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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장산에서 번식한 불새
 식장산에서 번식한 불새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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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새가 다시 왔을까 찾은 대전 식장산이 변해있었다. 보고 싶은 마음에 이곳저곳 찾아다녔지만 불새를 다시 볼 수 없었다. 매년 번식을 해오던 벚나무를 잘라버린 탓이다.

불새라고 불리는 호반새는 매년 벚나무 구멍에 번식을 했지만 벚나무가 잘리면서 식장산에서 번식할 수 없게 됐다. 2022년 대전시는 10억 원 들여 세천유원지를 정비했다. 이 과정에서 벚나무의 생육상태와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고 판단해 벌목했다.

필자는 식장산 다른 곳에 번식했을 가능성을 고려해 지난 14일 현장을 다시 찾았지만 불새를 만나지 못했다.

국내에서는 매우 희귀한 여름 철새인 불새를 보기 위해 과거 많은 사람이 식장산을 찾아 왔다. 하지만 올해는 이런 광경을 볼 수 없었다. 

대전시 관계자는 "미처 인지하지 못 한 채 사업이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며 주의할 것을 약속했다. 나무만 보지 않고 생태를 고려했다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이다. 벌목 과정에서 나무의 생육상태만을 보고 평가하는 시스템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

가로수 관리나 수종 갱신 과정에서도 나무의 상태로만 벌목을 결정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도 새들이 번식과정에 방해받거나 죽는 경우가 종종 있다.

며칠 전 대전환경운동연합에 들어온 제보에 따르면, 전민동 가로수 가지치기 과정에서 물까치 새끼가 2개체 둥지 아래로 떨어졌고, 한 마리는 차에 치여 죽었다.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산림청 숲 가꾸기나 수종 갱신 과정에서도 수고와 직경 등으로 나무에 대한 평가만 진행한다. 숲에서 수십 년, 아니 수백 년이 넘게 있었을 생태는 중요시하지 않는 듯해 아쉽다. 나무가 연령에 준해서 성장하지 않으면 불량으로 규정하고 숲 가꾸기와 수종갱신이라는 이름으로 벌목이 진행된다.

숲 가꾸기라는 이름으로 매년 상당한 면적의 숲이 사라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숲에 있어야 하는 호반새 등 희귀종뿐만 아니라 멸종위기종의 서식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전민동 가지치기 모습
 전민동 가지치기 모습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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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지치기 과정에서 떨어진 물까치
 가지치기 과정에서 떨어진 물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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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종 갱신이 아니라 보전이 필요하다

이제 체계를 다시 바꿔야 한다. 벌목 과정에 나무만 아니라 숲에 대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나무가 불량해도 좋은 숲이라면 수종 갱신이 아니라 보전이 필요한 것이다.
     
숲과 공원에서는 단순히 나무만 자라지 않는다. 생태계가 균형을 맞춰 살아가고 있다. 나무가 매우 중요한 생태의 기초이지만, 나무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단순히 나무의 성장기준으로만 평가한다면 심각한 오류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런 오류는 이제 중단되어야 한다. 평가 과정에서 생태계에 대한 기준을 세우고 검토하면 된다. 환경을 관장하는 환경부가 숲과 가로수 등의 벌목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분석하고 지침을 세우면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

숲 가꾸기나 수종 갱신 가로수 관리를 하지 말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단순하 수목을 기준으로만 진행되는 것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숲의 생태계라는 큰 그림을 토대로 필요성을 확인하고 분석해 생물사고와 우려를 줄여나가자고 하는 것이다. 벌목으로 나무가 아닌 생명이 죽어가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는가?

#불새#대전환경운동연합#식장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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