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튀르키예 지진 피해 지역의 부실 건축을 보도하는 AP통신 갈무리
튀르키예 지진 피해 지역의 부실 건축을 보도하는 AP통신 갈무리 ⓒ AP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강진 피해 대응이 부실했다고 처음으로 인정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각) 지진 피해 현장인 튀르키예 동남부 아디야만을 방문한 자리에서 "너무 많은 건물이 부서져서 불운하게도 기대한 만큼 신속하게 개입할 수 없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14만 1천 명으로 구성된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수색 구조대가 활동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정부의 지진 피해 대응이 부실하다는 비판이 나오자 지난 8일 "이렇게 큰 재난에 대비하기란 불가능하다"라며 책임을 회피하는 발언을 했다가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 

오는 5월 대선을 앞두고 있는 에르도안 대통령은 여론이 나빠지자 한걸음 물러선 것으로 풀이된다. AP통신은 "재선을 위한 힘든 싸움에 직면한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번 참사와 관련해 처음으로 정부의 부실 대응을 인정했다"라고 전했다.

"국가는 어디에 있는가"... 흔들리는 권력  

피해 지역에서는 정부의 대응에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친척이 무너진 건물 잔해에 깔린 것을 지켜봐야 했다는 한 주민은 "구조대가 빨리 왔다면 친척은 살았을 것"이라며 "그러나 빠져나오지 못했고, 강한 여진이 발생하자 결국 숨졌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진으로 죽지 않은 사람들은 추위에 떨다 죽었다"라며 "이렇게 내버려 둔 사람들이 죄인 아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어린 조카들이 여전히 건물 잔해 속에 갇혀있다는 또 다른 주민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지진 발생 후 이틀 만에 피해 현장을 방문한 것에 대해 "국가는 어디에 있는가, 대통령은 이틀 동안 어디에 있었는가"라고 한탄했다.

튀르키예 건축가협회 에웁 무흐쿠 회장은 "피해 지역의 많은 건물이 부실한 재료와 방법으로 지어졌으며, 정부 규정을 무시하는 것이 상식"이라며 "(정부는) 이를 단속하지 않았던 대가를 치르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야권도 나섰다. 튀르키예 제1야당 공화인민당(CHP)은 "이 정부는 지난 20년간 지진에 전혀 대비하지 않았고, 구조 작업도 더디게 하고 있다"라며 "책임져야 할 사람이 있다면 바로 에르도안"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진의 고통을 자신들의 정치적 이득으로 바꾸려는 기회주의자들"이라며 야권을 비난했다.

'조기 대선' 승부수 던졌으나... 최대 위기 맞은 에르도안 

집권 정의개발당(AKP)을 이끄는 에르도안 대통령은 2003년 당시 내각제에서 총리를 지내고, 2014년 대통령에 올라 20년째 집권 중이다. 경제 성장으로 큰 인기를 얻은 데다가 2017년 군부 쿠데타를 제압하고, 수천 명의 정적을 숙청하면서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하지만 에르도안 대통령이 강조하는 이슬람 율법과 권위주의에 대한 피로감, 최근 심각한 경제난까지 겹치면서 지지율이 흔들리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오는 5월 14일 조기 대선·총선을 실시해 국민의 신임을 묻겠다며 승부수를 던졌으나, 대선을 불과 석 달 앞두고 튀르키예가 사상 최악의 대지진으로 국가적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이번 지진 참사가 튀르키예 민심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의견이 엇갈린다. 

유라시아그룹 유럽 담당 엠레 피커는 "재난의 규모를 볼 때 튀르키예 정부의 대응은 비교적 신속했다"라며 "이 정도 수준의 대응이 유지된다면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유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에르도안 대통령이 3개월간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것에 대해서도 "그의 강점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라고 덧붙였다. 

반면에 튀르키예 싱크탱크 테파브의 셀림 코루는 "사람들은 참담하고 비참할 때 변화에 투표하는 경향이 있다"라며 "에르도안 대통령이 지진을 핑계로 선거를 연기하려고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튀르키예#지진#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