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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주연

ⓒ 배주연

ⓒ 배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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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 12월 29일에 순천 송광사에서 40여 년 전에 도둑맞은 <오불도>의 귀향을 축하하는 봉안식이 열렸다.

송광사에 보관 중이던 18세기 탱화 <오불도>는 누군가의 손에 이끌려 서울 인사동의 골동품점에 끌려갔고, 이후 미술교사인 미국인에게 입양되어 미국으로 건너갔다. 그리고 오랜동안 양부모와 살다가 어찌어찌하여 박물관에 맡기면서 한국 문화대청이 유괴된 것을 알고 협상하여 본가로 귀가할 수 있었다.

사진 속에서 스님들께서 절을 한 대상은, 그 앞에서 뻔뻔하게 절 받으며(?) 사진을 찍던 내가 아니라, 그림 속 다섯 명의 부처다.

소싯적에 읽었던 불교 관련 책들에서 느낀 바는 바로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싯가르타도 사람이었으나 깨달음을 얻어 부처가 되었다.

그런데 그날 현장에서 어떤 스님 한 분께서 사진을 찍기 위해 안쪽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어딜 들어오냐"며 꾸짖으셨다. 그때 그분께서 흡사 내 위에 군림해 스스로 미천한 존재라는 느낌을 받게 만들었다. 참고로 그 분은 주지스님도 아니셨다. 물론 주지스님이라고 할 지라도 나로서는 기분이 나빴을 것이다. 어쩌면 그만한 덕을 갖지 못해 당시 이름을 불리지 못한 것인지도...

그래서 생각한 바는, 그 스님께서 그림 속 부처를 공경하는 마음으로 여러 번 절을 했듯이, 이 미혹한 중생을 위해서도 그리 하셨으면 좋았을 거라는 것이다. 그리하였다면, 그 스님의 인품에 감명받아 불교에 대해 더욱 호의적이 되었을 것이고, 스님들을 공경하는 마음이 더 생겼을 것이다.

싯다르타는 부처를 공경하는 마음으로 사람을, 만물을 대하기를 바라셨을 것이고, 그리 가르치셨을 거라 믿는다. 하지만 이 세상 사람들 중에는 그 스님의 경우처럼 나이, 성별, 위치 등에 따라 차별하는 마음을 갖기도 한다. 그래서 갈등이 생긴다.

방송사가 아닌 신문사이고, 전국 신문지가 아닌 지방의 신문이며, 일간지가 아닌 격주간지여서, 그리고 카메라가 아닌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는다는 이유로 무시당한 것은 그때가 처음은 아니었다. 그런데 그때마다 내가 속으로 외친 것은 '기자이면 기자이지 왜 차별하느냐?'라는 말이었다. 마찬가지로 사람이면 사람일 뿐이다.

사진을 정리하다가 <오불도>를 보고 당시 기억이 떠올라 적어본다. 불일암에서 수행하고, 그곳의 사랑하던 후박나무 옆에 육신의 마지막을 마무리하고 동반한 법정스님이 떠오른다. 살다간 앞모습이 아름다운 이는 떠난 뒷모습도 아름답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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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어로 '좋아할, 호', '낭만, 랑', 사람을 뜻하는 접미사 '이'를 써서 호랑이. 호랑이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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