과를 준다.

좀 더 꼼꼼하게 봐야 하지 않을까 집중하려고 하면 '매진 임박'의 짧고 웅장한 소리가 이성의 문을 닫아 버린다. 깜박거리는 글씨보다 사운드의 효과가 긴장감을 높이니 이성을 놓칠 것 같다면 음소거를 하고 홈쇼핑을 시청해보자.

4) 불필요한 대량 구매
가성비가 좋다. 그래서 홈쇼핑을 이용한다. 가성비는 뿌리치기 어려운 유혹이다.

"이너로 입기 좋은 긴 팔 티셔츠입니다. 검은색, 흰색은 기본이구요. 여기에 가을에 필요한 브라운 그리고 조금 화사하게 입기 좋은 레몬색까지. 총 4장이 들어갑니다. 여기서 끝이냐구요? 그렇지 않죠. 오늘만! 오늘까지 구매한 분들에게만 원하는 색 한 장을 추가로 드립니다."

자 여기서 문제. 오늘 티셔츠를 구매하면 몇 장을 가질 수 있을까? 문제가 너무 쉬웠다면 다음 문제! 5장을 가성비 좋게 구매한다 쳐도 이 5장이 나에게 모두 어울릴 확률은? 결론적으로 보면 5장을 득템했지만 결국 잘 입게 될 티셔츠는 1~2장에 불과하다. 흰색, 검은색이 기본이라고? 기본템(여기저기 어울린다는 측면에서)은 맞지만 이 색들(같은 하양, 검정이라도 미묘하게 다름)이 잘 받는 사람은 생각보다 드물다.

'무조건 홈쇼핑을 이용하지 마라'라고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다. 홈쇼핑의 타깃이 4060이라면 2030을 타깃으로 하는 쇼핑 라이브가 떠오르고 있으니까 말이다. 쇼핑 유통은 저마다의 장단점이 있고 소비자는 그들의 전략을 잘 파악해 슬기로운 소비를 하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가지 요소는 내가 직접 보고, 수강생들의 사례를 통해 정리한 바이니 현명한 소비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에만 업로드되었습니다.


태그:#홈쇼핑구매, #홈쇼핑옷, #홈쇼핑에서옷살때, #홈쇼핑실패, #홈쇼핑에서쇼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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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경영 코치. 문제적 옷생활을 건강한 멋생활로 <4계절 옷경영 연구소> [책] 스타일, 인문학을 입다 / 주말엔 옷장 정리 / 기본의 멋 / 문제는 옷습관 / 매일 하나씩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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