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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야봉에서 바라본 성삼재도로.
반야봉에서 바라본 성삼재도로. ⓒ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지리산사람들
 
"국토교통부는 국민 안전을 위협하고, 지리산국립공원 훼손을 촉진하는 서울~성삼재 버스 정기노선 인가를 취소하라.

국토교통부는 지방도 861호선 성삼재도로를 국립공원도로로 전환하라. 환경부와 국립공원공단은 성삼재 주차장 폐지 등을 포함한 성삼재도로 이용전환 계획을 수립하라."

국토교통부가 함양지리산고속에서 낸 '동서울버스터미널~지리산국립공원 성삼재 구간을 오가는 고속버스 운행 정기노선'을 인가하자,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지리산사람들(아래 지리산사람들)이 반대하고 나섰다.

서울~성삼재 버스노선은 오는 24일부터 운행된다. 매주 금‧토요일 오후 11시 50분에 동서울터미널에서 출발하여 성삼재로 가고, 성삼재에서는 토‧일요일 오후 5시 10분 출발하여 서울로 가는 노선이다.

함양지리산고속은 이용객 상황을 검토해 평일 운행이나 증편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에 지리산사람들은 20일 낸 논평을 통해 "성삼재도로의 역사를 떠올렸다. 성삼재도로는 일제 강점기 일본인들이 지리산의 목재를 수탈하기 위해 만들었던 길이다"고 했다.

성삼재길은 한국전쟁 전후 빨치산 토벌 명목의 군사작전도로가 되었고, 1985년에 IBRD 차관 등 68억 원 예산으로 천은사에서 성삼재를 거쳐 반선을 잇는 너비 8m 포장도로로 재정비되었다.

성삼재도로 확포장 이유를 당시 정부는 1988년 서울올림픽에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들이 지리산을 편하게 관광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라고 했고, '지방도 861호'라는 이름이 붙였다.

지리산사람들은 "성삼재도로가 포장되자 사람들은 버스, 승용차를 이용하여 성삼재까지 힘들이지 않고 올라가게 되었다"며 "성삼재에서 노고단 정상까지 1시간이면 오를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사람들은 더 이상 중산리, 백무동, 뱀사골, 화엄사 등을 지리산 산행의 시작점으로 택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성삼재도로 개통 이후 지리산국립공원을 찾는 사람들의 약 50% 정도가 성삼재를 통해 지리산에 올랐고, 연간 50만대 이상의 차량이 성삼재를 이용하였다"고 덧붙였다.

또 이들은 "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성삼재도로가 포장된 이후 지리산국립공원 탐방객 수는 2배 이상 늘어났고, 노고단을 오르는 사람도 7배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고 했다.

성삼재 주차장은 1991년에 1만 1670㎡ 규모로 만들어졌다.

이들은 "5월, 7~8월, 10월에 성삼재도로를 이용해 지리산국립공원을 가본 사람이라면, 성삼재 주차장으로 들어가려는 차량이 밀려 그 도로가 주차장이 된다는 사실을 알 것이다"고 했다.

이어 "1100m를 오르는 차량들의 곡예 운전, 잦은 브레이크 사용으로 인한 타이어 타는 냄새 등은 성삼재 주차장으로 이르는 길을 아수라장으로 만든다"고 덧붙였다.

지리산사람들은 "그 도로로 인해 차량과 사람의 방문이 늘어나면서 지리산 인근 지역사회는 경제적으로 덕을 보았는가. 그렇지 않다"고 했다.

이어 "그 수많은 차량과 사람이 곧바로 지리산 위로 올라가게 되면서 인근 지역사회는 머무는 곳이 아니라 지나가는 곳이 되어버려 지역사회에 경제적으로 손실을 주었을 뿐이다"며 "성삼재도로는 지리산국립공원에도, 지리산자락 주민에게도 아픈 도로가 된 지 이미 오래이다"고 덧붙였다.

지리산사람들은 국립공원 전문가, 시민환경단체 등과 함께 성삼재 걷기, 외래식물 조사, 토론회, 간담회, 대화마당 등을 진행하며, 성삼재도로의 국립공원도로화, 일반차량 통제와 친환경차량 운행, 성삼재 주차장의 폐쇄와 자연복원 등을 주장해 왔다.

이들은 "그러나 환경부, 국립공원공단은 그런 문제의식에는 동감하면서도 움직이지 않았다"며 "그렇게 20여 년이 흘렀는데, 올해 6월 국토교통부가 서울~성삼재 버스 정기노선을 인가했다고 하니, 참으로 난데없고 당황스런 일이다"고 했다.

서울~성삼재 버스 정기노선 인가에 대해, 이들은 "국토교통부의 이번 결정이 수도권 거주자들의 지리산국립공원 접근 편의성만 고려한 결과라는 것은 분명하다"며 "성삼재도로의 위험성, 지리산국립공원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 등을 조금이라도 고려했다면 나올 수 없는 결정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밤 11시에 출발하는 버스를 타고 온 사람들에게 지리산으로 가는 길은 야생동식물이 사는 생태적 장소가 아니라 스쳐 지나가는 아스팔트길일 뿐이다"며 "빠른 관광, 무리한 산행, 이는 안전과도 직결되는 문제이다"고 덧붙였다.

'지방도 861호선 성삼재도로 천은사~성삼재~반선 구간'을 국립공원도로로 전환할 것을 이 단체는 요구했다.

지리산사람들은 "성삼재도로가 국립공원도로로 전환되면, '구례~성삼재 군내버스'를 포함한 일반 차량의 통행을 막고 친환경차량만 다닐 수 있게 통제할 수 있으며, 그렇게 되면 성삼재 주차장도 필요 없어지고 백두대간 마루금을 연결하는 한반도 생태축 연결의 큰 꿈도 실현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했다.
 
 성삼재 주차장.
성삼재 주차장. ⓒ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지리산사람들
  
 성삼재도로에 주차된 차량.
성삼재도로에 주차된 차량. ⓒ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지리산사람들

#지리산#성삼재#국토교통부#국립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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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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