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구리역사클럽>에서 강의중인 김명수 교수
 <구리역사클럽>에서 강의중인 김명수 교수
ⓒ 야마다다까꼬

관련사진보기


"재일 한국인은 자립적이고 자생적으로 생존 전략을 구사하고 살아왔습니다. 정체성은 넓은 의미에서의 민족 교육과 가정에서 교육에서 형성됩니다. 모두 중요하지요."

지난 3월 말, 구리시 다문화가정지원센터에서 구리역사클럽(대표 미야우치 아키오)의 오픈강좌가 열렸다. 재일 동포인 김명수 교수(칸세이학원대학 사회학부)가 강사로 나섰다. 그는 재일 동포의 모습을 이렇게 분석했다.

이날의 강좌에서 그는 구체적인 통계 결과를 들어 재일 동포들의 학력이나 수입 수준이 일본 사람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1년간 한국에 체류했다. 그에게 몇 가지 추가 질문을 던졌다.

 김명수 교수 (칸사이학원대학 사회학부)
 김명수 교수 (칸사이학원대학 사회학부)
ⓒ 야마다다까꼬

관련사진보기


- 작년부터 한국에서 어떤 연구를 하셨나요?
"한국에서 뜻깊은 연구 생활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헤이트 스피치 피해를 당하고 있는 분들에 대한 인터뷰 조사'는 그 중 하나입니다. 유럽의 인권 수준에 견주지 못하는 최신의 법 제도와 전근대적인 차별 관행이 공존하는 상황에서 한국의 마이너리티가 어떤 삶을 겪고 있는지 엿볼 수 있었습니다.

한국 사회학자는 이런 전근대, 근대, 탈 근대적인 사상이 단기간에 뒤죽박죽이 발생하는 상황을 '압축된 근대'라고 부릅니다. 그저 섞였다는 것이 아니라 섞임으로써 새로운 현상이 탄생하곤 하네요. 특히 사회 운동에 대해서는 일본이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했습니다."

- 연구 및 한국 생활의 소감은?
"한국을 처음 방문한 것은 88년 올림픽 직후였는데요. 그 당시엔 솔직히 말하면 거리와 가옥이 정비되어 있지 않고, 독자적인 팝 문화 등을 선보이지 못한 것에 실망한 기억이 있습니다. 거의 30년이 지나고 나서 꽤 여러 곳이 극적으로 변했네요. 더러운 도로 등 아직 달라지지 않은 것도 있지만요.

다만 지난해 3월에 한국에 막 왔을 때는 도로의 더러움(특히 담배 꽁초 투기)을 개선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조금 다르게 보고 있습니다. 한국 사회는 '쓰레기 투기를 허용하는 사람일수록 남의 정치적 행동을 허용하는' 경향이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거꾸로 말하면 "쓰레기 때문에 화가 치민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시위한다면서 도로를 혼잡하게 만들거나 현수막을 마음대로 설치하고 경관을 해지는 것은 용납하지 않는다"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더라고요. 좀 재미있지 않나요?

시민들은 강남역 살인 사건, 구의역 사고 후  한동안 역 주변에 추모 포스트잇을 붙였습니다. 그런 무주물을 장기간 허용하는 건 일본에서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일본에서는 그저 '쓰레기'로 취급 당해 당일 철거되겠죠. 지금은 이런 측면이 한국의 좋은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2017년 <제10회 이주민영화제> 에서 재일 코리안 3세 감독인 박영이 감독의 <하늘색 심포니>상영후의 교류회에서
 지난 2017년 <제10회 이주민영화제> 에서 재일 코리안 3세 감독인 박영이 감독의 <하늘색 심포니>상영후의 교류회에서
ⓒ 야마다다까꼬

관련사진보기


- 이번에 구리역사클럽에서 강연하게 된 계기는?
"미야우치 아키오씨에게 의뢰받았습니다. 미야우치씨는 다른 단체가 주최한 저의 강연회에 참석하셨어요. 강연 후 3차까지 대접받고 그날 완전히 친해졌지요."

- 강의 및 구후의 교류회 등을 통한 소감은? 
"강의하는 것은 쉬웠습니다. 너무 자세히 설명하지 않아도 청중들이 쉽게 이해하는구나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마도 이번 강의와 어딘가 통하는 체험을 하고 오신 것 아닐까 생각합니다. 강의 후 교류에서는 제가 더 여러가지 배울 수 있었지요. 함께 잡담하고 있었을 뿐이었지만,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었습니다. 어떤 내용인지는 사생활에 닿아있어서 알려드릴 수 없지만요."

- 앞으로의 계획은?
"지금은 재일 동포를 대상으로 한 조사를 기반으로 책을 쓰고 있는 중입니다. 한세기가 넘는 재일동포의 역사에서 랜덤 샘플링으로 전국 규모 조사를 실시한 건 세 가지밖에 없었습니다. 1993년, 1995년, 2013년에 각각 실시했습니다. 그 3개 조사에서 무엇이 드러났는지, 그리고 그 기간에 어떤 변화가 나왔는지 그런 것을 책에 정리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재일 동포를 대상으로 한 조사로 한 권의 책 밖에 출판되지 않았습니다. 그것도 좋은 데이터가 없습니다. 한국에서는 재일 동포에 대한 정보는 공백에 가깝군요. 일본어를 읽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재일 동포는 잘 모르는 존재죠. 그래서 지금 쓰고 있는 책이 무사히 나오면 꼭 한국어판도 내고 싶습니다."

그를 처음에 보았던 것은 작년의 이주민 영화제다. 재일동포 3세인 박영이 감독을 모시고 <하늘색 심포니>를 상영하는 날이었다. 중학생인 아들과 함께 와서 화기애애했던 분위기가 기억에 남는다.

이 날 강좌 후 교류 시간에 참여자들이 함께 식사하고 차를 마시며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그 자리에 일본 사람뿐만 아니라 재일 동포 3세, 4세의 새댁들도 왔다.

그들이 재외 동포라서 복지제도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거나 자녀들을 키우면서 느끼는 정체성 문제 등 때문에 고민하는 모습이 안쓰럽기도 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따뜻하게 조언도 해주는 김명수 교수의 모습은 큰오빠처럼 단단해 보였다. 앞으로 그가 구체적인 조사로 재일 동포의 현재 모습을 담아낼 것이라 기대해 본다. 앞으로도 구리역사클럽의 오픈 강좌에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란다.

<구리시 역사클럽 오픈강좌>

일본군 '위안부 '문제, 소녀 동상, 그리고 우리 (일본어로 진행)

일시 : 4 월 24 일 (월) 10 : 00 ~ 12 : 00
강사 : 粱路子 (양노자) 사무국장
교토 출신 재일3세. 정신대 문제 대책 협의회 사무국장
장소 : 구리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 교육장 (교문 사거리, 유가네카루굿스 2 층)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MWTV이주민방송(www.mwtv.or.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일본#재일 코리안#다문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014~ 이주민영화제(MWFF) 프로그래머 참여 2015~ 인천시민명예외교관협회운영위원 2017년~2019년, 이주민방송(MWTV) 운영위원 2021년 ~ 인천서구마을공동체 웃서모 대표 겸임 2023년~ 인천 i-View 객원기자 겸임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