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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대선 승리 연설을 하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대선 승리 연설을 하고 있다 ⓒ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소셜미디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결선 투표까지 벌인 끝에 재선에 성공했다.

튀르키예 관영 아나돌루 통신에 따르면 28일(현지시각) 치러진 대선 결선 투표에서 개표가 약 99% 진행된 가운데 에르도안 대통령이 52.08%를 득표했고, 야권 단일 후보인 케말 클르츠다로을루 공화인민당 대표는 47.92%를 얻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오후 8시 15분께 이스탄불에 모인 지지자들 앞에 서서 "앞으로 5년간 튀르키예를 통치할 책임을 다시 맡겨준 모든 국민께 감사하다"라며 "신의 뜻에 따라 믿음에 보답하겠다"라고 승리를 선언했다. 

그는 "오늘 유일한 승자는 튀르키예"라며 "8500만 국민 모두가 승리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선거 결과는 누구도 튀르키예의 이익을 탐낼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라며 "우리 민족을 얕잡아보면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경제 위기·대지진에도... 민족주의 선택한 튀르키예

이로써 에르도안 대통령은 2033년까지 집권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튀르키예 헌법은 대통령이 임기 중 조기 대선을 선언하고 승리하면 임기를 5년 더 보장한다. 이 경우 내각제 시절 총리 재임 기간까지 포함해 에르도안 대통령의 총 집권 기간은 사실상 '종신 집권'인 30년으로 늘어난다.

1954년 이스탄불에서 태어난 에르도안 대통령은 빈민가에서 자란 자수성가형 인물이다. 젊은 시절부터 정치에 투신해 이슬람계 정당인 국가구원당의 이스탄불 청년지부장을 맡았고, 40세에 이스탄불 시장에 당선되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슬람 민족주의 정당인 정의개발당(AKP)을 창당해 2003년 총리에 오른 그는 연거푸 총선 승리를 이끌면서 튀르키예 최초의 3선 총리가 됐다.

그가 집권하는 동안 튀르키예는 고도성장을 이뤘고, 3연임으로 의원직을 제한한 당규 탓에 4연임이 불가능해진 에르도안은 2014년 튀르키예 사상 처음으로 직선제 대선을 치러 대통령이 됐다.

그러나 2016년 발생한 쿠데타 미수 사건을 계기로 반대파를 가혹하게 탄압했고, 권위주의적 통치를 하며 그에 대한 반감도 커졌다. 특히 최근 수년간 고물가를 잡겠다며 금리를 인하한 탓에 리라화 가치가 폭락했고, 오히려 초고물가 현상이 벌어지면서 튀르키예는 경제 위기에 신음했다.

또한 지난 2월 5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대지진 때 부실 대응 논란까지 불거졌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야권 후보인 클르츠다로을루 대표에게 패할 것이라는 예상이 쏟아지면서 정치 인생의 최대 위기를 맞았다.

에르도안 재선에 국제사회도 '촉각'... 러-우크라 중재할까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의 대선 승리를 보도하는 AP통신 갈무리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의 대선 승리를 보도하는 AP통신 갈무리 ⓒ AP
 
그러나 '정치 9단' 에르도안 대통령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안보 위기를 내세워 민족주의와 이슬람주의가 강한 보수 표심을 결집했고, 대규모 재건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지진 피해 지역의 민심을 달랬다.

그 결과 지난 14일 치러진 1차 투표에서 49.52%의 득표율로 44.88%의 클르츠다로을루 대표를 따돌리며 예상을 깼다.

다급해진 클르츠다로을루 대표는 시리아 난민을 내쫓겠다며 민족주의로 전략을 수정했으나, 승기를 잡은 에르도안 대통령은 1차 투표 3위 후보인 시난 오안 승리당 대표의 지지까지 얻어내며 결선 투표에서 승리를 확정했다.

최근 국제사회에서 튀르키예의 독특한 입지 탓에 이번 선거는 올해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선거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지만 스웨덴의 가입을 거부하고,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 편을 들었다. 또한 이슬람 원리주의를 내세워 성소수자 인권을 탄압하는 등 서방과 갈등을 겪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에르도안 대통령의 재선이 확정되자 곧바로 서한을 보내 "국가 주권을 강화하고 독립적인 외교 정책을 지지하는 튀르키예 국민의 노력에 대한 증거"라고 환영했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양국 우호 관계 증진에 기여한 에르도안 대통령의 개인적 헌신을 높이 평가한다"라며 "앞으로도 양국 간 현안에 대한 건설적 대화를 계속할 준비가 돼 있다"라고 밝혔다.

클르츠다로을루 "민주주의 위해 계속 싸울 것"

그러나 세계 식량 위기 해결에 꼭 필요했던 우크라이나 곡물 선적을 허용했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중재를 자처하기도 했다.

AP통신은 "에르도안 대통령은 새 임기를 맞이하며 국내외에서 지금보다 훨씬 강력한 영향력을 갖게 될 것"이라며 "이번 선거 결과는 튀르키예를 넘어 세계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라고 진단했다.

다만 이번 선거에서 승리하며 자신감을 되찾은 에르도안 대통령의 권위주의 통치가 더욱 강화될 것이고, 경제 위기를 촉발한 저금이 정책도 바꾸지 않겠다고 공언하면서 떠난 민심까지 되찾을지는 불확실하다.

1차 투표 때 함께 치러진 총선에서 AKP 단독 의석이 5년 전 295석에서 268석으로 크게 줄어드는 등 '경고음'도 울린 가운데 에르도안 대통령은 임기를 5년 더 연장해 30년 집권에 도전할 전망이다.

반면에 클르츠다로을루 대표는 지지자들 앞에 서서 "이번 선거를 통해 권위주의 정부를 바꾸려는 국민의 의지가 분명해졌다"라며 "튀르키예의 진정한 민주주의를 위해 계속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국가 앞에 기다리고 있는 어려움들에 대해 깊은 슬픔을 느낀다"라며 "나는 나의 투쟁을 계속할테니 여러분도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을 계속해달라"고 당부했다.

#튀르키예#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케말 클르츠다로을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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