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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동부의 진안고원에서 발원한 섬진강은 임실군 관촌면을 지나면서 오원강(烏院江)이라 했고, 운암면에 이르러서는 운암강(雲巖江)이라 하였다. 섬진강댐이 조성되어 운암강이라 부르던 강물은 천천히 흐르는 호수를 이루어 옥정호(玉井湖)가 되었다.

호남정맥 산맥 아래의 6.2km의 도수로를 섬진강 물줄기가 통과하여 동진강 유역으로 힘차게 흐른다. 이 농업용수는 호남평야를 촉촉이 적시며 생명의 쌀을 생산하는 소중한 자원이 되었다.

잿말의 수몰

섬진강댐에서 약 12km 위치의 옥정호 상류에 붕어섬(외앗날, 6만 6천여㎡)이 있다. 이 섬은 임실군 운암면 입석리와 용운리의 경계가 된다. 이 섬에 폭 1.5m, 길이 420m의 출렁다리가 지난 10월에 완공되었다.

옥정호 원경이 내려다보이는 국사봉에서 붕어섬에 초점을 맞추면 멋진 풍경이 펼쳐진다. 꼬리를 힘차게 흔들며 헤엄치는 듯 붕어섬의 모양은 호수의 한적한 정취를 생동감으로 출렁이게 한다. 요산공원(樂山公園) 들머리에서 붕어섬으로 건너가는 출렁다리가 연결된다. 공원에는 꽃밭의 둘레로 나무 데크의 산책로가 호숫가를 따라가고 있다.

요산공원은 신덕면에서 흘러온 옥녀동천(玉女洞川)이 운암강과 합류하는 두물머리 쪽으로 길게 거북이 목처럼 돌출된 지형이다. 호수에 잠긴 옥녀동천의 강변 충적지가 예전에는 운암면의 소재지인 잿말(嶺村)로 마을 규모가 튼실했다.
 
 옥녀동천의 강변이었던 이곳에 소설 운암강의 중심 무대인 잿말이 있었다.
옥녀동천의 강변이었던 이곳에 소설 운암강의 중심 무대인 잿말이 있었다. ⓒ 이완우
 
 400년 전의 운암강의 산 좋고 물 좋은 요산요수(樂山樂水)의 풍경과 정취에서 속에 양요정 주인공으로 보이는 분의 모습을 볼 수 있다.
400년 전의 운암강의 산 좋고 물 좋은 요산요수(樂山樂水)의 풍경과 정취에서 속에 양요정 주인공으로 보이는 분의 모습을 볼 수 있다. ⓒ 이완우

이 잿말이 조선시대에 12명의 진사가 배출된 400년의 유서 깊은 삶의 터전이었음을 요산공원의 양요정(兩樂亭)이 이야기해주고 있다. 임실군에서 동학운동과 3·1독립만세운동의 횃불을 올린 중심이 되는 마을이기도 하다. 섬진강댐의 완공으로 수몰되기 전에는 면사무소, 파출소 등 관공서와 운암국민학교가 위치하였다.

이 잿말이 1965년에 옥정호에 수몰되면서 현재의 운암면 쌍암리가 운암면의 새로운 소재지가 되었다. 입석리 요산공원에는 망향탑(望鄕塔)이 수몰민들의 한을 머금은 채 옥정호를 우두커니 바라보고 있다.

강수량이 적어 말라가는 옥정호 상류가 호수 모습을 잃었고 추억처럼 섬진강 상류인 운암강이 흐른다. 신덕면에서 발원하여 섬진강에 합류하는 옥년동천이 요산공원 절벽 아래를 휘감아 흐르고 있다.
 
 강수량이 적어 말라가는 옥정호 상류가 호수 모습을 잃었고 추억처럼 섬진강 상류인 운암강이 흐른다.
강수량이 적어 말라가는 옥정호 상류가 호수 모습을 잃었고 추억처럼 섬진강 상류인 운암강이 흐른다. ⓒ 이완우
 
 임실군 신덕면에서 발원하여 섬진강에 합류하는 옥년동천이 요산공원 절벽 아래를 휘감아 흐르고 있다.
임실군 신덕면에서 발원하여 섬진강에 합류하는 옥년동천이 요산공원 절벽 아래를 휘감아 흐르고 있다. ⓒ 이완우

강수량이 적은 올해의 옥정호 상류는 찰랑이는 물결로 가득한 호수의 모습을 잃어버리고 운암강을 추억하듯 감입곡류 형태로 복원되어 흐르고 있다. 호수에 잠긴지 60년 가까운 세월을 견뎌내고 호수의 바닥에 운암강의 하천 형태를 유지하며 흐르는 강물이 대견하기도 하다.

섬진강 상류인 운암강 유역에는 지석묘가 많았다. 섬진강댐 축조 과정에서 수몰 예정지역의 문화재 발굴 조사가 제대로 되지 않아서 선사시대의 많은 문화유산이 수몰되었다. 지역 주민들은 운암강변의 규모카 큰 지석묘 앞에 깃발이 꽂혀 있었다고 말한다. 관리들도 지석묘 앞에서는 말에서 내려서 걸어갔다고 한다.

누구나 궁궐이나 향교 사찰 등의 앞은 경건하게 걸어서 지나가라는 표시가 하마비(下馬碑)였다. 어느 시대의 이야기인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깃발이 꽂혀있어서 하마비 역할을 했다는 그 위엄 있었던 지석묘 문화유산을 이제는 운암강 강변에서 찾아볼 수 없어 안타깝다. 현재 운암초·중학교 교내에 고인돌 2기가 수몰지역에서 옮겨져 보존되어 있다.
 
 운암강 강변에 있던 고인돌이 수몰되거나 관심 부족으로 사라지기도 했다. 현재 운암초·중학교 교내에 고인돌 2기가 수몰지역에서 옮겨져 보존되어 있다. 이 고인돌은 길이 2.5m, 폭 2.5m, 높이 1.2m 정도의 크기이다.
운암강 강변에 있던 고인돌이 수몰되거나 관심 부족으로 사라지기도 했다. 현재 운암초·중학교 교내에 고인돌 2기가 수몰지역에서 옮겨져 보존되어 있다. 이 고인돌은 길이 2.5m, 폭 2.5m, 높이 1.2m 정도의 크기이다. ⓒ 이완우

어린 시절에 물가에서 미역 감으며 놀다가 입술이 파래지고 몸이 오들오들 추워지면 큰 바위 위에 올라가 몸을 데웠다. 여름날 바위는 햇볕에 달구어져 따뜻하기도 했다. 어떤 큰 고인돌은 전설을 품고 있어서 무섭기도 하면서 친근한 놀이터가 되었던 고향의 산천이었다.

섬진강댐 축조 과정에서 수몰민의 희생을 지켜본 운암강의 역사는 희미한 옛날의 이야기가 되어 잊히고 있다. 운암강의 맑고 푸른 물빛이 운암강에 뿌리를 두었던 사람들의 눈물 어린 세월과 가슴의 응어리가 배어든 색깔임을 느끼게 한다.

운암강의 수몰된 잿말은 산업화와 도시화의 물결에 잃어버린 농촌의 고향을 추억하게 한다. 운암강 잿말 사람들의 희생 어린 삶의 이야기는 고향의 역사이고 소중한 문화적 자산이다. 잿말은 고향을 대유(代喩)한다. 진정한 여행은 고향을 찾는 정서적인 발걸음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닐까?

운암강과 잿말의 이야기는 임실 옥정호의 역사 문화적 자산을 더 풍부하게 할 것이다. 옥정호에 안긴 붕어섬 출렁다리와 요산공원의 망향탑이 아침 안개를 배경으로 12월 중순 겨울의 조화로운 풍경이 되고 있다.
 
 옥정호에 안긴 붕어섬 출렁다리와 요산공원의 망향탑이 아침 안개를 배경으로 조화로운 풍경이 되고 있다.
옥정호에 안긴 붕어섬 출렁다리와 요산공원의 망향탑이 아침 안개를 배경으로 조화로운 풍경이 되고 있다. ⓒ 이완우

#옥정호 붕어섬 출렁다리#옥정호 요산공원 망향탑#요산공원 양요정#운암강 잿말#운암강 고인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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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관광해설사입니다. 향토의 역사 문화 자연에서 사실을 확인하여 새롭게 인식하고 의미와 가치를 찾아서 여행의 풍경에 이야기를 그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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