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늦더위와 기습적인 한파로 가을을 잃어버린 것 같아 무척 안타까웠는데 다행히 늦게나마 가을이 제자리를 찾았다.
가을볕은 기분 좋게 따사롭고 바람은 삽상하다. 하동의 가을 속으로 떠났다. 2년 만이다. 백신 접종을 마쳤다는 것도 이유가 됐을지 모른다.
하동에 들어서서 제일 먼저 스카이워크를 찾았다.
악양면 성제봉(형제봉, 1115m) 남쪽 언덕에 자리한 카페 겸 전망대이다.
발밑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스카이워크를 지나 실내 카페로 드는 구조다.
스카이워크에 서면 발밑으로 섬진강과 동정호수가 곧장 내려다보인다. 소설 <토지>의 배경이 된 평사리 들판도 눈 앞에 펼쳐진다.
하지만 바로 곁에 있는 작은 절집, 한산사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풍경도 별반 다르지 않다. 입장료 3000원은 차치하고라도 이런 곳에 뜬금없는 인공조형물이 꼭 있어야 했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다시 큰길로 나서 매암다원에 갔다. 초록빛 차밭을 거니노라니 시나브로 마음이 평안해진다. 우전홍차를 한잔 마셨다. 하동에서 작설차라고 불리는 홍차는 녹차를 발효 시켜 만든다고 한다. 녹차를 즐기지 않는 내 입에도 홍차는 아주 좋다.
다원에서 조금만 되짚어 나오면 동정호에 닿는다. 동정호는 두꺼비 서식지로 넓은 생태습지가 있다.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축제 대신 허수아비 전시회를 열었나 보다. 전시회가 끝난 지 꽤 지났음에도 호수 주변으로 허수아비가 아직 남아있었다.
만든 사람의 정성과 수고로움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작품들을 일일이 구경하며 호수를 한 바퀴 돌았다. 하동 여행의 마지막 여정은 송림이다. 섬진강을 곁에 두고 솔향이 풍기는 길을 걷는 시간은 행복하다. 강변 모래톱을 거닐며 여유로움을 즐기는 사람들이 보인다. 저들도 나와 같은 마음일 것이다.
아름다운 가을이 내 가슴에 내려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