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3일 열린 제70주년 제주 4.3 희생사 추념식에서 이관석 희생자의 유족인 이숙영씨가 낭독한 편지의 전문입니다. [편집자말] |
사무치는 그리움으로 늘 제 가슴속에 살아 계신 어머니!
굳은 신념과 열정으로 교육에 헌신하던 아버지가
4.3사건으로 끌려가 사라봉 기슭에서 총살당하시던 날
산등서이 맴돌던 까마귀의 구슬픈 울음소리를
저 하늘은 기억하고 있습니다.
"무슨 이유로 학살했는지 그 경위를 밝혀 달라."
울분을 참았다가 밤이면 쏟아내는 흐느낌
"어머니, 밤에 무사 울언?" 묻지 못하고
여섯 살 막내는 설움으로 철들며 자랐습니다.
제주도 최초로 교악대를 창단하며 음악 교육에 앞장 섰던 큰오빠가
예비검속으로 끌려가 바다에 수장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던 날
"집안의 주춧돌이 무너졌다." 그 애끊는 통곡의 소리를
저 바다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짧은 운명 대신하여 오빠의 비석 옆에 심어놓은 무궁화는
시대의 아픔을 잠재우며 해마다 피어나는 영혼의 꽃.
사삼사건·예비검속·행방불명·그리고 연좌제
이 아픈 단어들을 가슴에 새긴 채 숨죽이며 살아온 70년!
이제, 밝혀지는 4·3의 진실, 바로 세워지는 4·3의 역사 앞에
설움을 씻어내며 부르게 될 희망찬 노랫소리
외롭고 고단한 삶을 살다 가신 어머니!
이 땅에 진정한 평화가 찾아오는 날
마디마디 맺힌 한(恨)을 풀어놓으시고 편히 잠드십시오.
2018년 4월 3일
평화공원에서 막내가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