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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대통령 연설문과 우리 글 바로 쓰기>란 책이 출간되었다. 최정근 KBS 기자가 쓴 이 책은 김대중부터 문재인까지 대통령 5명의 연설문을 바탕으로 글쓰기 방법과 전략을 전수하는 책이다. 또한 대통령별로 시대정신을 담은 연설문을 두 편씩 소개해 대통령들의 뛰어난 화법과 논리뿐만 아니라 한국 현대사의 흐름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책에서 못다 한 이야기가 있을 것 같아 최정근 기자와 지난 23일 전화로 만나 보았다. 다음은 최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대통령 연설문에도 잘못된 표현이... 자꾸 고치고 싶어 책까지"
 
 최정근 KBS 기자
최정근 KBS 기자 ⓒ 최정근 제공
 
- 글쓰기에 대한 세 번째 책을 내신 건데, 소회가 궁금합니다.

"책 낼 때마다 흥분도 되고 살짝 긴장도 되는데 한편으로는 많이 부끄러워요. 제가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니까 책을 낸 거지만, 굳이 활자로 누구한테 내보일 정도 가치가 있는 말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보면) 조심스럽죠. 그래서 책을 내고 나면 부끄러운 생각도 들고 조금 더 잘 쓸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들어요."

- 글쓰기 책을 계속 내는 이유가 있나요?

"중고등학교 다닐 때 국어 과목을 좋아기는 했지만 전공을 하지는 않았어요. 방송기자를 하면서 매일매일 쓰다 보니 잘 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제가 쓰고 있는 기사가 상당히 잘못됐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어요. 쓰지 말아야 되는 낱말을 어느 순간 쓰고 앞뒤가 맞지 않는 비문이나 어색한 표현도 자꾸자꾸 쓰고 있더라고요. 주변 동료나 선후배들 기사를 봐도 그런 표현들이 자꾸 눈에 띄더라고요.

공영방송 뉴스라면 정확하고 신속한 보도도 필요하지만, 글 자체로도 모범이 돼야 하잖아요. 방송 뉴스는 여러 사람이 아무 때나 쉽게 접하는 글이고 말이기 때문에 틀리는 말투를 전하면 안 된다는 게 원칙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문제의식으로 보니까 우리 주변에 있는 기사들이 잘못된 게 많아서 어떤 게 잘못됐는지 찾아보기 시작했어요."

- 방송기자는 말로 하는 거잖아요. 말과 글은 다르지 않나요?

"다르죠. 다른 특성이 분명히 있어요. 근데 저는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글을 말하듯이 써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모두가 이해하기 좋은 글이라고 생각해요. 근데 학술의 영역 글은 완전히 다르죠. 우리가 일상에서 주고받는 대화하고 완전히 다른 용어도 써야 되고 그 글을 풀어나가는 방식도 다를 수밖에 없을 테고 훨씬 어려운 말들과 표현과 기법들이 들어가겠죠. 그런데 우리가 평소에 그냥 쓰는 글은 어렵게 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그냥 말하듯이 쓰는 글이 가장 쉽고 가장 편하고 가장 올바른 글이라고 생각해요."

- 대통령 연설문으로 글쓰기를 이야기할 생각은 어떻게 하셨어요?

"처음부터 대통령 연설문으로 책을 쓰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에요. 지난 20대 대선을 1년 정도 앞둔 때에 각 당에서 후보들이 나타났는데요. 후보들한테 집중된 시기이기는 했지만, 역대 대통령들이 어떤 일을 했는지도 한번 짚어볼 때이기도 했어요. 제가 지금 시사 대담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팀에 있어서 더 관심을 갖게 된 면도 있고, 또 일반 유권자로서도 과거 대통령들이 어떤 일을 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었던 거죠. 그러면서 대통령들의 연설을 살펴보게 된 거예요.

왜냐하면 연설이라는 게 대통령이 하는 통치와 정치 그 자체더라고요. 보통 '정치는 말'이란 말을 많이 하는데, 말 중에서도 가장 정제되고 가장 응축된 말이 바로 그 대통령의 연설이잖아요. 연설문들을 쭉 살펴보면서 그 연설이 어느 시대에 어떤 흐름에서 나왔는지 그리고 그 연설을 함으로써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보기 시작한 거거든요.

그런데 제가 국어나 언어를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거기에 관심이 있는 상태라서 연설문 중 또 잘못된 게 자꾸 눈에 들어오는 거예요. 그래서 이 연설문을 고치고 싶은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래서 공영방송 KBS 기사가 올바른 팩트를 담으면서도 글 자체로도 정확해야 하는 것처럼, 대통령 연설문도 바람직한 정책 방향을 제시하면서 글이나 말 자체로도 똑발라야 된다는 생각을 한 거죠. 그래서 이 책을 썼어요."

- 김대중 대통령부터 문재인 대통령까지 5명 대통령 연설문에 대한 거잖아요. 이 5명의 연설문만 선정한 이유가 있나요?

"대통령에 대한 호불호나 정치 성향 때문에 그런 건 아니고요. 최근 5명의 대통령 집권 시기에 연설비서관 체계가 갖춰졌어요. 그 전까지는 연설비서관이라는 전담 전문 인력을 두고 연설문을 준비하지 않았다고 해요. 그래서 김대중 대통령부터를 기준으로 삼아서 비교해본 겁니다."

"베스트 연설문은 김대중 대통령의 1998년 광복절 경축사"

- 대통령 연설문을 다 읽어보셨을 텐데 어떠셨어요?

"솔직히 그걸 다 읽어보지는 않았어요. 연설문 중에서도 어떤 거는 의례적인 환영사 ,축사잖아요. 이런 건 꼼꼼히 읽어볼 필요가 없는 거니까 넘기고 그 대통령의 정치 철학이 담겨 있거나, 중요한 정치 사안에 대해서 설명하거나 의미 있는 중요한 연설들만 골라서 꼼꼼히 읽어본 거죠."

- 책에 들어가진 않았으나 인상 깊었던 연설문이 있었나요?

"가장 인상 깊은 연설은 책의 맨 처음에 나오는 노무현 대통령 연설이에요. 그러나 그건 대통령 위치에 있을 때 한 것이 아니어서 책 서두에만 잠깐 언급하고 제대로 소개하지는 않았어요. 노무현 대통령이 대선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한 연설이에요. 그 연설이 가장 감동적이고 가장 울림이 큰 연설이라고 생각해요."

- 분량 때문에 못 넣은 연설은 없었나요?

"김대중 대통령 취임사예요. 김영삼 대통령 때 문민정부가 되기는 했지만, 실제적인 정권 교체를 처음으로 한 대통령이라는 역사적·정치적 의미도 있고, 시대적으로 되게 어려운 시기였고, 그리고 오랫동안 대통령을 준비한 분이 대통령으로 취임하면서 자기의 회한과 포부와 철학과 신념을 다 아우른 연설이었기 때문에 거기에 담긴 뜻이 되게 많다고 저는 봤어요."

- 김대중 대통령 취임사를 생각하면 대통령이 울컥해 말을 잇지 못한 부분이 떠올라요.

"다른 대통령들도 마찬가지겠지만 다들 국가와 민족과 국민을 생각하는 마음이 충만한 분들이었다고 저는 생각해요. 김대중 대통령도 마찬가지였겠죠. 그리고 우리나라 상황이 아주 어려운 때였기 때문에 감정이 좀 북받친 면도 있었을 테고, 그 다음에 본인이 우리나라를 어떻게 이끌어보겠다고 준비해 왔던 오랜 준비의 과정, 유신 독재에 맞서서 어렵게 싸웠던 과거들이 한꺼번에 집중돼 감정으로 표현된 게 아닐까 생각해요. 의도한 건 아니겠지만 연설하는 사람의 진심이 느껴지는 장면이잖아요. 그런 장면 때문에 그 연설이 많은 사람들 기억에 남고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이 그 얘기를 하는 거겠죠."

- 기자님이 생각하는 베스트 연설문과 워스트 연설문은 뭔가요?

"제가 2편씩 뽑은 10개 중에서 베스트와 워스트를 뽑을 수밖에 없는데 가장 최상의 연설문은 김대중 대통령이 1998년 광복절에 한 경축사예요. 김 대통령이 왜 준비된 대통령이었는지를 잘 나타내주는 연설문이라고 생각해요. 그 연설문에서 구체적으로 제시한 과제들이 아직까지도 우리 사회에 유효해요. 그 연설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제시한 통치 방향들이 우리나라를 발전시키고 변화시킬 정말 중요하고 필요한 것이었다고 봤어요."

- 워스트는 뭔가요?

"워스트 연설은 미안하지만 박근혜 대통령 취임사예요. 박 전 대통령이 한 다른 연설도 그렇지만 이게 당시에도 청와대에 연설을 전담하는 조직 인력들이 있었던 건 맞는데 공식 조직에서 이 연설문을 매만진 게 아니라는 게 지난 탄핵 이후 재판 과정에서 다 만천하에 공개됐잖아요. 그 안에 담겨 있는 창조경제가 뭔지도 모호하고 그 이후에 취임사에서 공언했던 정책, 국정 기조 방향들이 어떻게 풀려나갔는지를 돌이켜보면 박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본인의 신념을 얘기한 게 맞나 싶어요. 너무 부족한 연설이었다고 생각해요."

-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출근길 문답은 어떻게 보셨어요? 너무 정제되지 않는 발언을 한다는 비판도 있어요.

"동의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기자들 질문 받고 답하는 건 아주 좋다고 생각하는데요. 말을 너무 막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막말을 한다는 게 아니라 정리하지 않은 말을 하는 거 아닌가 해요. 대통령은 입이 무거워야 되거든요. 대통령 말 한마디에 나라가 막 움직이잖아요. 그래서 대통령이 입을 다물어서도 안 되지만 가볍게 말해서도 안 되죠. 정부 부처, 대통령 참모들과 충분히 논의하고 정리된 내용을 말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은 상태에서 발언했다가 혼선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었잖아요. 

또 감정을 드러낸 발언을 하기도 했잖아요. 약간 신경질을 내는 듯한 말도 하는데 이런 거는 정말 옳지 않죠. 형식은 기자들과의 문답이지만 실제로는 국민한테 말을 하는 거잖아요. 그렇다면 그런 태도도 조심해야 되고 말하는 내용도 아주 정리가 잘 돼 있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아서 아쉬운 점이 많이 있어요."

- 이 책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뭔가요?

"말과 글이라는 건 그 사람 자체이죠. 그 사람의 생각과 인격을 드러내고 범위를 넓히면 우리 사회 생각과 사상, 신념, 이상이 어우러진 것이죠. 그래서 말이나 글을 전문으로 공부하거나 쓰는 사람뿐만 아니라 일반 사람 모두가 우리 말을 바르게 써야 해요. 이런 생각을 염두에 두고 작은 것이라도 실천했으면 좋겠어요."
 
 <대통령의 연설문과 우리 글 바로 쓰기> 책표지
<대통령의 연설문과 우리 글 바로 쓰기> 책표지 ⓒ 나남

덧붙이는 글 | WBC 복지TV 전북방송에도 중복게재 합니다.


#최정근#글쓰기#대통령 연설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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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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