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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실보전금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손실보전금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 권성훈
 
이번에도 우리 회사는 대상이 아니었다. '소상공인 손실보전금 신속지급' 얘기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사업자 번호를 넣어 봤지만 역시나 '신속지급 대상이 아니니 추후 안내될 확인지급 절차를 통해 지원해 주시기 바란다'라는 메시지만 화면에 덩그러니 뜰 뿐이었다.
   
우리 회사는 2019년도 말에 설립하고 2020년에 본격 사업을 진행한 작은 신생 외식 프랜차이즈였다. 그러니까 하필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이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이 회사가 어찌 되었을지는 불 보듯 뻔하다. 우리 회사는 지난해 말 폐업을 선택했다.

이번 코로나19 기간 중 영업 제한을 받은 외식업에 직결된 회사였음에도 그동안 지원금이든 손실보상이든 그 대상에서 언제나 제외되었다. 알고 보니 세무서에 등록된 업종코드가 가장 큰 문제였다.
  
 업종코드, 프랜차이즈인데 대분류가 금융이다.
업종코드, 프랜차이즈인데 대분류가 금융이다. ⓒ 권성훈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자면 가맹사업(프랜차이즈) 역사가 40여 년이 넘었음에도 명확한 업종 코드가 아직도 없다. 그래서 가맹사업 서비스 업종이 때로는 세무서에 '기타 분류되지 않는 사업 지원 서비스업(659901)'으로 등록되기도 한다. 문제는 대분류 65가 금융/보험업으로 지원 제외 대상 업종이라는 것이다.

여하튼 공고문을 다시 읽어보니 업종코드 문제만이 아니었다. 지원 대상 기준에 '21년 12월 31일 기준 폐업 상태가 아닐 것', 우리 회사는 21년 12월 20일 폐업 신고 되었다. 그러니 어차피 지원 대상이 아니었다.

이렇게 우리와 같이 벼랑 끝에 몰린 소상공인은 지원 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전전긍긍한다. 사실 지원금 수준이 현재 상황을 반전시키기에는 너무도 박한 액수이다. 하지만 그거라도 받아야 마음의 위로가 되다 보니, 다들 그 대상에 해당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한다. 그러니 결과적으로 지원에서 제외된 소상공인들은 불만의 목소리를 높일 수밖에 없다.

그들의 손끝만 바라보는 자영업자들

"네, 다행히 저는 이번에 '손실보전금'은 600만 원 받았습니다. 이거라도 줘서 고맙긴 한데 '손실 보상금' 소급 적용은 여전히 못 받고 있네요."

서울에서 국수 가게를 하는 사장 A씨의 사연은 이미 이전 기사로 전했었다(관련 기사 : 안철수 소고기 발언보다 더 문제적인 '이 상황'). 접객 전문이었던 그의 가게 또한 코로나19 기간 중 매출 하락에 직면했고 고심 끝에 해결책으로 적잖은 돈을 들여 '숍인숍'(한 가게에 다른 브랜드와 메뉴를 추가하여 판매하는 방식)을 과감히 도입했다. 그리고 그 속사정이야 어찌됐든, 일단 매출을 코로나 이전으로 돌려놓았다.

그리고 그 덕분에(?) 그는 '손실보상'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더군다나 매출 하락이 있었던 2020년 하반기 손실은 아직 소급 적용이 안 되다 보니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방역지원금 600만 원 추가 지급'에 적잖이 기대를 걸고 있었다.

그런데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다'라는 속담처럼, 윤석열 정부 인수위의 안철수 위원장은 '소고기 먹는 자영업자'를 운운하며 영업 제한 업체더라도 매출 감소 여부에 따라 대상을 선정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그는 큰 실망감에 강한 어조로 공약 파기를 비판했었다.

경기도에서 무한리필 고깃집을 운영하는 사장 B씨도 이번에 손실보전금으로 기본금인 600만 원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의 말에 약간의 의문이 들었다. 이번 '손실보전금' 정책은 기본 600만 원에 더해 매출 감소율과 업종에 따라 최대 1000만 원까지 지급되고 있다. 따라서 B씨가 기본 지원금만 받았다는 건 그의 가게가 코로나 재난 중 매출 감소가 거의 없었다는 의미였다. 영업 제한 속에서 배달을 하지 않았음에도 매출 감소가 없었다는 건 꽤 드문 일이다.

"당연히 코로나에 영향을 받았죠. 그런데 내 상황이 좀 특수했어요. 코로나 직전 경쟁 업체가 우리 가게 근처에 입점하면서 2019년도 매출이 안 좋았거든요. 그런 상황에서 코로나19까지 터졌으니 더 큰 타격을 받게 생긴 거죠. 그런데 코로나 재난 중 그 경쟁 업체가 견디지 못하고 먼저 폐업했어요. 그 반사 이익으로 매출이 떨어지지 않았고, 그래서 기본금 600만 원만 나온 거예요."

생존자에게만 주는 격려금?

"이번에 아는 사람 가게도 지원금을 받았다는데, 재미있는 건 그 양반이 장사가 안돼서 작년에 이미 영업을 중지했거든요. 그런데 깜빡하고 세무서에 폐업 신고를 안 했대요. 그래서 이번에 지원금을 받게 되었다며 무척 좋아하더군요. 이번 지원금 대상 자격 기준 중 하나가 작년 12월까지 영업했던 가게잖아요. 그때 폐업 신고했으면 이번 지원금은 못 받는 거죠."

사실 이와 비슷한 사례가 소상공인업계에 적잖았다. 위의 사례는 의도치 않은 경우였지만, 대부분은 더는 버틸 수 없어 이미 영업을 중단했음에도 정부의 추가 지원금 논의가 있으면 혹시라도 그 지원 정책에서 소외될까 두려워 의도적으로 폐업 신고를 늦추는 것이다.

때문에 이번 '손실보전금'의 '21년 12월 31일 기준 폐업 상태가 아닐 것'이란 지원 대상요건은 자영업자들 사이에 큰 불만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분명 '손실보전금'과 같은 지원금은 방역에 협조한 소상공인들의 노력과 희생을 인정하고 일부라도 도움을 주고자 하는 의미의 정책일 것이다.

그런데 위 B씨의 경험담으로 알 수 있듯, 결과적으로 최종 생존자에게만 주어지는 격려금 또는 상금처럼 되었다. 더욱이 거꾸로 보면 이미 재난에 쓸려나가 더 절박한 상황에 다다른 '전직 소상공인'에 대해서는 경쟁에 도태된 패자로서 이런 지원금조차 받을 자격이 없다라는 느낌을 받게 만들었다. 

정치적 이해득실과 행정편의주의로 만든 정책
 
 지난 3월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앞에서 코로나19 사회적거리두기와 영업제한 정책으로 인해 2021년 하반기 부채가 900조원에 육박한 중소상공인들의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지난 3월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앞에서 코로나19 사회적거리두기와 영업제한 정책으로 인해 2021년 하반기 부채가 900조원에 육박한 중소상공인들의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 권우성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손실보전금'이 지급되자 소상공인들이 이 돈을 폐업 처리 비용으로 사용하거나 밀린 임대료 지급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대폭 늘었다고 한다. 당연하다. 앞서 올린 바와 같이 정책 결정자들의 손끝만 바라보며 폐업을 늦추고 버틴 자영업자가 한둘이 아니었고 이들이 지원금을 받자 본격적으로 폐업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에서 기준일 이전 폐업자를 아예 지원 대상에서 제외한, 지극히 행정편의주의적 기준을 합리적이라고 받아들일 소상공인이 몇이나 될지 의문스럽다. 기준일 이전에 폐업한 소상공인에 대해서는 폐업 일자까지 날별 계산한 금액을 지급하는, 그런 세심함을 발휘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그런데 기준일자보다 하루라도 부족하면, 그들의 협조와 희생을 전부 인정하지 않는 정책을 만들어 버린 것이다. 도대체 이렇게 무례하고 무책임한 정책이 어디 있을까?

이번 재난에 피해를 본 소상공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같은 업종이라도 각자 처한 상황에 따라 서로 다른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그런데 이들이 이구동성으로 비판하고 부분이 있었다. 현재까지 나온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에 대한 정책 대다수가 재난에 희생된 소상공인 처지를 반영하기보다는 자신들(관료, 정치인)의 이해득실과 편의적 사고만 반영한 것들이란 점이다. 

"그때나 이때나 똑같아요. 솔직히 자신들의 이해득실만 따지는 거죠. 그때는 주면 안 된다고 하는 정치인들이 지금은 줘야 한다고 난리고, 그때는 줘야 한다고 난리 쳤던 정치인들이 지금은 또 안 된다고 하잖아요. 같은 사안을 가지고 말이죠. 그때는 포퓰리즘이고 지금은 아닌가요? 그때 없던 돈이 지금은 갑자기 생겼나요? 기준일 전에 폐점한 사람들은 자격이 안 된다는 건 도대체 어떤 근거에 기인한 건가요?"

#손실보전금#코로나19#자영업#소상공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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