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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 광한루에서 요천을 건너 남쪽으로 8km 거리 남원시 수지면 홈실 마을에 250년 된 조선시대의 고택 몽심재(夢心齋)가 있다. 이 고택은 남원시가 선정한 보석 같은 관광지 10선에서 으뜸으로 꼽는 곳이다. 이 가옥은 박동식(朴東式, 1763 ~ 1830)이 지은 사대부가의 전통 한옥으로 민속 문화재이다.
 
 홈실마을 접시꽃
홈실마을 접시꽃 ⓒ 이완우
 
6월 중순으로 접어드는 초여름 계절의 홈실 마을은 접시꽃이 여러 색으로 어울려 피어서 관광객을 맞이한다. 돌담이나 토담 아래에서 돋움발로 훌쩍 담 위로 꽃들을 펼쳐 보이는 접시꽃은 정겨운 꽃이다.

몽심재는 지리산 만복대에서 서남쪽으로 분기한 견두지맥 기슭의 경사진 곳에 터를 잡아 가옥의 문간채에서 사랑채와 안채로 갈수록 건물이 높아진다. 몽심재의 문간채를 지나 마당을 가로지르면 사랑채가 나오고 그 뒤에 안채가 자리한다.
 
 몽심재 솟을대문 문간채
몽심재 솟을대문 문간채 ⓒ 이완우

이 몽심재 가옥이 여느 고택들과 다른 점은 하인들을 위한 사려 깊은 배려에 있다. 솟을대문이 중심인 문간채는 전면 5칸 측면 1칸의 건물로 솟을대문의 좌측에는 창고 1칸이 있고 우측에는 방 2칸과 누마루 1칸이 있다. 누마루는 문간채의 대청으로 건물에 붙여 설치한 정자라고 할 수 있다.

대문 옆에 붙어 있는 하인들의 공간인 문간채의 방 2칸 옆에 가로세로 3m 크기의 정사각형 누마루가 1칸이 더 설치되어 있는 특별한 구조이다. 이 누마루는 우물마루 형태로 도리 방향 하인방을 동귀틀로 이용하여 이곳에 청판(廳板)을 끼워 넣었다.

누마루는 난간을 설치하여 정자와 같은 모양으로 요요정(樂樂亭)이라고 부르며 하인들의 휴식을 위해 마련된 오롯한 공간이었다. 조선 시대에 정자는 대체로 양반들의 문화와 유흥의 공간이어서 노비나 종들은 쉽게 다가갈 수 없었다.
 
 몽심재 문간채 정자 요요정
몽심재 문간채 정자 요요정 ⓒ 이완우

하인들이 마음 편하게 쉴 수 있도록 문간채 옆에 누마루를 배려한 이 몽심재 집주인의 너그러움을 쉽게 읽을 수 있다. 문간채 옆에 하인들을 배려하여 정자를 설치한 사대부가의 고택은 이 몽심재가 전국에서 유일할 듯하다.

문간채의 요요정 우측에 작은 연지(蓮池)가 있는데 정방형에 가깝다. 연지 중심에 바위섬이 있고 디딤돌 4개가 징검다리처럼 놓여있다. 경사진 이 몽심재 저택의 빗물이 흘러내려 연지를 이루고 담장 아래 배출구를 통하여 집 밖으로 흐르게 되어 있다.

요요정에서 편히 쉬는 하인들은 연지를 바라보는 여유까지 누릴 수 있었다. 사랑채에서는 마당에 있는 큰 바위에 가려 이곳 문간채의 누마루와 연지가 보이지 않는다. 연지의 수면에 머문 시원한 공기가 더운 여름에는 대류 현상으로 사랑채의 대청마루로 시원하게 불어 올라갔다.
 
 몽심재 연지
몽심재 연지 ⓒ 이완우
 
반상의 신분 차이가 엄존하던 조선 시대에 이 저택 몽심재의 주인은 문간채에 정자를 마련하여 하인들에게 쉼터로 배려하였으니, 하인들과 이 저택의 공간을 나누어 누린 셈이다.

이 몽심재는 조선 시대 후기 남원 지역의 만석꾼 저택이다. 이곳 문간채부터 이 만석꾼 고택의 소박한 전통 한옥 구조와 이 가옥 여러 곳에 어려 있는 사람에 대한 배려와 나눔의 실천이 오래도록 여운으로 남는 여행지이다.

#남원 몽심재#몽심재 문간채 정자#몽심재 요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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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관광해설사입니다. 향토의 역사 문화 자연에서 사실을 확인하여 새롭게 인식하고 의미와 가치를 찾아서 여행의 풍경에 이야기를 그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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