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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이 단순했던 과거와 달리 정보가 많아진 시대다. 단 며칠의 정보 총량이 과거 수천 년을 합한 정보의 양보다도 많다. 그리고 순식간에 퍼진다. 그만큼 부작용도 따른다. 황제식사, 세금폭탄, 벼락거지. 신문이나 방송, 기존 미디어는 물론 유튜브, 페이스북 같은 SNS에서도 도를 넘는 프레임이 넘쳐난다. 이런 프레임은 생각하는 게 버거워지고, 자극적이어야 반응하는 시대에 정말 필요한 화법일까? 

한때 비트겐슈타인의 언어철학에 심취한 적이 있었다. 당시는 소설을 열심히 쓰고 있을 때라 언어학에도 관심을 갖던 중 비트겐슈타인의 언어철학에도 흥미를 가지고 살펴보았다. "내 언어의 한계가 곧 내 세계의 한계"라는 한 문장은 언어에 대한 내 인식과 사고체계를 휘감았다. 

비트겐슈타인의 언어 철학을 짧은 몆 줄로 다 담을 순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내 식대로 앞선 문장을 이해하면 '말할 수 있는 것과 말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하고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하라'는 의미다. 그리고 이 말은 똑똑한 사람들만 모여 있다는 언론이나 방송사의 관계자들이 가장 깊이 새겨 들어야 한다.

메시지는 간결하고 선명할수록 효과적이다. 하지만 본래의 의미를 벗어난 메시지를 접하면 혼란스럽다. 미디어에서는 선동적인 표현을 즐겨 쓴다. 벼락과 거지, 황제와 식사, 그리고 세금과 폭탄이 합쳐져 벼락거지, 황제식사, 세금폭탄이라는 강렬한 프레임이 만들어진다. 정치적인 은유이자, 의도된 프레임이다. 이런 프레임들은 공격 대상이 되는 집단을 무능력하거나 파렴치한으로 만들어 버린다.
 
벼락거지
▲ 벼락거지 벼락거지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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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의도된 프레임은 주로 기득권자들의 이익으로 활용된다. 선명성이 드러난 갈라 치기다. 이런 방식은 매우 잘 통한다. 그렇기에 비판을 해도 이런 프레임은 지속적으로 재생산되고 반복된다. 프레임에 갇힌 사람들은 굳건한 신념으로 포장된 채 마치 자신의 생각인 것처럼 조종된다. 우리는 이런 프레임에 갇히지 않아야 한다.

기득권자들은 과잉된 언어를 프레임으로 활용하지만 한편 언어의 모호함도 프레임으로 활용한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혹은 불리한 상황을 회피할 때 종종 언어의 뒤에 숨는다. '불완전판매'가 대표적이다. 최근엔 미디어에서 '불완전 판매'라는 단어를 자주 접한다. 금융용어다. 국내 은행들은 투자자들에게 홍콩 에이치(H) 지수 주가연계증권(ELS) 금융상품을 팔았다. 하지만 지난해 홍콩 H지수 폭락으로 이 상품에 투자한 사람들은 커다란 손해를 봤다. 금융당국의 조사결과 은행 직원들이 이 상품을 투자자들에게 판매할 때 위험요인을 제대로 설명을 하지 않았으며 또한 투자 위험이 높은 시기에 실적을 위해 무리한 판매를 부추겼다. 이를 불완전 판매라고 한다. 하지만 난 불완전 판매가 아닌 '부당한 판매' 행위라 생각한다. 

검사와 변호사들이 즐겨 쓰는 표현인 '전관예우'도 마찬가지다. '전관' 뒤에 '예우'라는 그럴듯한 말을 붙여 가치 있고 품위 있는 단어로 포장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은 '황제식사'와 '세금폭탄'이라는 자극적인 말에는 분노하지만 정작 분노해야 할 '전관예우'라는 모호한 표현에는 분노하지 않는다. 전관예우가 아니라 전관비리다.

기득권자들의 목적은 집요하고 분명하다. 지난 수십 년간, 아니 유사 이래 권력자들이 씌워놓은 프레임은 언제나 '자신을 공격하는 자를 이용하여 자신을 방어하는 대리자'들에게서 자주 사용되었다. 기득권자들의 프레임에 짓눌린 아바타가 되지 말자. 우리는 권력자들이 만들어 놓은 프레임을 깨야 한다. 작게는 개인의 고정관념 을 깨고, 크게는 우리의 삶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의료, 철도, 전기 같은 공공기관의 민영화 프레임에 속지 않을 수 있다.
 
전관예우
▲ 전관예우 전관예우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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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인철 시민기자의 <네이버블로그와 브런치>에도 실을 예정입니다.


태그:#기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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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 뉴스 시민기자입니다. 진보적 문학단체 리얼리스트100회원이며 제14회 전태일 문학상(소설) 수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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