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절기 가운데 개구리가 깨어난다는 경칩입니다. 하루전 4일 제주 성산포에서는 이 같은 말이 무색하리라 생각이 듭니다. 이곳은 일찍 꽃망울을 터트린 유채꽃은 물론이고 매화꽃이 만개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뿐 아니었습니다.
노지의 배추까지 꽃대를 올리고 있는 모습에서 개구리가 깨어난 게 아니고 한참 전부터 깨어나 놀고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며칠 전까지 매서운 추위로 고생 했는데 어느새 봄이 우리 곁으로 성큼 다가와 있었던 것입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이 이제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역사는 민중 총의의 합을 향해 파도와 같이 진퇴를 반복하면서 앞으로 나아간다고 합니다. 총의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바로 그것이 역사에 대한 반동입니다.
박정희 정권 17년 전두환 노태우 군사정권 10년 이어 그 과도기라고 볼 수 있는 김영삼 정권 5년으로 파도는 민주화를 열망하는 민중의 총의의 합이라는 벽에 부딪혀 점점 약해졌습니다.
이어 김대중 정권 5년 노무현 정권 5년 등 10년은 이 같은 열망에 부응해 민주화를 신장시키는 시기였습니다. 군사정권에 대한 반동이었습니다. 하지만 또 이 파도가 낮아진 후 다시 군사정권의 맥을 잇는 이명박 정권 5년에 이어 박근혜 정권이 태어나면서 반동했지만 5년을 채우지 못한 채 사그라지고 있습니다.
역사가 민중이라는 이름의 집단 지성이 지향하는 총의의 합 쪽으로 나아간다는 그 정확한 반증이기도 합니다. 무서운 수레바퀴가 돌아가고 있는게 아닌가 합니다.
박정희가 18년의 집권을 통해 보릿고개를 없앴다면 바로 그것이 바로 당시 시대적 요구였던 민중의 총의였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가 유신헌법을 통해 민주화의 열망을 억눌렸던 것은 역사의 반동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같은 역사의 흐름을 볼 때 박근혜가 박정희의 효녀로 남기 위해 역사 교과서를 분탕질 치고자 했지만 결국 물결을 거스르지 못했습니다. 그렇다면 역사의 합은 박근혜의 반동인 더불어민주당 등 김대중 노무현을 잇는 세력이 전면으로 나서는 게 필연이라는 것입니다.
일부 보수단체가 태극기를 몸에 두르고 탄핵 반대를 목놓아 외친다고 해도 이는 이 같은 역사의 흐름에서 본다면 마찬가지로 사그라질 수 밖에 없는 반동에 불과한 게 아닌가 합니다.
새벽이 가장 어둡지만 태양은 밝은 새 아침을 준비하고 있었듯 봄은 어느새 우리 곁에 성큼 와 있었습니다. 역사교과서를 분식하고 개성공단을 폐쇄하고 위안부 역사를 왜곡하고 사드를 배치했지만, 역사의 수레바퀴는 이를 짓부수고 어느새 우리 곁에 와있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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