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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MI는 Too Much Information의 줄임말로 본래 뜻과 비슷하지만, 굳이 알고 싶지 않은 사실에 대해 과할 정도로 알게 되는 상황을 비난할 때 쓰는 말이다
TMI는 Too Much Information의 줄임말로 본래 뜻과 비슷하지만, 굳이 알고 싶지 않은 사실에 대해 과할 정도로 알게 되는 상황을 비난할 때 쓰는 말이다 ⓒ unsplash

요즘 심심치 않게 'TMI'라는 단어가 눈에 띈다. 처음엔 '무슨 뜻이지?' '또 새로운 신조어 하나 나왔구나' '뭘 또 얼마나 줄인 거야' 싶었는데 예능 프로그램의 자막으로 또 신문 기사의 헤드라인으로 종종 접하게 되니 이쯤 되면 알아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TMI는 'Too Much Information(너무 많은 정보)'의 줄임말로 본래 뜻과 비슷하지만, 굳이 알고 싶지 않은 사실에 대해 과할 정도로 알게 되는 상황을 비난할 때 쓰는 말이다. 왜 그런 사람들이 있지 않나, '안물안궁'이라고 물어보지 않았고 궁금하지도 않은데 어떤 사실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많은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 그것도 누가 부추긴 게 아니라, 스스로 멍석을 까는 사람들.

내가 SNS를 끊은 건

내가 SNS를 끊은 건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런 연유 때문이었던 것 같다. 나 역시 누군가에게 '투머치토커'(too much talker)는 아닌가 싶은 반성에서 시작된 생각은 누군가는 나의 감정을 고스란히 받아내고 있던 거구나, 로 귀결되었다. 분명 그 역시 전혀 궁금하지 않았을 텐데...

나만의 공간이라고 착각했던 SNS는 결국은 누군가 들여다 봐주길 바라는 공간이었던 거고, 당시 잘 알지 못했던 나는 그렇게 새벽 2시만 되면 '중2병'에 걸린 듯 수많은 흑역사를 생산해 냈다. 잠도 미루고, 참 부지런하기도 했지. 그게 뭐라고.

이제와 얘기하지만, 그저 그런 소식에도 '좋아요'를 눌러주고 격하게 호응하고 반응해줬던 친구들, 잦은 이별과 반복되는 앓는 소리에도 '괜찮다'며 토닥토닥 마음 써 준 친구들에게 고마움을 표한다.  

정말이지 그땐 왜 알지 못했을까? 지칠 줄 몰랐던 나는 '적정 수준'이란 걸 몰랐던 것 같다. 좋아하는 말은 아니지만, '진지충'이라는 말을 듣기에 딱 좋을 자기고백은 결국은 쓰레받기 혹은 배설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았고, 그걸 또 다 해야만 속이 풀렸기에 주저리주저리 겁도 없이 얘기만 했던 것 같다. 그리고 이내 너무 떠들어대며 살아야 하는 스스로에게 질려버렸다.

아마, 그때쯤이겠지. 그렇게 무의미하고 값어치 없는 피상적인 대화에 우리의 관계가 붕붕 떠다니기 시작했던 때가. 자꾸만 증발해 버렸던 때가. 이유 없이 자꾸만 피곤해졌던 나는 SNS를 닫았고 그와 함께 고요해지는 법을 배웠다. 요란스럽지 않게, 부산스럽지 않게, 침잠하는 것들에 의미를 두려 했다.

잠시 잠깐은 고요해져도 된다

'할 말, 못할 말을 구분해야 한다'는 말을 어릴 적부터 듣고 자랐지만 그 중요성을 지금 와서야 깨닫는다. 말을 잘 가려 하는 것이 능력이 됐고, 그런 사람들이 사랑받는 요즘이다. 턱밑까지 쌓여있는 말을 삼키지 못하고, 기어이 밖으로 쏟아내는 사람들. 그러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아진 요즘.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에 수없이 쏟아지는 정보도 버거운데, 여기에 말이 더해지니 그야말로 '언어의 홍수'속에서 매번 허우적거릴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 분명하게 알게 되는 건 다언(多言)이 실언(失言)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이다.

"저기, 소개팅남 님.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성장 과정은 읊어주지 않으셔도 돼요. 제가 면접관은 아니잖아요. 자기소개서는 이력서 넣을 때 같이..."

"선배님, 제가 알아서 해 볼게요. 도움이 필요하면 그때 말씀드릴게요. 감 놔라 배 놔라... 사실, 저는 사과를 놓고 싶거든요."

"성능에 대해선 이미 알고 있어요. 더 이상 설명해 주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살 마음이 있으면, 진작 샀을 거예요. 돈이 없어 못 사는 거고, 무엇보다... 제가 지금 약속에 늦었어요."

"응~ 그건 네가 좋아하는 연예인이고, 사실 나는 관심이 없어. 누구랑 사귀든 상관이 없다는 말이야."

꾸역꾸역 듣고 있지만, 역시나 내겐 Too Much Information이다. 듣고 있으면서도 드는 의문은 '이거 언제까지 듣고 있어야 되지?' '화제를 옮겨 볼까?' '왜 알아야 되는 거지? 심지어 재미도 없잖아.'  

털어 놓고 싶은 얘기가 너무 많지만, 한 번에 한 사람에게 너무 많이 쏟아버리면 듣는 사람이 탈 날 수 있다는 거, 대화를 즐기기는커녕 실은 집중하기도 어렵다는 거... 조금쯤 헤아려 주길 바란다면 욕심일까?

잠시 잠깐은 고요해져도 된다. '혼자 있음의 즐거움'을 나 역시 더 많이 알아차리길 바라며 이 또한 얘기가 길어져 TMI였다면 죄송합니다. 아직도 갈 길이 멉니다. 더 많이 수양할게요.


#TMI#안물안궁#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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