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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사진은 2018년 4월 20일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남북 정상 간 '핫라인' 개통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는 모습.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사진은 2018년 4월 20일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남북 정상 간 '핫라인' 개통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윤건영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이 지난 2019년 9월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임명을 둘러싸고 사퇴 압박이 커져갈 때 문 대통령에게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를 임명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9년 9월 6일 오후 태국·미얀마·라오스 3개국 순방을 마치고 청와대로 돌아와 오후 9시부터 다음날(9월 7일) 새벽 1시까지 약 4시간 동안 긴급 참모회의를 진행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참모들에게 조국 후보자 임명에 대한 찬반 토론을 제안했고, 참모들이 찬반 의견을 개진했다.

청와대 참모들의 찬반 의견을 청취한 뒤 9월 8일 오후 4시께 윤건영 실장에게 '임명'과 '지명철회' 두 가지 버전의 대국민 메시지를 작성하라고 지시했다. 윤 실장은 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두 가지 버전의 대국민 메시지 초안을 작성해 전달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다음날(9월 9일) 대국민 메시지와 함께 조국 후보자 장관 임명을 공식 발표했다.

이런 과정 속에서 윤 실장은 문 대통령에게 조국 장관 임명 찬성 의견을 개진했다. 윤 실장은 다음주에 발간되는 시사주간지 <시사IN>(644호)과 한 인터뷰에서 "조국 장관 임명 여부를 판단하는 막판에 대통령님한테 여쭤봤다"라며 "임명할 경우와 안할 경우 중에 어떤 게 필요한지, 양쪽 다 준비해놓으라고 해서 둘 다 만들어 보고드렸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임명할지 철회할지, 참모로서 의견을 냈나?'라는 기자의 질문에 "나는 임명해야 한다고 했다"라고 답변했다.

'지금 판단은 달라졌나?'라는 추가 질문에는 "결과를 보고 다시 판단하는 건 큰 의미가 없고, 나는 다시 돌아간다 해도 임명해야 한다고 조언할 거라 생각한다"라며 "임명 안할 정도의 과오가 아니라고 봤다"라고 말했다.

"국민이 공수처법에 열광하는 이유 알아야"

또한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무마 의혹과 김경수 경남도지사 등이 포함된 텔레그램방에서 인사청탁을 논의했다는 의혹에는 "모두 다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윤 실장은 "텔레그램 방이 있었다는데 그 방 자체가 없다"라며 "그리고 내가 뭐 하러 인사 청탁을 유재수 국장에게 하나, 내가 인사추천위원회 위원인데"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내가 대통령 참모로서 수사중인 사건을 언급하는 게 적절하지 않아서 얘기를 안하고 있었는데, 지금의 수사 행태는 좀 아닌 것 같다"라며 "검찰이 국민 신뢰를 얻을 기회를 잃고 있다고 본다, 공수처법에 국민이 열광하는 이유를 알아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다만 '윤석열 검찰총장 임명은 인사 실패 아닌가?'라는 기자의 질문에는 "내가 인사추천위원이었다니까"라는 묘한 답변만 돌아왔다. 기자가 "그러니까 묻는 것이다"라고 재차 답변을 요구하자 그는 "검찰이 갖는 공정과 정의의 가치가 있다"라며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해야 하지만, 정치적으로 흐르거나 기소권을 남용해서는 안된다"라고 거듭 검찰을 비판했다. 

"남북관계에서는 대통령과 바로 통하는 사람이 중요"

자신이 남북정상회담 개최 등에 개입한 것과 관련, 윤 실장은 "다른 사람이었다면 상황실장이 북에 갈 일은 없었을 거다"라며 "북에서 나를 볼 때 상황실장이 왔다고 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윤 실장은 "대통령과 바로 통할 수 있는 사람, 저 사람한테 말을 하면 대통령한테 바로 전달되겠다는 신뢰가 있는 사람, 남북관계에서는 그게 중요하다"라며 "그래서 북에서도 우리가 그런 신뢰를 가질 수 있는 김여정을 보내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보수 정부 9년 동안 남북 라인 자체가 없어졌다"라며 "북도 우리를 못 믿잖아, 그러니 간을 봐야지, 그러려면 적어도 처음에는 반드시 대통령하고 얘기가 되는 사람이 나와야 한다, 그래서 내가 뽑혀 갔다"라고 전했다.

윤 실장은 "그렇게 두 번, 세 번 하다 보니 관계가 형성되고, 내가 (남북) 채널이 됐다"라며 "그게 나중에 판문점 남북미 정상회담을 조율할 때 큰 힘이 됐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윤 실장은 제1차(판문점)와 제3차(평양) 남북정상회담(2018년), 판문점 북미정상회담과 남북미 회동(2019년) 등에서 대북특사단과 정상회담 준비 종합상황실장, 공식수행원 등으로 막전막후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북미관계가 풀려야 남북관계가 풀리는 구조"

지난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과 관련, 윤 실장은 "그건 깨지면 안되는 거였다"라며 "(결렬 속보가 떴을 때) 멍했다"라고 회고했다.

윤 실장은 2017년 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 발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과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 등을 거론하면서 "그때는 남북관계가 북미관계를 끌고 왔다"라며 "그런데 나는 기본적으로 우리를 둘러싼 여건을 봤을 때 북미관계가 우선이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그는 "북미가 풀려야 남북이 풀리는 구조다"라며 "왜? 북한 핵 때문에 그렇다"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줄기차게 주장해온 '북미관계-남북관계 선순환론'이다. 다만 문 대통령은 지난 7일 발표한 신년사에서 전략 수정 가능성을 내비쳤다. 북미대화 촉진보다는 남북협력에 더 주력하겠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북미관계가 앞바퀴, 남북관계가 뒷바퀴"

윤 실장은 '북미관계에서 우리는 보조 역할인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그런 뜻은 아니다"라며 "나는 북미관계가 앞바퀴고, 남북이 뒷바퀴라고 생각한다"라고 답변했다.

그는 "(남북관계가) 반보 뒤에서 (북미관계를) 따라가 주는 것이다"라며 "그런데 2018년에는 남북관계가 앞바퀴였다, 평창이라는 모멘텀이 있었고, 남북정상회담이 이어졌으니 앞으로 나가서 북미관계를 끌어올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윤 실장은 "2019년은 북미관계가 다시 앞바퀴로 나와주는 해였다"라며 "남북관계가 나름의 역할을 했으니 다시 북미관계가 끌어주길 기대하는 시기였는데 이게 될 듯 될 듯하면서 잘 안됐다"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윤 실장은 이러한 '앞바퀴-뒷바퀴론'을 스티브 비건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에게 '오른발-왼발론'으로 설명했다고 전했다.

"북미가 한발, 남북이 다른 한발. 우선 북미가 먼저 가주면 우리가 따라가겠다. 그런데 그러려면 우리가 좀 더 나가야 걸음을 덜을 수 있다. 그러니 남북이 한 발을 나갈 때 우리가 북미보다 좀 더 나간다고 걱정할 필요가 없다. 한쪽 발 깽깽이로 가봤자 얼마 못가고 쓰러진다. 우리는 그럴 생각이 없다."

"북한의 핵 포기, 가능하다고 생각해"

대남비난이 늘어나는 등 지난 2019년부터 달라지고 있는 북한의 태도와 관련, 윤 실장은 "두 정상간 신뢰는 여전히 굳건하다"라며 "북한에서 비난 메시지가 나오는 걸 보면 김정은 위원장 발언으로 나오는 게 없다, 위성매체들이나 조선중앙통신에서는 나와도 정상끼리 공격하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북한의 핵 포기 여부에는 "북은 핵이 자신들의 명줄과 직결된다고 생각한다"라며 "그래도 김정은 위원장은 한반도 비핵화가 가야 할 길이라고 누누이 말했다, 나는 (북한의 핵 포기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낙관적인 의견을 내놨다.

그는 "아니, 그 이전에 그건(비핵화) 한반도 평화로 가는 외길이다"라며 "머리 위에 핵을 이고 어떻게 사나, 다른 어떤 얘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문 대통령의) 임기 내에 비핵화가 이뤄지면 그보다 좋은 게 없다"라며 "그러나 시기를 정해놓고 생각하면 조급증에 걸린다, 성과부터 생각하면 안된다"라고 조언했다.

윤 실장은 "임기 중에 없애면 좋고, 아니라도 그 다음 과정을 밟아 나가는 것이다"라며 "어차피 외길이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동부지검에서 참고인 조사 받으면 출마 마음 굳혔다"
 
 윤건영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표지인물로 꾸민 시사IN 644호.
윤건영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표지인물로 꾸민 시사IN 644호. ⓒ 시사IN 제공


한편, 최근 청와대에 사표를 제출한 윤 실장은 4월 총선 출마가 유력하다. 현재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서울 구로을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이와 관련 "지역구를 공개하기에는 이르지만 출마는 결정했다"라고 전했다.

윤 실장은 "사실 나는 임기 중에 청와대를 나올 거라고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라며 "지난해 연말 두어 달을 굉장히 고민했다"라고 전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성공한 정부가 돼야 한다, 촛불정부라고 사람들이 말하는데 촛불의 명령이 제도화되려면 결국 딱 걸리는 지점이 국회더라"라며 "나는 내 개인 목표로든 대의로든 결국은 대통령님을 지키는 게 목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건 정말 솔직한 얘기인데, 동부지검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으면서 (총선 출마) 마음을 굳혔다"라며 "(검찰수사에 분노한 것은 아니고) 나라는 존재가 대통령에게 부담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윤 실장은 "유재수 사건 관련해서 언론에 나오고 타깃이 된다, 내가 오른팔이니 복심이니 이런 게 너무 부각되니까 나를 때리면 대통령을 때리는 게 돼 버린다"라며 "국정 운영에 죄송스럽다"라고 토로했다.

그는 "나는 검찰하고 당당하게 싸울 수 있지만, 그걸 청와대 안에서 할 수는 없으니까"라며 "사실 검찰도 정부의 기관이니까 청와대에서 그러는 건 말이 안된다"라고 덧붙였다.

윤 실장은 지난 2019년 12월 9일 유재수 전 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과 관련해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조사(서울동부지검)를 받았다. 그의 소환를 두고 '검찰의 칼끝이 청와대 핵심에 다다랐다'는 평가가 나왔다.

#윤건영#조국#시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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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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