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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발의 후 15년이 지난 오늘날, 여전히 차별금지법은 제정되지 않았다. 그 사이 차별과 혐오선동을 이용하거나 방치해 온 정치는 한국사회 민주주의를 후퇴시켰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의 국회 앞 평등텐트촌 농성과 미류(인권운동사랑방), 종걸(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두 인권활동가의 단식에도 불구하고, 더불어민주당은 차별금지법을 당론으로 채택하지 않고, 여러 핑계를 앞세워 평등을 미루고 있다.

차별금지법의 4월 제정을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세력의 폭언을 제일 앞에서 맞아야만 하는 성소수자들이 더불어민주당의 책임과 역할을 요구하기 위해 4월 21일부터 법안 공포가 가능한 5월 2일까지 매일 한 명씩 공개적으로 편지를 적어 보낸다.[기자말]
 이덕현
이덕현 ⓒ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 박광온 법제사법위원장께.

안녕하세요. 의원님.

저는 수원시 천천동에 사는 이덕현이라고 합니다. 저는 게이입니다. 읽힐지 모르는 편지지만 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제가 처음 자신을 동성애자라고 받아들였던 건, 20대 초반이었습니다. 그전에는 끊임없이 부정하고 혐오했죠. 성소수자를 보통 사람들이라고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동성애자라고 받아들였던 날, 저는 엉엉 울었습니다.

그건 내가 남성에게 성적으로 끌린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과는 다른 것이었습니다. 저는 앞으로 보통 사람들처럼 살 수 없을 거라는 걸 받아들여야만 했죠. 평범하게 결혼하고 자식을 낳고 살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언제나 나를 숨겨야 하고, 이상한 사람 취급받으면서 살아야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조차도 나를 역겨워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평생 혼자가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성소수자 커뮤니티를 만날 수 있었고, 게이로서의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주는 페미니스트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자신을 긍정하게 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도 커밍아웃하기 시작했죠. 그러다가 2007년 보수기독교의 항의로 차별금지 사유에서 성적지향을 빼려고 한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혐오의 바다를 열심히 헤엄쳐 나온 것 같은데, 다시 그 한 가운데에 던져진 것 같았습니다. 내가 나왔다고 생각한 것이 얼마나 큰 착각이었는지 국가가 비웃는 것 같았습니다.

그때 사람들이 모여 차별금지법 상황을 공유하고 무엇을 할 건지 이야기하는 '긴급 번개'라는 걸 했었습니다. 나와 같이 분노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다는 것이 좋았습니다. 어떤 목사님이 보수기독교를 대신해 사과했었는데, 그분 잘못도 아닌 데라고 생각하면서도 눈물이 났습니다. 위로가 되었던 것 같아요. 긴급 번개 이후로 기자회견 퍼포먼스 준비도 하고 사람들과 팀을 꾸려 문화제 기획도 준비했습니다. 청와대 앞에서 일인시위도 했었죠. 결국, 차별금지법은 만들어지지 못했고, 지금껏 여러 차례 발의되었지만, 국회에서는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했습니다.
 
 2007년 차별금지법 대응 및 성소수자 혐오, 차별 저지를 위한 긴급 공동행동
2007년 차별금지법 대응 및 성소수자 혐오, 차별 저지를 위한 긴급 공동행동 ⓒ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그 후 저는 더 이상 성정체성을 숨기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너무 당연하게 나를 이성애자로 대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게이"라고 말해줍니다. 차별당할지 안 당할지 모르지만, 차별받을 게 두려워 억지로 거짓말을 하지는 않기로 했습니다. 이런 선택조차도, 운이 좋게도, 내가 나로서 살 수 있는 공간이 어느 정도는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겠지요.

종종 미래에 대해 생각할 때도 이러한 결정이 영향을 미치는 것 같습니다. 다른 직장으로 옮기게 될 때,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차별과 혐오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머릿속을 떠난 적이 없습니다. 불이익을 받는 상황에 맞닥트리게 되면, 내가 성소수자라서 그런 건지 아닌지 항상 고민하게 될 테고, 명확한 증거가 있더라도 싸우기 시작하면 잃는 게 더 많아질 수 있겠죠. 참으면 속이 썩고 아플 테고요. 그런 두려움들이 알게 모르게 나를 더 가두고 있는 건지도 모릅니다.

차별금지법이 있다면 그래도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게든 해볼 게 있다는 안정감이 생기지 않을까요. 최소한 국가가 이러한 차별은 방관하지 않을거라는 믿음이 생기지 않을까요. 어떤 사람들은 차별금지법을 가지고 더 잘 싸워서 좀 더 좋은 세상을 만들지 않을까요.

차별금지법 제정이 번번이 무산된 지난 15년간의 과정이 저에게는 모욕적이었습니다. 말도 안 되는 가짜 뉴스와 혐오 발언은 '의견'으로 존중되었고, 국회의원들은 이들의 표를 의식해 차별금지법 제정을 모른 척했습니다. 반복되는 이 상황이 저에게는 "너는 차별당해도 상관없어"라고 말하는 것과 같았습니다. 이런 모욕적인 말을 듣고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정말 차별당해도 괜찮은 사람이 되어버릴까 봐 두려웠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이렇게 편지를 쓰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의원님, 이제 그만 이 모욕을 멈추어 주십시오.
차별금지법을 제정합시다. 

2022.4. 26. 이덕현 드림.
 
 2022. 4. 16. 무지개행동 주관 차별금지법 제정 문화제
2022. 4. 16. 무지개행동 주관 차별금지법 제정 문화제 ⓒ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차별금지법#평등법#성소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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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인간의 존엄과 평등을 실현하기 위해 차별의 예방과 시정에 관한 내용을 담은 법입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다양한 단체들이 모여 행동하는 연대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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