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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대한민국은 인구 감소라는 심각한 위기에 처해있다. 합계출산율이 0.8이하까지 떨어지면서 아이 낳는 사람을 애국자로 칭하는 농담도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이에 각 지자체마다 갖가지 정책을 발굴하며 결혼과 출산을 장려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오고 있다.?

광양시도 예외는 아니다. 어린이보육재단을 설립하고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를 수년째 내세우며 결혼·임신·육아 등에 많은 지원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이미 태어난 아이들을 지켜낼 소아 의료에는 큰 변화가 없어 허울뿐인 슬로건이 아니냐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이에 본지는 광양시가 처한 소아·아동 의료 실태를 짚어보기로 했다.[기자말]
새벽 두시, 태어난 지 100일도 안된 아이가 갑자기 높은 고열에 시달린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한시라도 빨리 광주나 진주로 향해야 한다. 전남에는 소아 전용 응급실이 한 군데도 없기 때문이다.

사랑병원이나 광양서울병원 응급실을 찾을 수도 있지만 이마저 운이 좋아야 한다. 방문 당일 당직 의사가 소아청소년과 전공의일 경우에만 응급 처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인근 순천에 위치한 성가롤로병원도 마찬가지다. 

당장 지난 7월 열린 제320회 임시회에서 '아동응급의료센터'의 필요성을 주장했던 김보라 의원은 본인의 둘째 아이의 사례를 제시했다. 
 
 김보라 의원
김보라 의원 ⓒ 광양뉴스
  
김 의원은 "아이 심장이 덜 닫혀서 나와 신생아 때부터 전문적인 검사를 받기 위해 인근 지자체의 병원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며 "전문 검사 장비를 이용해야 하는 데다 추적 관찰을 위해 진료 데이터가 쌓여야 하기 때문에 첫 진료 받은 병원을 지속적으로 찾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가 백일쯤 열이 사십 도에 육박해 인근 병원을 찾았으나 큰 병원으로 가보라는 권유를 했다"며 "새벽에 혼자 아이를 안고 광주까지 택시를 타고 가며 얼마나 무서웠는지 모른다"고 아찔했던 기억을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전남 동부권 여성들이 주로 활동하는 네이버카페 '순광맘'에는 이와 유사한 사례들이 수도 없이 많다. 최근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응급실 뺑뺑이 사망사고'와 '소아과 오픈런' 등의 현상이 결코 남의 일만이 아닌 것이다. 

소아 의료와 분만의 실태

광양에는 소아청소년과 진료를 운영하고 있는 종합병원은 사랑병원과 광양서울병원 2개소가 있다. 여기에 개인 의원 6개소에서 소아청소년과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지역 산부인과는 5군데로 여성·아동을 위한 의료기관은 총 13곳이다. 물론 아동청소년과를 전문으로 하는 '병원'은 한 군데도 없다. 

이 중에서도 분만과 연계해 산부인과와 소아과 진료를 같이 받을 수 있는 곳은 미래여성의원뿐이다. 하지만 아이가 건강하지 않거나 조숙하게 태어날 경우에는 이용하기 어렵다. 소아 집중치료병상(NICU)이 없기 때문에 대부분은 인근 순천에 위치한 병원을 이용한다.
  
 전남 미숙아는 3.9%에서 8%, 조산아는 4.4%에서 10.7%까지 늘었다. 출생아 수는 3배가 줄었지만 집중 치료가 필요한 신생아들은 거의 줄지 않았다.
전남 미숙아는 3.9%에서 8%, 조산아는 4.4%에서 10.7%까지 늘었다. 출생아 수는 3배가 줄었지만 집중 치료가 필요한 신생아들은 거의 줄지 않았다. ⓒ 광양뉴스
  
문제는 2.5kg미만으로 출생하는 미숙아나 37주 미만인 조산아들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5kg미만 미숙아는 지난 20년간 전국적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2000년에는 3.8%였던 미숙아비율이 2021년에는 7.2%까지 늘었다. 조산아도 2000년 3.8%에서 2021년 9.1%까지 치솟았다.

전남지역으로 좁혀보면 더욱 심각하다. 같은 기간 미숙아는 3.9%에서 8%, 조산아는 4.4%에서 10.7%까지 늘었다. 출생아 수는 3배가 줄었지만 집중 치료가 필요한 신생아들은 거의 줄지 않았다. 

조산아나 미숙아의 경우 체온조절이 어려워 발열 상황이 잦은데다 호흡기, 뇌심혈관계, 장, 안구 등의 발달이 불완전한 탓에 많은 합병증을 동반하기 때문에 반드시 집중치료실을 이용해야 한다. 경과가 좋아 정상적으로 퇴원하더라도 만삭아에 비해 면역력이 떨어져 주기적인 검사와 진료를 위해 지속적으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

만약 광양에서 치료가 필요한 아이를 출산하기 위해선 무조건 타 지자체로 가야한다. 전남은 총 25개의 NICU병상을 운영 중인데 순천은 2개소에 걸쳐 24병상, 화순 전남대병원이 1개 병상을 갖추고 있다. 

응급의료 체계라지만

전국적으로 소아 응급의료문제가 불거지자 광양시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정인화 광양시장은 후보 시절부터 공약사항으로 소아 응급환자 의료 체계 구축(여성아동병원 유치)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취임 이후 병원 유치 및 확대를 위한 업무 협의를 25회 진행해 광양서울병원이 지난 10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를 1명 충원하고 올해 지역 응급의료기관에 신규로 지정됐다. 아울러 소아 의원들을 대상으로 진료 시간 연장을 추진한 결과 미래여성의원, 다나소아과의원, 선린의원 등 3개 의원이 진료 시간을 연장하기로 했다. 

일단 광양시는 이 정도 조치에 만족하는 모양새다. 지난 광양시의회 제320회 임시회에서 김보라 의원의 시정질문에 정인화 시장은 아동병원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공공병원 건립은 다소 어려울 것이란 취지의 답변을 했다. 

정 시장은 "공약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이라며 "현재 1차, 2차, 3차를 거치는 응급의료체계를 강화한 후 필요성에 따라 공공병원 등의 다른 방법을 강구해 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지만 광양시에서 소아 응급상황이 벌어질 경우 1차 진료 자체를 거칠 수가 없어 응급의료체계가 무색한 상황이다. 30병상 이상을 보유한 병원급은 전무한데다 새벽에 찾을 수 있는 응급실도 없다. 신생아 10명 중 1명은 이용해야하는 인큐베이터도 없으며 전문 검사 장비도 미흡해 산모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타 지역으로 향해야 한다.

달빛어린이 병원 근본적 대책 어려워

아동응급의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은 비단 광양만이 아니다. 얼마 전 응급실을 찾지 못해 병원을 떠돌다 결국 숨을 거둔 '아동 응급실 뺑뺑이' 사고는 서울과 대구 등 대도시에서 벌어진 참사다. 최종 의료기관인 상급종합병원 45개소 중에서도 365일 24시간 소아과 진료가 가능한 곳은 단 12개소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소규모 도시인 광양시가 자체적으로 시도할 방안이 많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손 놓고 중앙정부의 방침을 기다리기엔 한계가 있다. 이에 정인화 광양시장은 보건복지부가 100개소까지 확대 추진할 계획인 '달빛어린이병원' 지정을 언급했다.

달빛어린이병원이란 소아 경증 환자가 야간이나 휴일에도 외래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운영하는 시·도 지정의료기관이다. 그러나 현장 일선에서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대한아동병원협회는 지난 6월 어린이 진료 시스템 정상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달빛어린이병원은 전시행정"이라며 "휴일 및 야간진료를 하지 않는 달빛어린이 병원이 증가하더라도 응급실 과밀화 현상이 나타나고 지역 간 격차를 해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결국 야간, 심야 시간대 소아과 전문의를 찾을 수 있게 만드는 것이 핵심인 것이다.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 되기 위해
 
 공공심야어린이병원으로 선정된 광주기독병원
공공심야어린이병원으로 선정된 광주기독병원 ⓒ 광양뉴스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가 되기 위해선 교육, 환경, 지원 등 다양한 요소가 존재한다. 그 중에서도 '의료'는 고려 대상이 아닌 필수적인 요소다. 몇 번의 큰 사고를 겪자 각 지자체들은 소아응급의료를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이 중 가장 근본적인 대책을 실시한 곳은 부산광역시다. 부산시는 응급 의료 인프라를 확보하고 저출산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시립 아동병원을 건립하기 위한 타당성 조사 용역에 착수한다고 지난 7월 16일 밝혔다. 해당 용역 결과에 따라 2026년 착공을 시작해 2028년 개원을 목표로 삼았다.   

광주광역시는 기존 운영 중인 병원에 시 자체 부담으로 지원을 보태기로 했다. 광주시는 광주기독병원을 공공심야어린이병원으로 선정해 오는 9월부터 운영한다고 지난 6월 25일 밝혔다. 오는 9월부터 2025년 12월까지 광주시는 운영비, 홍보비 등 경상적 보조비용으로 시비 28억 8000여만 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대도시가 아니라 의사가 부족할 경우 24시간은 아니지만 심야 시간대까지 진료를 확대하는 지자체도 늘고 있다. 광양시와 비슷한 규모의 당진시는 올해 4월부터 소아 야간응급진료센터를 개소해 새벽 1시까지 운영한다. 해남군도 해남종합병원을 야간진료 운영기관으로 지정하고 소아과 의사 충원을 통해 오는 16일부터 12시까지 심야 진료에 나설 계획이다.

소아 응급사례는 아니지만 관내 병원이 충분치 않을 경우 인근 지자체의 병원과 협약을 맺는 경우도 있다. 경남 거창군은 지난 8일 대구 삼일병원과 응급의료 협약을 체결하고 응급환자 후송 및 회송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전남 동부권 3개시 행정협의회를 통해 규모가 있는 병원에 합동으로 지원하는 응급실을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소아응급의료센터 건립을 제안한 김보라 의원은 "진정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가 되기 위해선 의료 인프라가 필수적인 문제"라며 "현실적인 한계가 있기에 당장 시행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부터라도 공공병원 건립 용역이나 의원 통폐합을 통한 병원 격상, 최신식 의료 장비 지원 등을 위해 관련 절차를 차근차근 밟아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광양뉴스에도 실렸습니다.


#광양#소아응급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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