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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식수하는 남-북 정상 2018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27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내에서 기념식수를 했다.
기념식수하는 남-북 정상2018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27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내에서 기념식수를 했다. ⓒ 한국공동사진기자단
 
평양공동선언은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을 언급하며, '산림분야 협력'을 강조했다. 그런데 철도·도로 협력이 한반도 신경제지도의 핵심이라 치면, 산림분야가 경제협력이라는 건 의아할 수 있다.

오정수 겨레의 숲 이사는 23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황폐화된 북한의 산림을 복구하는 것이야말로 중요한 경제협력"이라고 설명했다. 경제의 기본이 먹고사는 것인데, 농업이 정상화되려면 산림이 복구되어야 한다는 것.

남북 역시 산림협력분야에서 진척을 보이고 있다. 평양공동선언 이후 22일 개성 공동연락사무소에서 산림협력회담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남북은 공동방제와 양묘장 10곳을 현대화하는 데 합의했다.

오 이사는 누구보다 이 소식을 반겼다. 겨레의 숲은 민간단체로 북한과 산림협력을 꾸준히 해왔기 때문이다. 2008년부터 2010년까지 평양 순안의 중앙 양묘장과 금강산양묘장을 만들기도 했다. 순안의 중앙 양묘장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방문해 양묘 방식을 살펴보기도 했다.
 
겨레의 숲 겨레의 숲
겨레의 숲겨레의 숲 ⓒ 겨레의 숲

15차례 평양을 오가며 남북 산림화에 힘을 보탠 오 이사는 "다시 물꼬가 튼 남북 산림협력은 인내심을 갖고 진행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은 황폐화가 심각한 만큼 마음도 급할 수밖에 없다"라며 "남북 간 꾸준히 대화하며 산림화가 시간이 걸리는 일이라는 데 동의하고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오 이사와의 일문일답 전문이다.

"양묘장 현대화... 북한이 우리 방식 인정했구나 싶어"

- 22일 산림협력회담이 있었는데, 북한이 불만을 드러냈다.
"(꼭 이번 회담이 아니더라도) 북측은 아쉬움이나 불만 등이 있을 수 있다. 북한은 지금 많은 면적이 황폐해졌으니까, 그만큼 많은 묘목이 필요하지 않겠나. 그러니 남측에 요구하는 게 남측의 생각보다 많을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또 대북제재를 의식할 수밖에 없으니까. 남북의 견해차가 있는 게 어쩌면 당연하다.

북한의 산림 황폐화 사업은 장기성, 유연성이 필요하고 복잡한 사업이라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산림이 조성되는 건 지구상 어느 나라나 시간이 많이 드는 일이다. 유연성은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한다는 것이다. 비단 남북문제가 아니더라도 그렇지 않나. 북측이 원하는 기술, 물자가 무엇인지 북측 처지에서 생각해 볼 필요도 있다. 복잡성도 있다. 남북이 산림 협력해서 산지를 녹화시키자는 게 간단할 거 같은데, 복잡한 문제다. 내부적으로 보면 수천, 수백 가지의 기술들이 얽혀 있다. 복잡한 문제를 단순하게 봐서는 안 된다."

- 겨레의 숲은 2008년부터 북한과 산림협력을 꾸준히 해왔다. 마지막으로 북한을 방북했을 때 상황이 어땠나?
"2010년 2월과 3월 모두 평양에 갔다. 4월에 본격적인 사업을 하려고 초청장까지 받았는데, 5·24조치 때 모든 것이 중단됐다. 2010년 당시 북한에 나무가 없는 게 훤히 보였다. 차를 타고 이동하면 먼발치에서 볼 수 있잖나. 민둥산이 보인다. 그 이유가 있다. 북한은 70~80년대 산에 나무를 베고 밭을 만들었다. 옥수수, 감자 생산해서 먹고 살아야 하니까. 일단 배를 채우는 게 중요했던 거지. 연료 문제도 있다. 한국이 50~60년대 했던 것처럼 나무를 베서 연료로 쓴 거다. 물론 북한에도 보존지역이라고 우리로 말하면 국립공원이 있어 이런 곳은 숲이 있는데, 그 외의 산은 벌거숭이다."
 
겨레의 숲 겨레의 숲이 북한지역 양묘장에서 생산된 묘목을 인근 지역에 조림하고 있다.
겨레의 숲겨레의 숲이 북한지역 양묘장에서 생산된 묘목을 인근 지역에 조림하고 있다. ⓒ 겨레의 숲
 
- 겨레의 숲이 중점을 두고 활동한 건 무엇인가?
"북한에 양묘장을 만들었다. 8곳 정도 현대화하는 작업을 했다. 11ha의 면적인데, 1곳의 양묘장에서 약 150만 그루의 묘목을 생산할 수 있다. 양묘장 현대화라는 건 전통적인 방식이 아닌 방법을 전수하는 거다. 전통 방식이라면 땅에 씨앗을 뿌리고 키워내는데 그 과정이 100가지 이상이다. 토양만 해도 병해충 바이러스가 있기 마련이니까 살충제를 뿌려서 토양을 정화할 필요도 있고. 종자를 발화시키는 데 필요한 것도 있고. 눈에 보이지 않는 수백 가지의 기술이 필요하다.

현대화 방식은 이런 과정을 줄인 거다. 전통으로 하기에는 돈, 시간이 많이 필요하니까. 비닐하우스를 지어서 생육환경 만들어주는 거지. 균, 병에 자유로운 환경 만들어주는 게 현대화 시스템이다. 당시 북한에서도 반응이 좋았다. 순안 지역에 중앙 양묘장 현대화를 하고 2009년 10월에 다시 갔는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여기를 왔다간 거다. '새로운 나무목 기르는 방법을 적극 받아들이자' 이렇게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북한이 우리 방식을 인정했구나, 그런 생각이 들더라."

"우리나라도 산림화 반세기 걸려... 시간 필요하다는 사실 인정해야"

- 북측이 겨레의 숲 측에 가장 원했던 것은 무엇인가.
"두 가지 정도다. 필요한 물자를 달라는 것. 일단 종자다. 그런데 북측이 원하는 종자의 수가 몇십 톤, 몇백 톤 정도다. 황폐해진 것을 다 복원시킬 수준인 거지. 그건 NGO 단체인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리고 비료, 농약 달라는 거다. 기존 산림이 병해충 피해를 받았다면, 약이 필요하잖아. 약뿐만 아니라 약을 뿌릴 수 있는 분무기나 도구, 시설 자재들도 원했고."

- 그럼 그 중의 얼마나 제공했나.
"북한은 일단 최대한 요구하는 거다. 이게 나쁘다는 게 아니다. 북측에서는 필요한 게 많으니까 그럴 수밖에 없고,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수준에서만 제공한 거다. 북측이 요구한 것의 십 분의 일 정도 되려나. 대신 우리는 설득, 설명을 많이 했다. 지원하고 싶어도 그만큼 할 수 없는 상황을 설명했다."

- 2012년 4월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정권 10년 내 수림화 달성'을 말했고, 최근 김일성종합대학 내 산림과학대학을 설치하기도 했다. 북한에서 산림복구 강조하고 있는 분위기다.
"맞다. 북한은 산림녹화가 시급하고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악순환을 겪어보고 인정한 거다. 우리가 임농복합경영이라고 한창 산림화를 진행할 때 북한은 개간사업을 했다. 식량이 부족하니까 산을 밭으로 경작했는데, 결국 30~40년 후인 지금 북한의 방식이 실패했다는 게 드러났지 않나. 북도 그것을 알기 때문에 지금 산림화에 집중하고 있는 거다."
 
겨레의 숲 겨레의 숲 활동사진
겨레의 숲겨레의 숲 활동사진 ⓒ 겨레의 숲
 
- 2010년 이후에 산림협력이 중단됐으면, 북한의 산림 황폐화가 심각해졌을 텐데.
"심각할 거다. 그래서 남측에 더 원하는 게 많아졌을 거고. 병해충 같은 경우는 악화되는 속도가 빠르다. 병해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니까. 그래서 급할 수밖에 없다. 북한의 최고지도자는 10년 내에 산림화를 이루라고 말했는데, 일선에서는 그게 어려우니까. 마음 급하고 할 일은 많고 그런 거다. 남측 지원을 잘 받았으면 좋겠는데, 원하는 만큼 받지 못할 거고. 뭐 그런 문제가 얽혀 있을 거다."

- 황폐화는 금방이어도 산림 조성은 시간이 걸리는 일이잖나. 
"산림녹화는 성급하게 서두른다고 성공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가 개발도상국 중 국토녹화에 성공한 유일한 나라다. 유엔이 인정했다. 얼마나 걸렸을까? 반세기가 걸렸다. 그만큼 시간이 걸린다. 현대화로 어느 정도 기간을 단축한다고 해도 20~30년을 단축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나무는 씨앗을 보관했다 뿌리는 거다. 이것만 해도 6개월, 1년이 걸린다. 묘목도 키우는데 3년, 5년씩 걸린다. 나무가 심기만 한다고 숲이 우거지나. 여기서 또 5년, 10년이 걸린다. 나무를 심는다고 그 나무가 다 살아남은 것도 아니고. 시간이 필요하다. 이런 설명을 하면, 장기사업이라는 걸 말로는 이해하는데 현실로는 잘 못 받아들이기도 한다. 성과를 바라는 거지. 산림화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 앞으로 남북 산림협력을 어떤 방식으로 추진해야 할까?
"정부와 민간이 할 수 있는 일이 다를 거다. 일단 NGO 차원에서만 보면, 마을 단위의 개발을 해야 한다고 본다. 대단위 산업은 정부가 하고, 우리는 마을 단위의 산림산업을 했으면 좋겠다. 북한의 특성인 협동농장 단위가 될 수도 있고. 양묘를 기르는 일부터 연료의 효율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아궁이를 개량하는 사업도 하고. 지금은 나무를 베서 불을 피우니까 이걸 줄일 수 있게 해야 하지 않겠나.

단기 소득 임산 자원 식물이라고. 말은 어려운데 결국 주민들이 나무를 베는 대신에 농작물을 심고 3년, 5년 후에 이게 도움이 된다는 걸 경험하게 해주는 거다. 주민들이 볼 때 나무를 심으니까 이런 혜택 있네, 하고 느끼게 해줘야 한다. 나무를 10% 심고 나머지는 농작물을 심게 하는 것처럼 직접 (주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식이 필요하다."

#남북협력#산림분야협력#양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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