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 서산시민들이 방음벽과 충돌해 죽는 각종 조류를 보호하기 위해 팔을 걷었다(관련 기사:
눈물 머금고 죽은 솔부엉이, 서산시민들 움직였다).
이들은 22일, 예천2지구 모 아파트 방음벽 앞에서 조류충돌방지 스티커를 부착하는 자원봉사활동을 진행했다.
이날 자원봉사활동에는 학생과 시민 등 150여명이 동참해 발열체크와 소독, 간단한 교육을 받은 뒤 유리창 닦기, 치수 재기, 스티커 부착 등으로 팀을 나뉘어 활동했다. 각자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했다.
학생들은 1단, 성인봉사자는 2단과 3단을 맡아 충돌방지 스티커를 부착하느라 구슬땀을 흘렸고, 상단부분은 사다리차를 이용해 작업을 진행했다.
이번 봉사활동이 성사된 데에는 김신환 동물병원원장의 사연이 큰 역할을 했다.
김 원장은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방음벽과 충돌해 죽은 솔부엉이(천연기념물 324-3호)의 사진을 올렸고, 눈물을 머금고 죽은 듯 보이는 솔부엉이의 모습은 많은 시민들의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후 시민단체 위주로 조류 보호를 위한 논의가 시작됐고, 조류충돌방지 스티커를 방음벽에 붙이자는 결론을 도출해 냈다.
조류충돌방지 스티커 제작을 위해 김신환 원장과 아름다운동행, 조류 지키미 등에서 성금을 쾌척했으며 시민펀딩모금을 진행해 비용을 모았다.
서산·태안환경운동연합이 주관하고, 아름다운동행과 김신환동물병원이 진행, 서산시자원봉사센터가 후원한 이날 자원봉사에는 서산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도배봉사단들이 사다리 등을 지원했고, 각종 봉사단체 회원들이 참여해 그 의미를 더했다.
아름다운동행 김명환 회장은 "1500여평에 달하는 방음벽 전체에 조류방지스티커를 다 부착하지는 못했지만, 시민들이 힘을 모아 조류 보호를 위한 첫발을 내딛었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둔다"면서 "앞으로 여러분들과 힘을 합쳐 작업을 끝마치는 것은 물론, 자연과 사람이 함께 공존하는 서산시를 만드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신환 "앞으로는 방음벽에 충돌방지 스티커를 부착해 세우도록 해야"
22일 자원봉사 현장에서 만난 김신환 동물병원원장은 "천연기념을 비롯한 조류들이 각종 방음벽과 충돌해 죽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방음벽 건립 단계에 미리 조류출동방지 스티커를 부착하는 법안 등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국제적으로 중요한 철새 이동경로(EAAFP)이자 천수만 철새도래지가 있어 사계절 내내 다양한 새들이 찾아오는 서산은 더욱 신경 써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김 원장에 따르면, 아파트 인근 방음벽이 세워진 곳은 기존 새들의 이동경로여서 충돌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실정으로, 설치 이후 200~300여 마리가 죽은 것으로 추정된다. 작업 당일에도 방음벽에 충돌해 죽은 새의 사체를 볼 수 있었다.
김 원장은 "천연기념물을 비롯한 각종 새들이 방음벽 너머에 있는 나무를 보고 날아가다 부딪쳐 죽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기존의 맹금류 스티커는 효과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는 촘촘한 점이 그려져 있는 신형 스티커를 부착했다"며 시민들의 많은 관심을 당부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청뉴스라인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