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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과 5일 연달아 학교 폭행 사건이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락내리락 하고 있다. 부산에서 일어난 여중생들의 폭행사건과 강릉에서 벌어진 폭행 사건의 피해자들이 입은 상처를 보면 경악을 금할 수 없다.

이게 과연 학생이 저지른 짓인가, 아니 사람이 한 짓이 맞는가 하는 의문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가해자들의 신상이 온라인상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네티즌들의 분노가 자연스레 이어진 수순이었다.

경찰의 안이한 대처와 시민들의 '정의구현'

피의자의 신상 털기는 과연 정당한 도리였을까? 이 물음을 답하기 전에 이번 사건들의 1차 원인을 살펴보면 우선 가해자들에게 있다. 폭행은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어떠한 사유로든 정당화될 수 없다.

2차 원인은 경찰이다. 4일 크게 국민들로부터 많은 공분을 샀던 이른바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은 두 차례에 걸쳐 집단 폭행이 일어난 것이다. 그러니까 경찰은 처음 폭행사건 당시 가해자들을 보호관찰 대상에 등록시켜 놓았던 상태였다. 그럼에도 2차 폭행이 일어났다. 가해자들이 신고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피해자를 보복 폭행한 것이다. 경찰들의 안이한 대처를 적나라하게 목도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번에 강릉에서 일어난 사건 역시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본다. 두 사건이 이렇게 국민들의 이목을 끌게 된 것은 경찰이 아닌, 네티즌들이 SNS를 통해 폭행 사실을 널리 알렸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다시 한 번 지금 가해자들의 신상이 유출되고 있는 것은 옳은 일일까? 과거에는 언론에서 국민의 알권리와 공익을 주장하며 흉악범들의 얼굴 공개를 주장했었는데, 요즘에는 네티즌들의 '정의구현'이라는 명목 하에 피의자의 모든 정보를 캐낸다. 감정적으로는 누구나 이에 통쾌함을 느끼며 비난을 하고 싶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것은 전적으로 틀렸다. 일단 '무죄 추정의 원칙'에 어긋난다. 그들은 법정에서 유무죄를 판결받기 전까지 수사 과정에서 어떠한 불리한 대우를 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 그런데 유무죄가 가려지기 전에 가해자들의 신상을 캐내어 비난을 하는 것은 형벌이 처해지기 전에 처벌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는 또 다른 폭행이 된다.

형벌권은 사법부에게 있는 것이다. 그 외에 언론이든 시민이든 누구든 형벌할 수 있는 권리는 없다. 설사 죄질이 위와 같은 사건들보다도 악랄무쌍할지라도 말이다.

'부산 여중생 폭행'이나 '강릉 폭행' 사건들의 가해자들을 옹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또 피해자들이 안중에 없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다만 일방적으로 흘러가는 흐름 속에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신상이 공개되는 것은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그들의 가족을 포함한 주위사람들이 이로 인해 피해를 받게 된다면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나 싶다. 잘못된 '정의구현'은 2차 피해를 발생시킬 수 있다. 물론 현재 가해자들이 이를 인지하고 적반하장 식의 뻔뻔한 태도를 보면 그들을 당장 언론을 통해 생중계시키고 싶지만 말이다. 그들은 악마라 불리지만 우리조차 악마로 보여선 안 된다.   


태그:#부산여중생폭행, #강릉폭행, #무죄추정의원칙, #형벌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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