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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을 쓴 윤태룡님은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입니다.

한반도의 비핵화·중립화통일과 '동북아비핵지대화'를 위해 한국이 핵무장을 한다?

이러한 주장, 즉 '비핵화를 위한 핵무장'이라는 말에 대해 상호모순, 어불성설이라 느끼며 고개를 갸우뚱하는 분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전략적 관계에서 흔히 나타나는 "패러독스(역설적) 현상"을 인식한다면 그리 모순적인 주장이 아니다.

즉, 일방이 어떤 의도를 갖고 취하는 전략은 상대방이 그에 상응하여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에 따라 그 최종적인 결과가 결정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한국의 핵무장은 사드 도입 보다 훨씬 더 방어적이고, 안정적 효과를 갖는 조치이다. 물론, 한국의 핵무장 추진은 사드 배치 추진에 비하면 오히려 훨씬 당당하고 옳은 길이지만, 미국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분들은 아마 절대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제 생각을 말씀드려 보겠다.

사드 배치는 우리가 취할 수 있었던 최악의 방책

미국이 집요하게 원했다는 이유로, 성주 시민들의 의사를 묵살하고 공권력을 무리하게 사용하여 한반도에 배치한 사드는 우리가 취할 수 있는 가장 악수(惡手) 중의 악수였다. 그 이유는, 재래식 무기와는 달리 핵무기가 갖고 있는 그 엄청난 파괴력, 즉 핵무기 1, 2개만 갖고도 상대국을 거의 완멸시킬 수 있는 그 특성상, 미사일방어(MD), 종말고고도지역방어(THAAD)체계 등은 말로만 방위(defense)이지 실제로는 공격(offense)적 성격을 갖는 것이기 때문이다. 방위가 왜 공격적이냐 반문하실 분들이 적지 않겠지만, 핵의 세계에서는 일방이 미사일방어체계를 완벽하게 갖춘다는 것은 결국 그 일방이 원하기만 하면 상대방을 언제고 공격해서 승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MD(미사일 방어)체제의 그 공격적 성격을 과거 냉전시대의 두 초강대국이 서로 인식ㆍ인정했기 때문에, 1972년 미국과 소련이 탄도요격미사일제한협정[ABM(Anti-Ballistic Missile) Treaty], 즉 MD체제를 서로 제한하는 조약에 합의할 수 있었던 것이다. 즉, 상호간의 확증파괴(MAD, Mutually Assured Destruction)상태, 또는 그로 인한 '공포의 균형(balance of terror)'을 유지하는 것, 또 그렇게 함으로써 그 어느 쪽도 "선제공격의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상당기간 동안 강대국간의 핵평화를 유지할 수 있는 수단으로 간주되었던 것이다.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미국의 일방적 조치

이러한 강대국간의 합의를 아들 부시가 9.11테러를 "구실"로 2002년 일방적으로 폐기해버렸다. 어떤 이들은, 미국의 이러한 조치가 종교적 극단주의 세력들이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을 가질 경우 그들은 반드시 미국을 공격할 것이기 때문에 그들에게 강대국 소련(러시아)와 같은 '합리성'을 더 이상 기대하기 힘들다고 판단해, ABM 조약을 폐기하고 MD 구축에 나서게 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사실 일방적으로 미국의 이익만을 보호하는 것에 집중하고 그것이 수반하는 더 큰 부작용을 무시하는 견해이다. 테러리스트에 대항하기 위한 것이라면 테러리스트를 근절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지, 왜 다른 핵강대국들까지 위협하는 MD체제를 추진한단 말인가. 미국은 최소한 다른 핵강대국들과 협의하여 반테러조치를 위해 머리를 맞대고 공동의 대처방법을 마련했어야 옳았다.

더군다나, 현재 9.11사건에 대한 미국의 공식적 발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학자, 저널리스트는 수도 없이 많다.[https://youtu.be/kpiVv8tQdmY] 소위 음모설이라고 폄하되지만, 귀 기울여 볼 측면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미국정부가 과거 월남전 개입시 조작했던 '통킹만 사건'을 비롯하여, 미어샤이머(John Mearsheimer)가 얘기하는, 소위 "전략적 거짓말(strategic lie)"을 수도 없이 자행에 온 것은 엄연한 역사적 사실이다.

미국을 마치 정의의 세력, 도덕적 세력, 천사의 편에 서는 세력으로 간주하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태도이다. 미국도 여느 국가와 마찬가지로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정당한 조치, 부당한 조치를 언제든지 추구하는 국가인 것이다. 미국도, 한국도, 북조선도, 중국도, 러시아도, 또 그 어떤 나라도 속다르고, 겉다르게 행동하는 일은 국제정치에서는 비일비재하다. 그러니, 한마디로, 미국이 전면에 내세우는 일방적인 논리를 100% 수긍·수용하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행위라하지 않을 수 없다.

사드의 부작용과 그 공격적 성격에 비해 방어적인 한국의 핵무장

사드(THAAD)는 부작용이 너무 큰 무기체계이다. 현재는 북조선이 이미 거의 핵보유국 수준에 도달했으니, 한국은 (실제로 핵무장을 진지하게 추진하기 위해서든, 혹은 현재와 같은 무위의 상태에서 벗어나 협상력을 크게 키우기 위해서든) 이제 국제사회를 향해 우리도 핵무장할 것을 선언하고 더불어 핵확산금지조약(NPT)의 탈퇴도 공표해야 한다.

단, 남한의 핵무장 추진은 북조선의 핵무장으로 인한 것이므로, 북조선이 비핵화조치에 합의를 하고 구체적인 조치를 성실히 수행할 경우, 차후 한국도 북조선의 비핵화 조치에 상응하는 유화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처음부터 명확히 밝히고 핵무장을 추진해야 한다.

우리가 이런 전략을 취할 경우, 물론 NPT탈퇴 선언은 당연한 수순에 들어가겠지만,  탈퇴선언의 순간에 차후 적절한 과정을 거쳐 궁극적으로 복귀할 것임을 명시적으로 밝혀야 한다. 다시 말해, 한국의 핵무장이 궁극적으로 "한반도 전체의 비핵화"를 목표로 한다는 점을 명백히 하고, 현재 북조선이 이미 실질적으로 핵무기 보유국이 된 이상, 차후 한반도 전체의 비핵화를 위한 중간과정에서 한국의 핵무장은 피할 수 없는 수순이며, 일방적으로 남한에 사드를 배치하는 것에 비하면 훨씬 "덜 위험"한 것임을 주변국들이 납득할 수 있게 끈질기게 설득해야 한다.

한국의 이러한 조치는 첫째, 사드로 인한 논란으로 악화된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를 더 이상 악화시키지 않을 것이며, 둘째, 한국의 핵무장 추진이 북조선의 핵무장 때문임으로 한국의 핵무장 선언은 중국, 러시아로 하여금 북조선에 압력을 극대화시키는 조치를 취하도록 유도할 것이다. 셋째, 미국은 궁극적으로 한반도 비핵화라는 그들이 원하는 비핵확산 결과에 만족하게 될 것이다.

전술핵무기의 과도적 재도입 필요성

또 한 가지 취해야 할 과도적 조치는 과거에 미국이 철수한 전술핵무기를 다시 한반도에 재도입하는 것이다. 이러한 조치는 일견 한반도의 비핵화와 배치되는 것으로 인식되어 남한 내 평화운동세력들이 강하게 반발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 우리의 가장 위험한 "적국" 북조선이 이미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면, 우리도 최소한의 억지력을 보유해야 된다는 것은 당연한 주권사항이다. 그리고, 우리의 이러한 조치가 있어야만 궁극적으로 북조선의 핵포기를 유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한반도 내의 전술핵 재배치는 중국, 러시아로서도 반대할 명분이 없다.

이상에서 궁극적 한반도비핵화를 목표로 하는 과도적 조치들은 그 어느 것도 사드배치에 비해서 훨씬 덜 공격적이고, 핵시대에서는 방어적 조치로 인정될 수 있는 것들이다. 최악(最惡)을 피하고, 차악(次惡)을 선택한 후, 이러한 과정이 최선(最善)에 이르도록 하는 조치를 취하자는 것이 본 필자의 핵심적 주장이라고 하겠다. 사드는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최악 중의 최악"의 옵션으로 반드시 피했어야만 하는 것이다.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의 불평등성, 그리고 "거세당한 호랑이" 한국

핵강대국들은 그 군대가 육군, 해군, 공군, 로켓군, 그리고 전략지원부대 등으로 나뉘어지고, 그들의 군사력(전력)을 분석하는 데 있어서도 핵 및 미사일 전력 분석, 사이버 및 우주전력 분석이 매우 중요시된다. 현재 한국은 오랫동안 미국의 지휘하에 있으면서, 말하자면 "거세당한 호랑이"꼴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강대국들이 핵을 독과점하고 NPT를 통해 타국이 핵개발하려는 것을 범죄시 하는 것은 엄밀하게 말하면 "웃기는 짓"이다. 남이 하면 '도둑질'이고, 자기가 하면 '평화유지의 도구'라는 게 그들의 어불성설의 불평등한 논리인 것이다.

우리가 현재 그들의 논리를 받아들여 "주는 것"은 '핵확산이 가져올 수도 있는 국제체제의 불안정'에 대한 우려 때문이지만, 핵강대국들 스스로는 핵군축, 혹은 장기적인 '핵 없는 세상'을 향한 진보라는 견지에서 전혀 이렇다 할 만한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모든 국가들에게 핵을 금지시키는 핵강대국들의 행태는 한 마디로 "오만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을 마치 한국의 안보를 위해 핵우산을 제공하는 은인으로 여기는 한국의 많은 학자들, 정치인들은 정신 똑 바로 차려야 할 것이다.

불확실성: 미국의 진정한 의도는 무엇일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중국은 북조선에 대해 ('비핵화-평화협정 병행론'으로 대표되는 '왕이 이니셔티브'에 따라) 비핵화와 평화협정 병행론의 입장을 취했었지만, 미국의 사드 배치 결정으로 북조선에게 비핵화를 강력하게 밀어붙이지 못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미국이 이 정도도 예상 못하고 사드를 밀어붙였을 리가 없다고 본다면, 미국의 궁극적인 목표는 과연 무엇일지 다소 불가사의한 측면이 있다.

왜냐하면, 모든 정책에는 의도한 목표(intended goal)에도 불구하고 흔히 예상치 못한 결과(unintended consequence)가 수반되기 때문이다. 필자는 속으로 미국이 이처럼 중국, 러시아를 불안하게끔 만듦으로써 북조선에 대한 비핵화 압력을 더욱 가중시키려는게 아닐까하는 생각도 해보기는 하지만, 이것은 단지 필자의 바람(wishful thinking)일지도 모르기 때문에, 참으로 궁금하고 또 답답하다, 도대체 가늠할 수가 없어서 말이다.

사족(蛇足): 희망사항

우리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당선되었고, 그것은 세계 역사에 길이길이 남을 "촛불혁명"을 성공시킨 수준 높은 우리 국민들 덕분이다. 하지만, 성격도 유하고, 검소하고, 합리적인 대통령을 우리가 갖게 된 것이 참으로 다행이기는 하나, 희망컨대 국민이 뒤에 있음을 믿고 좀 더 "통 크고" 현명한 대통령이 되어, 핵문제를 우리 나름대로의 시각으로 "강단 있게" 처리하고(이 점에서는 김정은을 닮아도 좋다), 위선적인 강대국의 핵정책에 대해서도 강력하게 경종을 울리는 그런 멋진 지도력을 발휘했으면 정말 좋겠다.

이런 얘기를 들으면 좀 섭섭하게 느끼실 수도 있겠으나, 대통령을 비롯한 현재의 핵정책의 틀을 좌지우지하는 분들은 참으로 좁은 시각, 우물 안 개구리의 시각에 갇혀 '큰 그림'을 전혀 보지 못하고, 갈팡질팡하고 있는 상태인 것 같다. 아니, 과연 핵정책이 있기나 한 것인지도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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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학자(국제정치 전공), 건국대학교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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