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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인시민신문

"어떻게 이런 걸 차리셨어요?"

위 질문은 '카페 드 바로크'에서 내가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다. 나는 사람들에게 '이런 거'라고 불리는 '복합문화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전망이 좋다며 호기롭게 4층에 차렸지만 역시 카페는 1층이 진리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는 중이다.

이곳에서 내가 하는 일은 음료 제조, 디저트 제조, 공연 기획, 악기 수업, 독서 모임, 피아노 연주 등이다. 많은 일을 하는 것 같지만 대부분 독서와 연습으로 시간을 보내는데 이유는 간단하다. 손님이 없어서! 손님을 기다리는 혼자 보내는 시간이 나의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차지하고, 그게 내가 하는 일 중에서는 가장 고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카페 드 바로크를 오픈하고 개인 SNS에 소식을 알렸을 때 10년 전 아르바이트를 했던 카페 사장님께서 축하 문자를 보내주셨다.

"문희야. 예전에 말한 대로 진짜 꿈을 이뤘구나. 축하한다." 문자를 보자 마라 "헉, 내가 10년 전에도 이런 꿈을 꾸고 있었다고?"라는 생각이 들면서 순간 멍해졌다.

그 당시 사장님에게 일을 배우며 이런저런 대화를 했었는데 스치듯이 나눴던 대화를 10년 동안 기억해주신 사장님 덕에 나는 10년 만에 꿈을 이뤄서 나타난 아르바이트생이 돼 있었다. 이래서 사람은 항상 꿈을 가져야 한다는 걸까? 누군가에게 꿈을 이룬 사람으로 보일 기회는 많지 않으니까.

나는 초등학교 때부터 피아니스트가 꿈이었다. 꿈을 이루기 위해 중학교 때부터 대학교까지 경기 용인과 서울을 오가며 정말 열심히 피아노 공부를 했다. 그때는 누구보다 열심히 잠과의 전쟁, 버스 배차 시간 전쟁, 입시 전쟁에 참전해 다사다난한 학창 시절을 보냈던 것 같다.

분홍색 손톱깎이는 내가 전쟁에 참전하기 시작한 중학생 때부터 무려 18년 동안 사용하고 있는 제품이다. 사실 애장품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고 밤낮으로 고민했다. 짧은 시간 동안 나름 치열하게 조문희 배 애장품 월드컵을 진행하게 됐다. 월드컵 참가 후보로는 피아노, 악보, 필사 노트, 일기장, 손톱깎이가 있었는데 그중에 최종 우승을 차지한 것이 손톱깎이다.

이 손톱깎이는 중학교 때 피아노 학원 옆에 있던 마트에서 구매했던 제품으로 불투명한 분홍색 몸통, 손잡이 부분에 튀어나온 반원 잘린 손톱을 모아주는 손톱 통이 달린 특징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가격은 단돈 1000원.

기억하건대 나는 태어나서 한 번도 손톱을 길러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기르기는커녕 초등학교 때는 레슨 전에 손톱이 길면 연습실에 쪼그려 앉아 바닥에 종이를 깔아놓고 가위로 손톱을 자르곤 했었다. (그러니 손톱깎이에 달린 손톱 통은 나에게 엄청난 혁명의 아이템!)

학창 시절에는 무조건 실기시험 전날 아침에 손톱을 깎아야 하는 징크스까지 있었는데 절대 아침에 손톱을 안 되고 전날 아침에 깎아야 했다(지금도 가지고 있는 징크스다). 내가 그동안 수십 번의 시험을 봤으니까 수십 번이나 나의 실기시험 전날 아침을 함께 해준 셈인데, 그때를 다시 떠올리며 글을 쓰다 보니 더욱 애정이 가득해지는 것 같다. 더불어 앞으로 있을 연주 때마다 애정과 신뢰를 듬뿍 담아 내 손톱을 부탁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동안 나만 알고 있던 나의 손톱깎이를 소개해드리게 돼 설레기도 하고 긴장도 된다. '카페 드 바로크'를 하지 않았다면 이런 기회도 없었을 거라는 생각에 스스로 칭찬도 해주고 앞으로 이곳에서 펼쳐질 나의 꿈들에 기대도 한껏 품어본다.

* 위 글은 문화체욱관광부(지역문화진흥원)가 지원하고, 느티나무재단이 주관한 '2022 협력형 생활문화 활성화 사업 중 '우리동네 생활기록부 프로젝트 - 라이프로그'가 발생한 <우리 동네> 잡지에 실린 내용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용인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용인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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