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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대로 반기문이 중도 하차했다. 물론 아직은 변수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차기 대선이 민주세력 간의 경쟁과 협력에 의하여 결정될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높아졌다. 오히려 많은 사람들은 지금 대선 이후를 우려하고 있다. 여전히 모든 사안을 관성적으로 여야 간 권력 게임으로만 간주하는 우리의 정치권은 과연 이 폐허를 나라다운 나라로 다시 세워낼 수 있을 것인가? 촛불은 제도 정치권을 그리고 유력 주자들을 개혁을 실천하는 장으로 계속 이끌어야 한다. 이를 위하여 이 글에서는 우리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해결과제이지만 덜 주목받고 있는 몇 가지 과제를 연속으로 제기하고자 한다. -기자 말

이 와중에도 국정교과서를 강행하는 교육부, 정말 대단하다. 우리를 참으로 의아하게 만드는 사람들은 다름 아닌 교육부 관료들이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사는 사람들이기에 이런 일을 벌이고 있는 것일까? 한 마디로 뼛속까지 구체제 구세력이다. 사드를 강행하는 국방부, 위안부합의를 강변하는 외교부. 모두 마찬가지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서 어떤 잘못된 명령이라도 그저 하수인 노릇에 급급했던 관료들의 행태들이 여실히 드러났다. 상명하복, 그저 권력이 시키는 대로 아니 권력이 바라는 바를 미리 헤아려 입안의 혀처럼 몸을 굽혀 굴신(屈身)하고 곡학아세, 혹세무민하였다.

세월호 참사 당시 전국적으로 들끓던 관피아 비난도 무색하게 이 땅의 관료 집단은 역시 생채기 하나 남기지 않은 채 완승을 거두고 의연하게, 아니 더욱 강화되어 군림하고 있다.

'영혼 없는 공무원 방지법'? 방지 못할걸

최근 공무원법을 개정하여 공무원들이 위법 명령을 거부하는 의무를 신설하려는 이른바 "영혼 없는 공무원 방지법" 움직임도 있다. 또 이번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의 본무대가 되다시피 했던 문체부가 소속 공무원들이 위법한 명령을 거부하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한다는 뉴스도 나왔다.

그러나 그런 제도와 법이 없어서 이 나라의 관료사회가 이렇게 운용되는 것은 전혀 아니다. 이미 공무원이 소신껏 근무할 수 있도록 공무원의 이른바 '철밥통'은 완전하게 보장되고 있다. 흔히 말하는 정치적 중립도 공무원이 준수해야 할 의무가 아니라 헌법 제7조제2항 "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는 규정처럼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이란 명백히 권리의 차원이다. 공무원들에게는 헌법조차도 이렇게 충분히 부당한 명령을 저항하고 거부할 수 있는 조건을 부여하고 있다. 실제 공무원은 일반 회사원처럼 쉽게 자를 수도 없다. 혹시 강제로 해직되어도 소송에서 거의 승소한다.

하지만 교육부와 문체부를 비롯하여 외교부, 국방부 그리고 법관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의 관료, 공무원들은 오로지 승진이 지상목표로 된 승진만능주의와 상명하복 질서에 철저히 젖어 권력에 스스로 굴복하고 추종한다.

관피아 청산의 드높던 함성은 어디로 갔는가?

세월호 참사 당시 전 국민의 공감대를 형성했던 관피아의 문제점은 여전히 유효하며, 기실 오히려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최장집 교수는 현재 촛불정국에서도 우리 사회에서 강력하게 군림하고 있는 "관료행정체제의 비대화와 무능력, 무책임과 비리를 만들어내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들"은 제대로 제시되고 있지 못하며, 이러한 "국가관료 체제에 대해 책임을 묻고 또 그것을 개혁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대선 경쟁 과정에서 드러나는 큰 공백"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떠받치는 관료 시스템

우리 사회의 관료주의의 바탕에는 조선시대를 포함한 전통적인 동양 사회의 전통, 거기에 일제 잔재가 깊숙이 투영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중국 역대의 모든 행정 시스템의 운용은 사실상 관리(官吏) 개개인의 능력 발휘를 제한하는 것을 그 목표로 삼고 있었다. 즉, 관료 선발 제도로서의 과거시험이 철저하게 실천과 유리된 채 오로지 협소한 경전과 사서(史書)의 암송에만 집중됨으로써 개인 능력 발휘를 억제하여 능력을 저하시키는 대신 황제에 대한 무제한적 충성을 요구했으며, 지식의 측면에서도 극히 단편적이고 비창의적인 지식만을 요구했던 것이다. 그리하여 관료제도는 초지일관 황제권력을 옹호 유지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제도로 기능하였다.

지금 우리의 관료 시스템도 제왕적 대통령제를 유지시키는 가장 유효한 기제로서 황제권력을 유지해온 중국 역대 관료제도와 완전히 일맥상통한다.

국회, 진정한 관료개혁의 시각을 지녀야

관료개혁을 위한 중요한 수단은 무엇보다도 (회계)감사원이다. 그러나 현재와 같이 대통령 직속으로 있는 감사원은 전혀 도움이 될 수 없다. 회계감사원이 완전히 독립적인 조직으로 운용되거나 의회에 소속되어 그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여 상시적이고도 구조적으로 감시하고 관리함으로써 비로소 공직사회의 건전한 운용을 기대할 수 있다. 또한 행정부 독주와 관료주의를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정당과 의회 부문에 유능한 다수의 정책전문가 집단이 배치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심각한 관료개혁은 국회가 그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 국회의원들은 국회 내 입법관료들의 검토보고제도에 의하여 사실상 입법권 통제를 당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이를 해결할 아무런 의지나 인식이 전혀 없다. 국회 내 입법관료를 바라보는 이러한 시각과 자세가 변하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의 심각한 관료주의 문제의 해결을 국회에 기대한다는 것은 한 마디로 연목구어다. 국회는 관료개혁의 중요성을 명심하고 이의 해결을 위하여 최선을 다해야 한다.

공직사회의 '하나회', 해체되어야 한다

5급 공채로 이름이 바뀐 고시제도는 공무원을 기피하던 이전 시기에 우수 인력 채용의 유인책으로 도입된 제도로서 현재와 같이 공무원이 최고의 인기직종으로 되어 모든 우수인력이 몰려드는 상황에 이미 시대적 효용을 다했다. 특히 이들 '고시' 출신들은 관료집단의 최상층에 군림하면서 이전 전두환 시대의 군내 '하나회'처럼 공직 사회에서 기수문화에 의한 막강한 영향력 행사 등의 부작용을 초래해 왔다.

그러므로 최근 제1야당에서 5급 공채 폐지 방안을 제시한 것은 바람직하다. 현재의 '구체제' 공직 시스템의 핵심 세력은 반드시 개혁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재 직업 공무원들이 독점하는 고위공무원직을 모두 개방직으로 전환하여 3급 이상 고위 관료군의 문호를 모든 국민에게 개방해야 한다. 이는 유능한 인재의 채용의 길이며, 동시에 영혼 없는 관료의 방지를 위한 실질적 방안이기도 하다.

또한 시험에 의한 전일적 채용과 1급에서 9급까지의 단일색 구조를 탈피하여 다양한 존재방식과 다층적인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9급 시스템으로 짜여진 우리 공무원 제도는 좁고 짧은 단일한 경로에서 모든 구성원이 오로지 승진만을 추구하는 단일화조직으로 쉽게 전락한다. 예를 들어, 미국은 일반직 공무원(GS; General Schedule)은 18등급, 고위직 공무원(ES: Executive Schedule)은 5등급이다. 우리 조선시대에서도 정9품 종9품 제도로 모두 18등급이 있었다.

관료개혁, 한국 사회 개혁의 시금석이다.



#관피아#국회#감사원#영혼없는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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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학 박사, 국회도서관 조사관으로 근무하였고, 그간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 등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해왔다. <이상한 영어 사전>,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 <논어>, <도덕경>, <광주백서>, <사마천 사기 56>등 여러 권의 책을 펴냈다. 시민이 만들어가는 민주주의 그리고 오늘의 심각한 기후위기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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