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계 성폭력 문제로 대한체육회 회장이 직접 사과를 하는 등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이 학교 체육부 성폭력 방지 긴급 대책을 발표했다.
이 교육감은 16일 오전 기자들과 간담회에서 ▲ 스포츠미투 신고센터 운영 ▲ 체육지도자 임용 및 운영 제도 개선 ▲ 학생기숙사 운영기준 강화 등의 대책을 발표했다. 황교선 체육건강교육과 과장이 대책 발표 자리에 배석해 보충 설명을 했다.
"신고 앱 개발중... 민주시민 교육도 실시"
이 교육감에 따르면 스포츠미투 신고센터는 기존 '교육청 고충센터'를 보완하는 차원이다. 경기도교육청은 '스포츠미투 신고센터'운영을 위한 앱을 개발하고 있다. 최대한 서둘러 빠른 시간 안에 도입한다는 게 이 교육감 설명이다. 앱을 개발하는 이유는 익명성을 보장하고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이와 관련해 황 과장은 "고충센터는 각 교육지원청에 있어서 접근하기가 쉽지 않고 익명성 보장도 어려워 활성화하지 못했다"며 "그래서 앱을 개발해 익명성과 접근성을 높이려 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황 과장은 "또한 학생이 자유롭게 고발하려면, 자질(고발정신)을 높일 필요가 있어 민주시민 교육을 1년에 두 번 정도 실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스포츠미투 신고센터는 학생, 학부모뿐만 아니라 지도자도 학교로부터 부당한 처우를 받을 경우 이용할 수 있다. 코치나 선배로부터의 폭력 혹은 성폭력, 대회출전 관련 비리, 금품·향응수수 등이 주요 신고 대상이다.
주기적인 자격증 갱신 제도를 신설 등 체육 지도자에 대한 임용 기준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현재는 체육 지도자 자격증을 따게 되면 그 자격을 평생 유지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임용 시 징계확인서를 제출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고, 비리 관련 전 국단위 경력 조회 통합시스템도 구축하기로 했다.
또한 성폭력 발생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 '합숙소'를 점진적으로 폐지하고 그 대신 숙소가 꼭 필요할 경우에는 '생활지도교사'가 관리하기로 했다. 훈련을 목적으로 선수들이 한곳에 모여 지도자와 함께 숙식하는 일을 점차 없애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상업 경쟁으로만 치달아... '자기 성장' 과정으로 바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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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개 숙인 이기흥 “자정기능 다하지 못해 사과 드린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15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대한체육회 이사회에서 체육계 폭력·성폭력 사태에 대한 쇄신안을 발표한 뒤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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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교육청은 이미 경기체육중학교를 제외한 중학교 운동부 합숙소를 모두 폐지했다. 고교 운동부 합숙소는 90여 개가 있다. 운동부 학생 수는 9700여 명이다. 만약 고교 합숙소를 모두 없애게 되면 운동부 학생들은 운동을 마친 뒤 합숙소가 아닌 '생활지도교사'가 관리하는 기숙사에서 잠을 자게 된다.
이 교육감은 최근 불거져 논란이 되고 있는 스포츠 미투와 관련해 "스포츠가 너무 상업화 돼 돈을 위한 경쟁으로 치닫는 게 근본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금메달을 따지 못하면 길이 없다는 게 문제"라며 "스포츠를 평생 즐길 수 있고, 자기를 성장시키는 것으로 발전시키는 게 과제"라고 진단했다.
최근 여자 쇼트트랙 금메달리스트 심석희 선수가 조재범 코치에게 성폭행 당한 사실을 폭로한 데 이어 여자 유도 신유용 선수도 과거 코치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며 파문이 일었다.
그러자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15일 대한체육회 이사회에 앞서 사과문을 발표한 뒤 "성폭력 가해자는 영구 제명하고 국내외 취업을 완전 차단하겠다"는 등의 재발 방지책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