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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대로를 가로지르는 자전거 대행진 매월 한차례 자전거 도시를 만들고자 하는 염원과 바람을 담아 기린대로를 달리는 대행진이 진행중에 있다.
▲ 기린대로를 가로지르는 자전거 대행진 매월 한차례 자전거 도시를 만들고자 하는 염원과 바람을 담아 기린대로를 달리는 대행진이 진행중에 있다.
ⓒ 김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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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인이 머리카락 휘날리며 페달을 밟아 나간다. 너풀거리는 치마차림이다. 헬멧 대신에 머리카락을 눌러 담은 야구 모자를 썼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사진 중 한 장면이다.

1970년경부터 20여 년 동안 만들어진 암스테르담의 풍경이다. 50여 년이 흘러 이 풍경은 도시와 국가를 넘어 '보편적인 미래'로 확산되었다.

이를 목격한 우리 도시들도 서두르게 되었다. 풍경이 아름다울뿐더러 현명한 사고의 전환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아쉬운 것은 우리 것으로 만듦에서의 서투름 때문이다.

전주도 2000년을 전후로 이 대열에 서 있었다. 시범도시로 지정되고 수백억 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첫 단추를 잘못 끼워 차도가 아닌 보행자와 함께 달리게 한 점이 아쉽다. 결국 실패하고 만다. 행정자치부의 방침으로 인도 위의 보행자 겸용도로를 만들지 않게 한 점이 방증한다.

인천과 대전에서 2010년을 전후해 자전거에 의욕을 냈다. 각각 153km와 315km의 자전거 전용도로를 만들 것이라 했고 일부 개설했다. 2009년 11월 개통된 대덕대로 4.8km의 전용도로는 1년 4개월 만에 버스전용차로로 복원된다. 인천도 마찬가지 일이 있었다. 차로로 복구시켜 달라는 민원에 굴복하고 애물단지로 전락되어 단계적으로 철거되었다.

유럽과 달리 우리는 안 되는 걸까?

유럽에서 이 길은 우연하게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길에 대한 사고의 전환'과 삶의 양식을 달리하지 않으면 안 될 시점에 선택한 필연이다. 차량의 폭발적 증가를 담아낼 도로 확보가 불가능한 일임을 깨달았다. 여기에 오일쇼크라는 외적 충격을 흡수하고 수용하기 시작하였다. 차로를 줄여 다른 교통수단에 할애하는 길 말고는 없음을 깨달은 것이다.

스페인 폰테베드라는 도보 10분 반경의 도심에 승용차는 물론 버스까지 진입을 금지시켰다. 인구 6만의 도시에 차량 2만 7천대에 달하는 교통지옥이었다. 이 조치가 정착되면서 인구가 늘고 교통사고가 줄고, 범죄율이 낮아지는 도시가 되었다. 노르웨이 오슬로는 2019년까지 모든 차량의 도심 진입을 금지시킨다. 시기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마드리드, 함부르크, 파리를 비롯한 수많은 도시들이 이 길을 걷고 있다.

2010년을 전후해 새로운 시도가 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Passeig de sant joan, 뉴욕 퀸스대로, 백악관 앞 펜실베니아 애비뉴 자전거 길. 가장자리가 아니라 도로 한가운데에 자전거 길을 낸다.

Queens대로에 위치한 자전거도로 뉴욕 Queens주 Queens Plaza 인근의 도로다. 차로 가운데를 달리며 수목과 보호시설로 분리된 자전거 도로를 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워싱턴 DC 펜실베니아 애비뉴, 콜롬비아 보고타를 비롯해 2010년을 전후하여 이런 유형의 차로 가운데의 자전거 도로가 만들어지고 있다. (Queens Plaza Protected Cycletrack is Open for Business 라는 이름의 유튜브 영상을 캡처하였음)
▲ Queens대로에 위치한 자전거도로 뉴욕 Queens주 Queens Plaza 인근의 도로다. 차로 가운데를 달리며 수목과 보호시설로 분리된 자전거 도로를 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워싱턴 DC 펜실베니아 애비뉴, 콜롬비아 보고타를 비롯해 2010년을 전후하여 이런 유형의 차로 가운데의 자전거 도로가 만들어지고 있다. (Queens Plaza Protected Cycletrack is Open for Business 라는 이름의 유튜브 영상을 캡처하였음)
ⓒ StreetfilmsV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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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에 이런 흐름과 관련해 주목할 만한 일이 진행 중이다.

외부인이 찾는 전주역 앞 백제대로는 왕복 10차선의 도로였다. 이 구간 800여 미터를 '첫마중길'로 명명해 왕복 4개 차로를 줄이고 중앙을 광장으로 만들었다. 기존의 60Km/h의 제한속도를 40Km/h로 낮추었다.

또한 남북을 관통하는 기린대로 중앙에 자전거 전용도로 개설 논의를 숙성시켜 왔다. 꽤나 오랜 논의 끝에 민관협의기구를 통해 최근 가닥을 잡았다. 보다 안전하고 쾌적하게 만들 세부적 안을 만들고 공청회 등에 붙여 확정하는 절차가 눈앞에 있다.

10차로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6차로로 줄이고 속도를 낮추다 보니 불만이 나온다. 보완하고 다듬어 가야 할 지적이 적지 않다. 마중길에서 '길에 대한 생각'을 달리 하는 일이 시작되었고 기린대로를 통해 본격화하는 과정에 서 있다.

자전거 도로를 고민하며 다른 나라의 사례에서 시작된 게 아니었다. 거듭된 논의와 연구를 통해 아이디어가 나왔다. 여기에 다른 사례가 참고되어 탄력이 붙은 것이다. 가장 안전하게 달릴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행정자치부도 전주의 자전거길 개설에 관해 주목하고 있다. 수십 년의 정착과정을 거친 유럽과 다르게 자전거 길을 낼 지름길로 여기기 때문인 것 같다.

새로운 변화에 뒤따르는 일이 있다. 익숙하지 않은 것에서의 불편함과 저항감, 완성되지 않은 과정에서의 고충이다. 당장의 불편과 보완해 나갈 문제 때문에 새로운 선택을 못하는 건 사리에 맞지 않는다. 바꾸지 않으면 안 될 우리 도시의 미래가 분명하다면 선택으로만 남겨둘 것인가? 전주에서 일어나는 변화와 그 과정을 통해 다가올 새로운 미래에 주목할 대목들이다.

5030을 추진한다?
지난 8월 29일 전주시에서는 「'도심 속도 하향조정 5030 추진' 교통안전 대토론회」라는 이름의 세미나가 진행되었다.

국토교통부가 교통사고 사망자 감소를 위해 전국 중소도시를 대상으로 추진하는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이날 행사는 국토교통부, 경찰청, 전주시에서 주최하고 교통안전공단이 주관하였으며 교통안전 국민포럼이 후원한 가운데 개최되었다.

전주시 교통안전과, 경찰청, 국토교통부, 지역 교통안전담당 공무원, 녹색어머니회, 모범운전자 등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되었다.

주요 도로의 통행속도를 60~80㎞/h의 현재 수준에서 50㎞/h로 하향하고 어린이 보호구역 등이 해당하는 이면도로는 시속 30㎞/h로 낮추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세계 보건기구의 권장사항이기도 하며 미국 40~64㎞/h, 영국 48㎞/h, 독일·스웨덴·스위스 30~50㎞/h로 시행하고 있다. 베를린, 취리히, 비엔나 등의 도시들은 도심 전체를 시속 30㎞/h로 제한하는 추세에 있다.

행사를 주관한 교통안전공단 송병호 전북지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교통사고 발생 확률은 차량 속도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라고 밝히며 "도심에서의 속도 하향은 선진국 수준의 교통안전도 달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정책"임을 강조하였다.
한편 전주시의 경우 전주역 앞 첫마중길을 개설 하면서 제한속도를 기존의 60㎞/h에서 40㎞/h으로 낮춘 바 있다.

전주시는 김승수 시장이 올해 밝힌 신년사를 통해 여러 의지를 천명한 바 있다. '첫마중길'을 시작으로 '기린대로 자전거도로 개설'을 이어가고 있다. 이를 통해 '걷기에 편한 도시', '자전거가 달리기 좋은 도시'를 만들고자 하는 의지를 밝히고 있으며, 이러한 맥락속의 정책변화가 진행중이다.


주행속도를 낮추면 사고가 줄고 치명적인 부상이 줄어든다. 이날 토론회에서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임채홍씨가 발제한 내용에서 따왔다. 60㎞/h -> 50㎞/h 으로 줄일때 사고 위험은 1/2로 감소하고 80㎞/h으로 올릴때 32배로 급격히 증가함을 보이고 있다.
▲ 주행속도를 낮추면 사고가 줄고 치명적인 부상이 줄어든다. 이날 토론회에서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임채홍씨가 발제한 내용에서 따왔다. 60㎞/h -> 50㎞/h 으로 줄일때 사고 위험은 1/2로 감소하고 80㎞/h으로 올릴때 32배로 급격히 증가함을 보이고 있다.
ⓒ 교통안전공단 전북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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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김길중(민관협의기구 전주 '자전거 다울마당' 위원, '생태교통시민행동' 공동대표)



#전주 자전거도로#자전거 도시#5030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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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타는 한의사, 자전거 도시가 만들어지기를 꿈꾸는 중년 남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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