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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2학년, 아홉 살 아들은 얼마 전까지 자전거를 타지 못했다. 6살 때 자전거 타는 법을 가르쳐 주려고 세발자전거를 사주었다. 날씨 좋은 날 몇 번 페달을 밟아보더니 흥미가 생기지 않는지 현관문 앞에 세워둔 채 그대로 3년이 지나버렸다.

내가 사는 지역은 자전거 도로가 잘 조성되어 있어서 자전거를 타고 등하교하는 학생들이 많고, 주말이 되면 아이들끼리 자전거를 타고 여기저기 놀러 다닌다. 따뜻한 봄이 되니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아들과 같은 학교에 다니는 친구들도 끼리끼리 자전거를 타고 놀러 다니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이런 모습을 보고도 아들은 자전거 탈 생각을 도통 하지 않는다. 이러다가 자전거도 타지 못하는 아이로 자랄까 봐 조급증이 나서 아빠가 직접 나서기로 했다.

자전거 가르치기, 쉽지 않다
 
아이가 자전거 타기 연습하는 모습입니다.
 아이가 자전거 타기 연습하는 모습입니다.
ⓒ 김성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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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자전거 수업 첫날. 아이는 새로 산 두발자전거가 어색한지 안장에 앉더니 페달을 밟지 못한다. 무엇이 불편한지 물어보니 보조 바퀴가 없는 두발자전거라서 넘어질까 무서워 발을 떼지 못하겠단다. 아빠가 뒤에서 잡아줄테니 겁내지 말고 타보라고 말하니 그제야 용기를 내 페달을 밟는다.

아들이 넘어지지 않게 하려고 뒤에서 허리를 굽히고 양손으로 자전거 안장을 잡으니 얼마 지나지 않아 허리가 뻐근해진다. 아이는 아이대로 넘어질까 봐 걱정되어서 온몸에 힘을 잔뜩 주고 긴장한 채 자전거를 타니 진이 빠지고, 아빠는 뒤에서 구부정한 자세로 계속 자전거를 잡고 있으니 허리가 남아나지 않을 것 같다.

내가 힘이 들기도 하고, 긴장해 있는 아이에게 조금이라도 빨리 자전거를 가르쳐 주기 위해 아이에게 여러 가지를 주문했다. "핸들은 넘어지려는 방향 반대으로 돌려야 된다. 출발할 때 페달은 힘있게 빨리 밟아야 된다." 넘어지는 게 무서워 한껏 긴장해 있는 아이에게 이런 말들이 귀에 들어왔을 리 만무하다. 첫 수업은 이렇게 끝났다. 

이 방법으로는 안 되겠다 싶어 인터넷도 찾아보고 친구에게도 물어보니, 얻을 수 있는 정보는 같았다. 옆에서 조금만 잡아주면 혼자 알아서 잘 탄단다. 내 기억도 그랬다. 나도 어렸을 때 혼자 알아서 넘어져 가며 자전거 타는 법을 익혔었다. 그래서 방법을 바꿔보기로 했다. 자전거 타는 방법을 '가르친다'는 생각을 버리고 혼자 '습득'할 수 있게 지켜보기로. 

가르치지 말고 즐기도록 하면 

자전거 타기 둘째 날부터는 옆에서 넘어지지 않도록 자전거 핸들 가운데 부분만 살짝 잡아주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들을 혼자 타게 두었다. 아이가 여전히 어정쩡한 자세로 페달을 밟고 핸들을 움직이는 모습을 보니 참견하고 싶지만 참아본다.

이렇게 사나흘이 지났다. 옆에서 핸들을 잡아주고 있던 나에게 아들이 말했다. 

"아빠, 잠깐 손 놓아 보세요. 혼자 탈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말에 미심쩍어하며 손을 살짝 놓으니 아들이 힘차게 페달을 밟으며 앞으로 달려간다. 넘어지지 않고 앞으로 나간 자신에게 스스로 놀랐는지 십 미터 정도 간 후 멈춰서더니 고개를 돌려 아빠를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쳐다본다.
     
어두워지면 좀처럼 밖에 나가지 않던 아이가 이제는 저녁을 먹은 후에도 자전거를 타러 밖으로 나가자고 조른다. 이런 아들의 모습에 "아는 자는 좋아하는 자만 못하고, 좋아하는 자는 즐기는 자만 못하다"란 말이 떠올랐다. 자전거는 즐겨야 하는 대상인데 이것을 가르치려고 했다니. 아들에게 한 수 배웠다.  

덧붙이는 글 | 기자의 블로그에도 게재될 수 있습니다.


태그:#자전거 배우기, #자전거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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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평범한 가장. 글쓰기를 좋아해서 여기저기 제 글을 품어줄 소중한 장소를 찾아다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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