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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재난을 경험하면서 다져진 미국인들의 안전의식은 그들의 삶 가운데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 그동안 마련된 안전규정들이 피로 쓰여진 결과물이란 것을 잘 아는 까닭에 '안전제일(Safety First)'이란 구호는 이미 자연스러운 인사가 된 지 오래다. 

오늘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안전은 가장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다. 그래서인지 재난의 중심에서 수고하고 헌신하는 소방대원들을 향한 미국인들의 지지와 성원은 부러울 정도로 대단하며, 이는 곧 기부 문화로 이어진다. 

지난 2013년 미국의 대표적인 운송회사 중 하나인 페덱스(FedEx)는 은퇴한 보잉 727 항공기 한 대를 텍사스 주에 위치한 오스틴 소방서(Austin Fire Department)에 기증한 적이 있다. 이 기종은 엔진만 장착하면 다시 비행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당시 평가 금액은 37만 5천 달러로, 우리 돈 4억 3천만 원에 해당한다.  

 오스틴소방서 트래비스 월든 팀장이 페덱스로부터 기증받은 보잉 727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출처 www.myStatesman.com]
오스틴소방서 트래비스 월든 팀장이 페덱스로부터 기증받은 보잉 727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출처 www.myStatesman.com] ⓒ

페덱스는 2014년에도 보잉 727 항공기 한 대를 워싱턴 주에 위치한 스포캔 국제공항소방서(Spokane International Airport Fire Department)에 기증해 소방대원들의 훈련을 지원한 바 있다.

안전한 나라를 만들어 가는 일은 단순히 어느 한 정부부처만의 책임은 아니다. 국가와 지방정부, 기업과 지역사회 구성원 모두가 참여해서 만들어 가는 협업의 성과물이다. 그런 의미에서 소방대원을 향한 기업과 시민들의 기부행렬은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 가는 든든한 시작점이 된다. 

하지만 무조건 기부를 강요할 수만은 없다. 정부 차원에서 기부의 참된 문화를 조성하고, 또 그것을 장려하는 투명한 시스템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미국에서는 오래된 자동차를 소지한 사람이 자동차를 폐차하지 않고 소방서에 훈련용으로 기부하면 세금을 감면해 주는 제도가 있다. 소방대원의 훈련을 지원하는 데 동참하면서도 세금감면이라는 금전적 혜택도 받는 셈이니 이것이 일석이조가 아닌가 싶다.

 브로드뷰 하이츠 소방서(Broadview Heights Fire Department) 소속의 소방대원들이 기증받은 자동차로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출처 브로드뷰 하이츠 소방서 홈페이지]
브로드뷰 하이츠 소방서(Broadview Heights Fire Department) 소속의 소방대원들이 기증받은 자동차로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출처 브로드뷰 하이츠 소방서 홈페이지] ⓒ

이러한 정부의 노력 외에도 이미 많은 업체들이 소방대원들을 예우하고 격려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마련해 두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소방대원 특별 가격할인 프로그램(Special Discounts Program for Firefighters)'이다. 

예를 들면 선글라스 브랜드로 유명한 오클리(OAKLEY)는 소방대원 신분증을 제시하면 최고 50%까지 할인을 해 준다. 디즈니월드, 식당, 의류업체, 호텔, 자동차, 전화, 심지어는 은행 대출에도 소방대원 할인프로그램이 존재한다. 그야말로 소방대원들이 어깨 펴고 다닐 만하다.

 소방대원과 경찰관을 위한 할인프로그램 광고의 한 장면 [사진출처 www.carid.com]
소방대원과 경찰관을 위한 할인프로그램 광고의 한 장면 [사진출처 www.carid.com] ⓒ

소방대원을 위한 미국인들의 통 큰 기부는 나와 너, 그리고 우리 모두의 안전을 위해 더 수고하고 힘써 달라는 응원의 메시지이며, 이 함성은 곧 선한 나비효과로 연결된다.  

우리나라도 몇 년 전부터 여러 기관과 기업들이 소방관 후원행사를 해 오고 있다. 금액의 많고 적음을 떠나 소방관들에게 적지 않은 격려가 되었다는 평가다. 하지만 이마저도 '김영란법(청탁금지법)' 이후 기부활동이 위축됐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대한민국의 안전을 위한 시민과 기업의 기부활동이 위축되거나 멈추지 않도록 정부의 세심한 관심과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


#미국소방이야기#이건 선임소방검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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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출생. Columbia Southern Univ. 산업안전보건학 석사. 주한 미 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소방칼럼니스트. <미국소방 연구보고서>, <이건의 재미있는 미국소방이야기> 저자.

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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