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잠시 후, 영상에는 아기 코끼리를 어미로부터 억지로 떼어내는 장면이 나왔어요. 나쁜 아저씨들이 아기 코끼리를 꼼짝 못하게 가두고 심하게 때리기 시작했어요. 음식을 주지 않고 날카로운 갈고리나 채찍으로 계속 아기 코끼리를 고문했어요.

'여러분이 보신 장면은 아기 코끼리의 파잔 의식입니다. 아기 코끼리를 트레킹이나 쇼에 내보내기 위해 야생성을 없애는 의식이에요. 이렇게 가혹한 의식으로 코끼리의 육체와 정신을 무너뜨려서 사람이 시키는 대로만 움직이게 만들지요. 이 과정을 거치는 동안, 반 이상의 아기 코끼리가 목숨을 잃는답니다.'" - 42, 43쪽

우리나라 사람들이 자주 찾는 태국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입니다. 대부분 태국 여행을 하는 사람들은 코끼리 등에 올라 숲을 걷는 걸 좋아합니다. 저는 코끼리 트레킹은 못해봤습니다. 코끼리 쇼는 봤던 기억이 납니다. 아주 오래 전이라 가물가물합니다. 다가온 코끼리에게 바나나를 통째로 준 적이 있습니다.

잔인하게 죽어가는 코끼리를 도울 수 있다?

 <코끼리를 타면 안 돼요?> (공주영 지음 / 설찌 그림 / 낮은산 펴냄 / 2017. 7 / 128쪽 / 1만3000 원)
<코끼리를 타면 안 돼요?> (공주영 지음 / 설찌 그림 / 낮은산 펴냄 / 2017. 7 / 128쪽 / 1만3000 원) ⓒ 낮은산
그런데 그러는 게 아니었습니다. 무척 잘못한 일이었습니다. 모르고 한 일이지만 부끄럽습니다. 인간의 재미를 위해 동물을 학대하며 훈련시키는 일은 안 될 일이지요. 공주영의 <코끼리를 타면 안 돼요?>는 왜 코끼리 쇼를 관람하거나 코끼리를 타면 안 되는지 차근차근 짚어 줍니다.

단순히 동물 복지를 말하거나 동물 학대를 그만 두라고 일러 주는 책이 아닙니다. 사람과 지구를 살리는 착한 소비를 어떻게 해야 할지 가르쳐 주는 책입니다. 태국에는 코끼리 관광이 코끼리 쇼나 코끼리 트래킹만 있는 게 아닙니다.

갈 곳 잃은 코끼리들이 모인 공원이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동물들과 교감하는 관광 프로그램이 실시되고 있답니다.

책 안의 '태국의 코끼리 자연공원'이란 작은 제목 속 주인공인 서진이는 태국에 친척을 방문해 이런 공원 얘기를 듣고 시큰둥합니다. 코끼리 체험관광보다 훨씬 비싸면서 코끼리도 탈 수 없다는 게 이해가 안 갔으니까요.

하지만 그 안에서 만난 코끼리 조기아 이야기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어린 아기 코끼리 슈슈의 엄마 코끼리인데 눈 멀고 장애가 심했습니다. 어린 슈슈는 나무 벌목장 일을 시키기 위한 훈련 중 아저씨들이 채찍으로 때리고 갈고리로 찍어 숨졌다고 합니다. 찢긴 새끼를 돌보려고 달려가다 엄마인 조기아 또한 아저씨들이 휘두른 갈고리에 눈이 찍혀 멀고 말았답니다.

태국의 파잔 의식이나 코끼리 훈련법은 잔인합니다. 우리도 돌고래 쇼나 물개 쇼를 하는 곳이 있습니다. 그들도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고 누가 보장하겠어요. 동물 쇼 관람이나 코끼리 등에 타는 일은 한 번쯤 재고할 일입니다.

책에서 서진이가 코끼리 쇼나 코끼리 타기는 포기했지만 코끼리들과 함께 놀고 먹이 주고 목욕을 시켜주는 등의 프로그램을 재미있게 즐깁니다. 책의 표현처럼, 동물원은 동물 입장에선 아주 슬픈 곳입니다. 그러나 태국의 자연공원 동물들은 행복하겠죠. 이처럼 인간은 동물과 함께 행복한 길로 가야 합니다..

태국의 코끼리 자연공원은 렉이란 사람이 시작했습니다. 1989년 태국 당국의 코끼리 벌목 금지 이후 코끼리들은 쇼나 관광객 트래킹에 투입됩니다. 하지만 혹독한 훈련으로 죽거나 장애가 발생했습니다. 렉은 그들을 돕는 일을 시작한 것입니다. 2005년에 <타임>은 렉을 아시아의 영웅으로 선정했답니다. 이제 코끼리 타는 관광이 아니라 코끼리 자연공원으로 가면 어떨까요.

푸른 세상을 가꾸려면 게임에 빠져라?

책은 게임을 강력히 권고합니다. 무슨 얘기냐고요? 게임을 하는 게 다 나쁜 게 아니랍니다. 게임을 하면 나무를 심어 줍니다. 나무를 심는 게임인데 게임으로 그치는 게 아니고 실제로 나무를 심게 됩니다. 우리나라 이야기입니다. 저도 처음 접하는 이야기라 참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대부분의 가정에서 부모님과 아이들이 실랑이를 벌이죠. 게임 하지마라, 게임하고 싶다, 뭐 그런 줄다리기 실랑이 말입니다. '한국의 트리플래닛'이란 책 속 작은 제목의 글에서 주인공 지민이는 아토피로 고생하는 동생 지은이는 돌보지 않고 날마다 게임만 합니다.

당연히 동생 지은이는 놀아달라고 하죠. 엄마는 게임 좀 그만하고 동생을 잘 돌보라고 하고요. 그러나 지민이는 게임이 좋습니다. 게임을 말리는 엄마에게 "엄마가 저한테 관심이나 있어요? 쓸 데 없는 아들은 사라질 거예요"라고 쏘아 붙이고 가출합니다. 갈등이 참 심하죠.

아토피 때문에 고생하는 동생 지은이, 지은이 때문에 갈등이 심한 엄마 아빠, 그 사이에서 외톨이가 된 지민이. 이 가정의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있을까요. 좀 돌아가고 먼 길이긴 하지만 세상이 모두 프르른 강산이면 아토피가 없어지지 않을까요.

지민이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게임을 잘하는 지민이에게도 기회가 있네요. 집 나가서 만난 친구 세준이가 나무 심는 착한 게임을 가르쳐줍니다. 자신이 어떤 나무를 심을 것인지 나무 이름까지 자신이 지어 심을 수 있습니다.

"뭐야? 지금 나더러 게임을 하자는 거야?"
"맞아, 게임! 이 게임을 하면 나무를 심어 주거든."
"나무를 심어 준다고?"
"그래, 진짜 나무를 심어 준다니까." - 114쪽

게임 속에서 나무를 심으면 게임 회사가 실제로 게임 속에서 나무를 심은 장소에 나무를 심어줍니다. '트리플레닛'이란 회사입니다. 동네 하천과 산에 심을 수 있습니다. 게임에서 뿐 아니라 실제로 자원봉사로 나무 심기를 할 수도 있습니다. 일종의 크라우드 펀딩 게임입니다. 이런 게임은 중독돼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이 사회공헌 운동은 중국과 태국, 우리나라에서 사막화 진행을 막기 위해 2010년에 시작되었습니다. 책에 따르면, 2015년 7월까지 10개국에 51만여 그루의 나무를 심었고, 80여개 숲을 조성했습니다. 외에도 버려진 동물들에게 사료를 지원하는 '파파홈 게임', 아프리카에 빨간 염소를 보내 주는 게임도 있다고 합니다.

책은 이 두 가지 사례 외에도 어린이들 수준에서 얼마든지 착한 소비가 가능함을 가르쳐 줍니다. ▲마을과 사람을 동시에 살리는 캐나다의 로컬 푸드 농민 장터 ▲노숙자 잡지인 영국의 빅이슈 ▲이웃끼리 차를 나눠 쓰는 공유 경제인 스위스의 카 셰어링 ▲갈 데 없는 아이들에게 음식점에서 일하며 배우게 하는 베트남의 코토 ▲소비자 협동조합 이탈리아의 콥 ▲유기농 면화를 생산하는 인도의 공정 무역 등이 그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코끼리를 타면 안 돼요?> (공주영 지음 / 설찌 그림 / 낮은산 펴냄 / 2017. 7 / 128쪽 / 1만3000 원)
※뒤안길은 뒤쪽으로 나 있는 오롯한 오솔길입니다. 책을 읽으며 떠오르는 생각의 오솔길을 걷고 싶습니다. 함께 걸어 보지 않으시겠어요.



코끼리를 타면 안 돼요? - 이웃과 지구를 살리는 착한 소비

공주영 지음, 설찌 그림, 낮은산(2017)


#코끼리를 타면 안 돼요?#공주영#공정 무역#서평#착한 소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늘도 행복이라 믿는 하루가 또 찾아왔습니다. 하루하루를 행복으로 엮으며 짓는 삶을 그분과 함께 꿈꿉니다.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이런 제목 어때요?>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