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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모를 실험실의 토끼와 고양이야, 너희들에게 편지를 쓰는 것은 이유미의 <10대와 통하는 동물 권리 이야기(철수와 영희)>를 읽고 인간이 저지르는 너무나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야.

너희들의 권리에 대해 생각해보지도 않았고 관심을 갖지 못했던 것 정말 미안해. 책을 통해 충격적인 여러 가지 사실을 알고 나니 마음이 영 편치 않구나. 편지로나마 인간의 욕심에 무참히 희생된 수많은 동물들에게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을 전하고 싶어.

 <10대와 통하는 동물 권리 이야기> 이제는 동물 문제를 직면할 용기를 내야한다
<10대와 통하는 동물 권리 이야기> 이제는 동물 문제를 직면할 용기를 내야한다 ⓒ 철수와 영희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은 동물들을 농장용으로, 생체 실험용으로, 또는 인간의 즐거움을 위해 사용한다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어. 내가 생각하는 애완동물은 개와 고양이, 햄스터 그리고 실험용 동물은 기껏해야 흰쥐가 전부였거든.

그런데 인간의 욕심과 이기심으로 수많은 동물들을 실험을 위해, 즐거움을 위해, 또 식용을 위해 너희들을 마구 괴롭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 너희들도 생명으로 누릴 권리가 있는데 최소한의 권리마저 빼앗긴 채 인간들에 의해 마구 학대당하다 유기되거나 죽어간다니... 정말 미안해.

토끼야, 너희들은 눈물샘이 없다지? 그 때문에 너희 눈에 독성 물질을 떨어트려 반응을 보는 수천 번의 실험을 통해 눈을 크게 보이게 만드는 마스카라와 같은 화장품을 만든다는 사실을 알고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

토끼는 눈물샘이 없답니다. 우리와 약간 다르죠? 우리의 눈에 뭔가가 들어오면 몸은 얼른 상황을 파악하고 눈물을 보내주어 이물질을 씻어냅니다. 그런데 토끼는 그게 아니어서 화장품 유독성 확인 실험의 대상이 됩니다. 눈에 주입되는 화학 물질을 눈물이 씻어내 보리면 실험이 제대로 안 되니까요. 그래서 계속 독성 물질을 떨어트려 토끼 눈의 반응을 보는 것이랍니다. 그 과정에서 토끼가 괴로워 발버둥을 칠 수 있으니 토끼를 단단히 고정시켜 놓습니다. 목만 나오게 만든 틀에서 토끼는 전혀 움직일 수 없이 그 과정을 견뎌내야 합니다. 너무 고통스러운 토끼들은 그 안에서 몸부림치다 목뼈가 부러져 죽기도 한답니다. - 83쪽

유럽에서는 더 이상 화장품 실험을 위해 동물을 실험 대상으로 사용해선 안 된다고 하더구나. 하지만 중국에 화장품을 수출하려면 동물 실험을 의무적으로 거쳐야 하기 때문에 대한민국이나 유럽마저 여전히 너희들을 실험 대상으로 하고 있다고 해. 동물 권리 규정에 예외 조항을 두었기 때문이래. 하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너희들의 권리에 관심을 가지고 한 목소리를 낸다면 예외 규정을 없앨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참, 너희 친구들 중에 긴 털을 가진 앙고라토끼가 있지? 그 친구들은 산 채로 털을 뽑힌다는 사실을 알고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 산 채로 털을 수 있을 때까지 뽑다가 더 이상 털을 뽑을 수 없으면 목이 잘려 식용으로 팔려 나간다니 내가 인간이라는 사실이 너무 부끄러워.

보들보들한 앙고라 스웨터를 만들기 위해서 산 채로 토끼털을 뽑아냅니다. 털을 깨끗하고 안전하게 깎아 내는 것이 아닙니다. 이는 저의 순진한 환상이기도 했지요. 앙고라토끼는 태어나서 두 달이 될 무렵부터 털이 뽑히는데 피부에 피가 맺힐 때까지 뜯기는 과정을 3개월마다 반복적으로 겪습니다. 작은 토끼에게서 나오는 비명은 너무나 처참하지만, 그 소리를 들으면서도 털을 뽑는 인간의 손은 멈추지 않지요. 이렇게 털을 생산하다 더는 그런 역할을 해내지 못하면 거꾸로 매달린 채 목이 잘려 토끼고기로 팔려 나갑니다. - 138쪽

밍크, 여우, 수달, 족제비, 담비, 친칠라. 코요테, 라쿤, 오리, 거위 등은 아름답고 따뜻한 털을 가졌다는 이유로 산 채로 가죽이 벗겨지고, 털을 뽑힌다니 인간들이 너무 잔인하고 욕심이 많구나. 앙고라 스웨터나 털가죽을 보면 너희들이 어떻게 죽어갔는지 기억하며 다른 것을 이용하도록 할게.

고양이 키우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고 해. 고양이를 애완용으로 키우는 사람들이나 길냥이의 캣맘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어. 그런데 그 이면에 너무나 놀라운 사실이 숨겨져 있더구나. 고양이가 크면 귀엽지 않다고 유기하기도 하고, 고양이를 개처럼 공장식으로 생산해 팔고 있다는 거야.

집단생활이 아닌 단독 생활을 하는 독립적인 고양이를 뜬장이라는 사방이 뚫린 철장에 가두고 강제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도록 만든대. 출산도 정상적 방식이 아니고 새끼가 어느 정도 자라면 배를 갈라 꺼낸다고 해.

고양이 공장은 더 잔인할 수 밖에 없습니다. 왜냐면, 고양이라는 개체는 집단 사육이 배우 힘든 동물이거든요. 고양이는 예민하고 질병에 취약합니다. 단독 생활을 하는 영역 동물이기 때문에 고양이의 본능과 상충하는 환경입니다. 그럼에도 강아지를 생산하는 방식과 다르지 않게 번식시키고 있는 번식장 고양이들의 고통은 말할 수 없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 50쪽

인간의 이기심으로 비참하게 죽어간 이름 모를 토끼와 고양들아 정말 미안해. 일본의 731부대는 산 사람을 생 실험 대상으로 이용한 범죄를 저질렀어. 1940년 이후 매년 600명의 마루타들이 생체실험 대상이 돼 최소한 3천여 명의 중국, 러시아, 한국, 몽골인이 희생된 것으로 소련의 일제전범재판 결과 드러났다고 해. 마루타 감옥에서 살아 나온 사람은 한 명도 없대.

저런 범죄에 분노하는 인간이 말 못하는 동물들을 마구잡이로 실험용으로, 또 다른 이유로 가두고 학대할 권리가 있을까. 너희도 살아갈 권리가 있는데 말이야. 인간이 복지를 바라듯 너희들의 권리와 복지도 침해당해선 안 된다는 사실을 더 많이 알려야겠어. 다음엔 조금 덜 부끄러운 편지를 쓸 수 있으면 좋겠구나. 그렇게 되도록 인간들이 노력할게.

'세계 동물 권리 선언 전문'

*생명은 하나다. 모든 생명체는 공동이 기원을 가지고 있으며 종의 진화 과정에서 다양화 되었다.

*모든 생명체는 천부적 권리를 가지며. 신경 시스템이 있는 동물은 특별한 권리를 가지고 있다.
*이들 생명체의 권리에 대한 경멸 혹은 무지는 심각한 자연파괴와 동물에 대한 죄악을 초래한다.
*인류가 다른 동물의 권리를 인식할 때 우리는 다양한 생명체와 공존할 수 있다.
*인간이 동물을 존중하는 것은 인간이 다른 인간을 존중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덧붙이는 글 | 10대와 통하는 동물 권리 이야기/글. 이유미 그림 최소영/ 철수와 영희/13,000원



10대와 통하는 동물 권리 이야기

이유미 지음, 최소영 그림, 철수와영희(2017)


#동물 권리#동물 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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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이런 제목 어때요?>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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