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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봄에 태어난 천사 같은 아이와 소중한 추억거리를 차곡차곡 만드는 행복한 아빠입니다. 아기를 혼자 돌봐야 하는데 걱정이 많은 아빠들을 위해 아기와 둘이 있으면서 익힌 육아 노하우와 재밌는 이야기를 독자 분들과 함께 하고자 합니다. 글에서 설명하는 육아 이야기는 제 아이를 키우면서 제가 느낀 주관적인 사견임으로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한 글이 아님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편집자말]
정신 없이 아침을 먹고, 아기와 열심히 함께 공굴리기 놀이를 하다가 시계를 보니 오전 10시가 조금 넘었습니다. 이제, 아빠가 바빠질 시간입니다. 바로 아기가 오전 이유식 먹을 시간이 됐기 때문이죠.

냉장고에서 '김감자단호박소고기'라고 붙어 있는 이유식을 전자레인지에 넣어 데우고, 데워지는 동안 아기를 의자에 앉힙니다. 아기 팔소매를 걷어주고, 턱받이와 손수건도 목에 둘러줍니다. 이제 아기가 마실 물을 실리콘 컵에 따라서 준비하고, 아기 숟가락까지 챙겨두면 드디어 이유식 먹을 준비 끝! 아기와 아빠가 신나는 이유식 먹기를 시작합니다.

 아기의 이유식. 아빠와 가장 교감할 수 있는 시간이다.
아기의 이유식. 아빠와 가장 교감할 수 있는 시간이다. ⓒ 박현진

우리 집 아기는 5개월부터 이유식을 먹기 시작해서 벌써 이유식을 먹은 지도 4달이 넘었습니다. 부드러운 미음부터 시작하는 초기 이유식 단계를 거쳐, 덩어리진 음식을 먹기 시작하는 중기 이유식 단계까지 무사히 진입했는데요. 이유식을 시작한 지 첫 한 달간은 아기와 엄마 아빠에게 참 시련의 시간이었습니다.

아기가 이유식을 왜 먹어야 하는지도 모른 채 이유식이 먹는 건지 장난감인지 구분도 못하고, 숟가락으로 장난만 치다가 그릇에 담은 이유식 중에 4분의 1도 채 못 먹고 버리는 일이 허다했거든요. 열심히 직접 재료를 손질해서 정성껏 만든 이유식이었기에 저희 부부의 마음은 너무나 아팠습니다.

그런데, 아기가 엄마의 사랑과 정성을 차차 알게 된 것일까요? 점점 먹는 양이 늘더니 한 달 전 정도부터는 200cc 정도의 양을 방실방실 웃으며 다 비우기 시작했습니다. 먹을 수 있는 이유식 재료도 늘어서 기본 재료인 쌀, 감자, 고구마는 물론이고 두부와 생선살, 난이도 높다는 계란 흰자까지 최근에 먹고 있지요. 간식도 다양해져서 사과, 배, 귤, 바나나와 같은 과일과 플레인 요거트 그리고 쌀과자도 먹습니다. 정말 일취월장이지요.

물론, 이유식을 잘 먹는 대신에 우리 육아빠들이 힘든 점도 조금은 생겼습니다. 바로 아기의 '응가향'이 점점 성인을 닮아가고 있다는 것이지요. 정말 대변 후 씻기고 기저귀 치우는 것이 다이나믹하고 즐거워(?)지고 있습니다. 거기다가 우리 아기는 이유식을 먹는 의자가 화장실 변기로 생각하는 것인지 항상 이유식을 먹으면서 큰일을 보네요. 참 의젓합니다.

 아기는 중기, 후기에 접어들면서 점차 이유식 시간에 적응한다
아기는 중기, 후기에 접어들면서 점차 이유식 시간에 적응한다 ⓒ 박현진

이유식 만들기 주의사항 – 아기의 알러지, 식재료의 궁합

이유식을 만들 때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아기의 알러지 반응인데요. 이유식 만들 재료를 사용할 때, 이유식 재료별 시작시기 표를 참조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 표에 나와 있는 순서를 참조하면 알러지 반응이 비교적 적은 재료부터 단계적으로 이유식을 만들 수 있습니다. 아기가 처음 먹어보는 재료를 한 번에 2개 이상 넣으면 어떤 재료에 알러지 반응이 있는지 알 수 없으니까 기존에 사용했던 재료에 새로운 재료를 하나씩만 추가해서 이유식을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우리 부부는 다 만든 이유식 그릇에 포스트잇으로 재료를 메모해두면서 아기의 알러지 반응을 체크하니까 편하더라고요.

 이유식을 만들 때는 식재료별 시작시기와 식재료 궁합표를 참고한다.
이유식을 만들 때는 식재료별 시작시기와 식재료 궁합표를 참고한다. ⓒ 박현진

둘째, 식재료 궁합표를 참조해서 이유식을 만듭니다. 돼지고기에는 새우젓이 궁합이 좋다고들 하죠? 이처럼 식재료 간에 궁합이 좋은 것이 있고 나쁜 것이 있습니다. 당연히 궁합이 높은 음식들을 함께 사용해야 아기에게 맛과 건강을 생각한 이유식을 만들어줄 수 있겠지요?

예를 들면, 소고기는 시금치와는 잘 어울리지만 고구마와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아기들에게 2개 이상의 재료를 이용해서 이유식을 만들 때 이 표를 꼭 활용하세요. 아직까지 우리 집 아기는 이유식을 먹으면서 어떤 재료에도 알러지가 없어서 참 다행입니다. 아기가 건강하게 자란다는 건 부모에게는 정말 큰 복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유식 식재료 궁합표
이유식 식재료 궁합표 ⓒ 박현진

아이 셔! 사과, 요거트

제가 쓴 첫 번째 육아일기 기사에 이유식 먹이기 팁을 전해드렸는데요. 아기와 이유식 먹기 시간을 놀이처럼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항상 아기가 이유식을 잘 먹는 것은 아닙니다. 아기가 이유식을 잘 안 먹는 경우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최근에는 음식에 대한 호불호가 생긴 것이 가장 큰 이유가 된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이유식을 줄 때 별로 좋아하지 않는 식재료만 들어가면 잘 안 먹고, 좋아하는 재료를 넣어주면 잘 먹더라고요. 우리 부부는 실패를 줄이기 위해 잘 먹는 재료를 꼭 하나씩 첨가해주고 있습니다. 우리 집 아기는 고구마, 단호박, 양배추처럼 단맛이 나는 재료를 참 좋아합니다. 역시 예상대로죠?

그런데 아기가 유독 먹기 힘들어 하는 게 있습니다. 바로 신맛이 나는 음식들입니다. 간식으로 주는 사과와 플레인 요거트가 대표적인데요. 이 때 표정은 정말 혼자 보기 아까울 정도로 재밌습니다.

어찌나 표정이 실감나는지 눈을 동그랗게 번쩍 뜨기도 하고, 정말 진저리를 치기도 합니다. 태어나서 처음 접하는 신맛은 아기에게는 충격이었나 봅니다. 거기다가 차갑기까지 하니 더 놀라겠죠. 한 번 맛 본 다음부터는 정말 안 먹으려 하더라고요.

하지만 사과나 요거트는 아기 소화기관에도 좋고, 부족한 영양소를 공급해주는 꼭 필요한 간식입니다. 아기도 재미있게 먹을 수 있게 아빠가 노력을 해줘야겠죠? 저는 요거트에 바나나를 같이 주거나, 사과와 배를 같이 주는 식으로 아기를 유혹하고 있습니다.

또, 아기에게 차갑고 신 사과나 요거트를 먹일 때는 '아이 차가워', '아이 셔'라고 먹으면서 함께 말해주세요. 아기에게 미각의 자극을 공부할 수 있게 하고, 아기도 아빠의 소리를 들으면서 재밌어서 또 먹으려고 할 것입니다.

 사과 좀 그만 주세요
사과 좀 그만 주세요 ⓒ 박현진

 요거트는 아이에게 놀랍도록 신 음식이다
요거트는 아이에게 놀랍도록 신 음식이다 ⓒ 박현진

아빠의 과한 리액션에 꾸벅꾸벅 조는 아기

아기가 이유식 먹을 때 꼭 지켜야 하는 것! 한 자리에서 꾸준하게 먹기이지요. 그런데 이게 참 어렵습니다. 아기의 집중력이 오래가지 않기 때문이지요. 이럴 때 필요한 건 무엇일까요? 바로 아빠의 신명나는 리액션입니다.

잘 먹을 때마다 쳐주는 신명나는 박수, 아기가 집중력을 잃고 다른 곳을 쳐다볼 때 시작되는 이유식 숟가락의 고공비행! 아빠도 이유식을 함께 먹는 듯한 신들린 연기력! 이런 아빠들의 노력이 엄마가 좋아하는 '잘 먹는'아기를 만들 수 있습니다.

얼마 전 아기에게 오전 이유식을 먹이는데 정말 재밌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날따라 아기가 7시쯤 일어나서 열심히 온 집안을 종횡무진 누비고 신나게 덩실덩실 춤을 추더군요. 10시가 되고, 아기가 배고플 시간이 된 것 같아 이유식을 준비했습니다. 아기는 처음 몇 숟가락은 잘 먹더니 찡찡대기 시작하더군요.

지루해서 그런가 싶어 역시나 저의 필살기인 신명나는 리액션을 시작했습니다. 천장 높이에서 떨어지는 숟가락 비행기를 한 입 먹고, 귀신소리를 연상케 하는 아빠의 고음 애교를 들으면서 한 숟갈 이유식을 뜨더니 갑자기 눈을 비비기 시작하더라고요. 아이쿠! 심지어 꾸벅꾸벅 졸기까지 합니다. 자기도 모르게 졸다가 놀라서 우는 모습이 어찌나 귀여웠는지 모릅니다.

▲ 이유식 먹다 꾸벅 이유식 먹다 꾸벅 조는 아기
ⓒ 박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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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가 조는 모습
아이가 조는 모습 ⓒ 박현진

아기가 아빠의 과한 리액션에 지쳐버린 것이었을까요? 아니면 아침부터 너무 열심히 놀아서 아빠의 명연기를 열심히 보다가 잠이 들어버린 것일까요? 이유야 어찌됐든 아기의 조는 모습은 잠 부족으로 피곤하던 아빠에게 큰 웃음을 선사해주었습니다.

이런 아이의 해맑고 순수한 모습에 저 역시 순수해지는 느낌입니다. 육아가 지치고 포기할 것도 많고, 참 많이 힘들지만 이 맛에 아기 키우는 것 아닐까요?


#이유식#비하인드스토리#육아빠#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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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연재 초보아빠 육아일기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꿈과 사랑이 가득한 초등학생을 가르치는 교사입니다. 소박하지만 따뜻한 교육이야기를 전하고자합니다. 또, 가정에서는 한 여자의 남편으로서 한 아이의 아빠로서 사람사는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바둑과 야구팀 NC다이노스를 좋아해서 스포츠 기사도 도전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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