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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가 온 뒤인 3월 26일 오흐 경남 양산 사송지구(1-2공구) 시멘트 수로에서 발견된 고리도롱뇽 알집 덩이.
비가 온 뒤인 3월 26일 오흐 경남 양산 사송지구(1-2공구) 시멘트 수로에서 발견된 고리도롱뇽 알집 덩이. ⓒ 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
  
 비가 온 뒤인 3월 26일 오흐 경남 양산 사송지구(1-2공구) 시멘트 수로에서 고리도롱뇽 구조작업이 진행되었다.
비가 온 뒤인 3월 26일 오흐 경남 양산 사송지구(1-2공구) 시멘트 수로에서 고리도롱뇽 구조작업이 진행되었다. ⓒ 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
 
대규모 아파트 단지 공사로 서식지가 파괴됐던 멸종위기 야생생물2급 양서류 '고리도롱뇽'은 많은 비가 내린 뒤 어떻게 됐을까. 성체와 알집이 일부 구조(포획)되기는 했지만, 환경단체는 상당수 개체가 '집수정'으로 쓸려 들어가 폐사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고리도롱뇽 서식지 파괴 현장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짓고 있는 경남 양산 사송지구(1-2공구)를 말한다. 몇 해 전부터 공사로 인해 서식지가 파괴된다는 지적이 있었고,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임시 서식지를 설치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만 서식하는 고유종인 고리도롱뇽은 멸종위기 야생생물2급으로 지정돼 있다. 이곳에서 대규모로 발견된 고리도롱뇽이 멸종위기종이 맞다는 사실은 사체를 대상으로 한 유전자검사를 통해 2020년 10월 밝혀졌다.

고리도롱뇽은 숲(산)에서 겨울을 난 뒤 3월에 산란지(둠벙)로 이동한다. 아파트 공사로 인해 둠벙 등 산란지가 파괴됐지만 고리도롱뇽은 봄이면 어김없이 이동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아파트 공사장과 숲 사이에 낮은 철망을 설치하고 시멘트 수로를 만들어 놓았다. 고리도롱뇽은 시멘트 수로 중간에 쌓여 있는 나뭇잎 사이에 알집을 낳았다.

그런데 지난 26일 양산 일대에 많은 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가 있었고, 이날 전후 시멘트 수로를 중심으로 고리도롱뇽 구조(포획) 작업이 진행됐다.

낙동강환경유역청은 한국토지주택공사가 맡긴 용역업체에서 비가 오기 전인 25일 고리도롱뇽 성체 37마리와 알집 덩어리 45개를 포획해 서식지로 이동시켰다고 밝혔다.

양산 일대 26일 강수량은 56.7mm를 기록했다. 비가 내린 뒤 시멘트 수로를 통해 모래와 진흙이 산에서 쓸려 내려오기도 했다. '집수정' 쪽에서 고리도롱뇽이 발견된 것이다.

낙동강환경유역청은 한국토지주택공사가 비온 뒤인 주말에 고리도롱뇽 성체 3마리를 구조했다고 밝혔다.
  
 비가 온 뒤인 3월 26일 오흐 경남 양산 사송지구(1-2공구) 시멘트 수로에서 고리도롱뇽 구조작업이 진행되었다.
비가 온 뒤인 3월 26일 오흐 경남 양산 사송지구(1-2공구) 시멘트 수로에서 고리도롱뇽 구조작업이 진행되었다. ⓒ 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
 
대책위 "비 온 뒤 성체 11마리, 알집 11덩이 발견"

환경단체는 낙동강유역환경청과 다른 입장이다. 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 등으로 구성된 '사송 고리도롱뇽 서식처보존 대책위원회'(아래 대책위)는 비가 온 뒤인 26일 오후 고리도롱뇽 구조 작업을 벌였다.

대책위는 이날 오후에 고리도롱뇽 성체 11마리와 알집 11덩이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대개 고리도롱뇽은 알집 한 덩이에 40여 개의 알이 들어 있다. 구조 작업에는 활동가 2명이 나섰다.

대책위는 28일 낸 자료를 통해 "26일 새벽부터 내린 비로 현장은 계곡물이 불어나 임시서식지를 통해 집수정으로 물이 계속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임시서식지와 연결되지 않고 계곡물이 집수정으로 바로 이어지는 수로에서는 진흙과 모래가 산에서 쓸려내려와 집수정 입구까지 약 20cm 이상 쌓여 있었다"고 덧붙였다.

또 이들은 "거센 비바람 때문에 떨어진 나뭇잎과 가지들이 수로에서 띄엄띄엄 울타리의 역할을 하고 있어 나무 부산물들이 가득 쌓인 곳에서 고리도롱뇽 성체를 나무 부산물을 뒤적여 발견할 수 있었다"고 했다.

발견했던 성체와 알집 덩이에 대해 이들은 "발견한 고리도롱뇽 개체는 계곡의 상류 쪽으로 올라가 물 흐름이 거의 없는 곳에 방사했고 알은 비온 뒤에도 쓸려 내려가지 않도록 돌로 주변을 막고 방사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구조와 방사는 세 차례에 걸쳐 진행되었으며 계속 지켜볼 수 있는 시간이 있다면 고리도롱뇽은 계속해서 발견될 상황"이라고 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에서 설치해 놓은 임시서식지에 대해 대책위는 "구조인력의 한계가 있어 고리도롱뇽이 스스로 산란을 하고 산 위로 올라갈 수 있도록 설치해둔 임시서식지는 위치와 구조상 한계가 많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집수정 바로 위 설치해 둔 임시 서식지는 폭우 시 수량을 감당할 수 있는 높이가 아니고 물이 넘치면 집수정으로 고리도롱뇽이 바로 빠질 수 있는 구조였다"고 했다.

이들은 "계곡 시멘트 수로와 임시서식지의 연결도 약해 계곡 시멘트 수로에서 집수정으로 바로 이어지는 수로 쪽에서는 진흙과 모래에 절반이 묻혀있는 알집 1덩이가 발견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대책위는 "LH는 고리도롱뇽 보호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며 "서식처가 무참히 파헤쳐지고 쫓겨 난 고리도롱뇽이 멸종된다면 생물종 다양성에 의한 생명그물로 지구상에 비교적 안전하게 지탱하던 인간도 곧 멸종을 맞이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대책위 관계자는 "집수정 입구 쪽에서만 성체와 알집을 발견했다. 집수정 안으로 쓸려 들어간 고리도롱뇽이 더 있을 가능성은 충분한데,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며 "서식지 보호 대책을 더 적극 세워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낙동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비가 오기 전인 25일과 비온 뒤인 주말 이후에도 한국토지주택공사 위탁업체에서 구조 활동을 벌였다"며 "고리도롱뇽 포획은 한국토지주택공사가 허가를 받아서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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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공사로 멸종위기종 수만마리 폐사... 지금은 괜찮나 http://omn.kr/1y048
 
 비가 온 뒤인 3월 26일 오흐 경남 양산 사송지구(1-2공구) 시멘트 수로에서 고리도롱뇽 구조작업이 진행되었다.
비가 온 뒤인 3월 26일 오흐 경남 양산 사송지구(1-2공구) 시멘트 수로에서 고리도롱뇽 구조작업이 진행되었다. ⓒ 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

#고리도롱뇽#한국토지주택공사#낙동강유역환경청#사송지구#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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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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