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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시 마산합포구 구산면 수정마을의 개발 전과 현재.
창원시 마산합포구 구산면 수정마을의 개발 전과 현재. ⓒ 수정마을공동체회복추진위원회
 
십수년 전 조선소 건립 여부를 두고 찬성-반대로 쪼개졌던 마을이 공동체 회복을 위해 다시 뭉친다.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구산면 수정마을이다.

1990년대 '수정만'이 택지 조성 목적으로 매립됐다. 2006년 옛 마산시(현 창원시)와 대기업 STX는 매립지를 조선 기자재 공장용지로 사용하기로 약정을 맺었다.

이후 마을 주민들은 찬성과 반대로 갈라졌다. 마을에 있는 천주교 트라피스트 수녀원이 주민들과 함께 '반대대책위'를 결성해 싸웠다. 반대 주민들은 옛 마산시청은 물론 서울에 있던 STX를 찾아가 항의투쟁했다. 주민들은 끈질기게 저항했다.

주민의 시위·집회는 100회에 달했고, 1인시위는 500일 이상 진행됐다.

조선소 공장 설립 추진과 관련해 갖가지 문제들이 드러났다. STX는 2011년 '수정만 조선소 유치 포기'를 선언했고, 당시 박완수 창원시장(현 국회의원)는 '수정 산업단지 폐지'를 공식화했다.

수정만 매립지에 조선 공장 건설은 무산됐지만, 매립지를 둘러싸고 여러 문제가 산재해 있다. STX 부지 소유권을 갖고 있는 채권단인 농협이 부지 매각을 시도하고, 다른 업체에서는 조선기자재 공장을 제안하고 있다.

주민들은 매립지에 '1000개 도서관 추진'을 제안하기도 했다.

개발에 '파괴'된 마을... 공동체 회복 위한 새로운 도전 

이런 가운데 '수정마을 공동체 회복'을 위한 행사가 열리기로 해 관심을 끈다. 수정마을 공동체 회복을 위한 새로운 도전이 시작되는 것이다. '수정마을공동체회복추진위원회'가 결성돼, 오는 26~27일 이틀 동안 '수정, 다시 빛나리'라는 제목으로 워크숍이 열린다.

경상남도, 창원시, 경상남도교육청, 경남대학교, 경남연구원, 지역문제해결플랫폼경남, 경남마을공동체지원센터, 전국의 지역재생 전문가들과 활동가들이 수정마을에 모여 머리를 맞댄다.

경남도는 "찬반으로 갈라졌던 마을주민들도 사태발생 15년 만에 다시 한자리에 모인다"며 "치유와 회복을 통해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공동 노력의 하나로, 마을 갈등 치유 회복 프로그램으로서는 전국적으로도 전례가 없는 시도"라고 말했다.

투쟁 당시를 회상한 마을 주민들은 "갑자기 조선기자재 공장부지로 바뀌어 마을은 되돌릴 수 없는 고난과 질곡의 소용돌이로 접어들었다"면서 "우리는 당시 생업과 생계를 돌보지 못했고, 마을은 황폐화됐으며, 미래는 갑자기 철수한 조선소의 공터마냥 캄캄한 상황이 됐다"고 했다.

또 이들은 "무엇보다, 대대손손 오랫동안 함께 먹고 함께 일하던 어촌 마을 공동체가 한순간에 외부에 의해 찬반으로 무너져 내리는 경험은 말로 표현하기 힘든 고통"이라 돌아봤다.

이어 "매일 마주쳐야 하는 이웃 사이의 반목과 갈등은 커다란 슬픔을 넘어 불안과 상실, 우울과 분노의 트라우마라고 할 것"이라며 "순박한 마을 주민이 무슨 잘못이 있느냐? 택지가 온다더니 공장이, 주민과 얘기를 한다더니 밀어 부쳐버린 잘못된 행정과 탐욕에 찬성과 반대 모두 희생자로 빈터에 한 자락 광풍에 남겨졌다"고 덧붙였다.

지금도 아픔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주민들은 "공허하게 남겨진 조선소 부지는 그 자체로 마을에게는 아물지 않는 깊은 상처이자 매일이 공포"라며 "아픈 기억을 되살리고, 불안한 미래를 걱정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보다 못해 수녀원과 뜻있는 주민들이 마지막 남은 힘으로 나섰고, 2020년 10월 5일 마을 주민 대표, 종교계, 지자체, 지방의회, 학계, 전문가와 활동가들이 참여해 치유·화해·회복을 돕기 위한 '수정마을공동체회복추진위원회'(아래 추진위)가 결성된 것이다.

이틀간 워크숍, '주민과의 만남' 진행

마을 공동체 회복을 위해 여러 기관과 사람들이 나섰다. 경상남도 사회혁신추진단은 마을 붕괴와 회복을 간절히 바라는 주민 제안에 주목하고 '경남1번가' 절차에 의해 의제로 채택해 개선을 위한 단초를 제공해왔다.

지역문제해결플랫폼경남은 수정마을 주민커뮤니티 공간마련을 위해 옛 보건진료소 개조공사 지원사업을 공기관 매칭 의제로 채택하고 협의를 추진했다.

경남교육청은 워크숍이 진행되는 수정마을 일원의 교육시설 협력을 통해 행사를 진행시킬 수 있도록 했다. 창원시는 마을회관 등 여러 시설 개선에 나섰다.

경남연구원과 서강대학교 SSK지역재생연구팀, 경남대학교 'LINC+사업단'도 거들었다. 교수들은 주민 간의 어색함을 없애고 교착된 소통을 풀기 위해 나선 것이다. 이같은 노력에 힘입어 트라피스트 수녀원을 비롯한 종교계, 마을이장, 청년회, 노인회가 함께 화해와 포용의 용기와 뜻을 내줬다. 

워크숍 첫날에는 전국과 지역에서 모인 연구자, 전문가, 활동가들이 수정만과 수정마을을 둘러보고, 전국의 지역 재생과 마을 공동체 활성화 사례를 발표한다.

폐광도시, 제주 구도심, 서울 성미산, 춘천의 산골, 목포의 협동조합, 지리산 공동체, 청년과 생태, 송현동 솔방울 커먼즈, 일본의 지역재생, 천개의 도서관 등 사례들이 소개된다.

이어 참가자들은 종합토론을 통해 수정마을의 미래를 모색하고 희망을 발견하는 자리를 갖는다.

둘쨋날에는 '수정마을 주민과의 대화'가 열린다. 이날 수정마을 홈페이지(http://www.ReSujeong.kr)를 개장한다.

이날 주민과 만남에서는 영상으로 '수정마을의 역사'를 돌아보고, 첫날 워크숍에서 나온 전문가 의견이 주민들에게 소개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는 찬성·반대를 넘어 주민들이 바라는 마을 이야기도 하게 된다.

추진위는 "주민주도 마을 만들기를 위한 공유비전빌딩, 마을의제발굴 등의 주민 위크숍과 다양한 평생교육프로그램, 마을 축제 방안 등 마을을 회복시키기 위한 행사도 주민들과 함께 논의할 예정"이라며 "이틀간의 행사는 주민들의 소중한 희망을 모으는 것을 끝으로 마무리 될 예정"이라고 했다.

추진위에는 박석곤 주민, 배종한 마을이장, 이수강 청년회장, 최영임 노인회장, 박혜선 부녀회장, 성영이·안정순(수정마을 사무국), 트라피스트수녀원 등이 참여하고 있다.

신순정 경상도 사회혁신추진단 사무관은 "경남도, 창원시, 경남교육청, 그리고 지역의 대학과 시민사회가 주민들과 함께 마련한 치유와 화해 그리고 공동체 회복의 뜻깊은 노력에 관심과 지지를 바라마지 않는다"며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이 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향해 다함께 나아가길 기원한다고 했다.

[관련기사] "계란으로 바위를 깬 마산 수정마을 사람들" http://bit.ly/Q0njDP

#수정마을#트라피스트 수녀원#STX#경상남도#마을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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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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