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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오늘 어머니가 계셨던 요양병원 앞을 지나왔다. 어머니 담당 주치의였던 과장님과 통화를 했다. 안부와 감사를 전했다. 어머니에 대한 추억이 떠올랐다. 소파에 앉으셔서 좋아하셨던 홍시를 숟가락으로 드셨던 일, 요구르트를 순식간에 빨아 드셨던 일, 어머니에게 기대 누워있던 강아지의 심장에 손을 대고 있으셨던 일, 집을 나가시거나 엉뚱한 행동을 하실까 봐 메모로 대화했던 일, 요양병원에 휠체어를 타고 들어가셨던 순간부터 바나나를 드렸던 기억, 작은 욕창이 난 부분에 약을 발라드렸던 일, 조목조목 생생하게 기억이 났다. 미소가 지어졌다. 그리고 요즘 내가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있다.

"어머니 그만 잊으세요. 건강에 해로워요"
"어머니 그만 놓아 드리세요. 천국 가셨잖아요."
"치매 어머니 잘 모셔드렸잖아요. 아쉬운 맘 내려놓으세요."

다 알고 있고, 그렇게 하려고 하고 있다. 그런데 그것이 쉽지 않다. 특별한 추억이 많고, 어머니의 헌신적 사랑이 깊었던 나에게는 어려운 일이었다. 어머니와 함께했던 음식을 볼 때, 어머니와 함께 걸었던 길을 갈 때, 어머니의 흔적이 담긴 그릇인 물품을 볼 때 간간이 어머니 생각이 난다. 어머니의 미소 담긴 사진을 보면서 혼잣말로 말했다.

"어머니 고마워요. 어머니의 소원과 기도, 하나도 땅에 떨어지지 않을 거예요."
"어머니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어머니 보고 싶네요."

 어머니와 메모로 말했던 추억사진
어머니와 메모로 말했던 추억사진 ⓒ 나관호

어머니가 곁에 계심을 느끼며, 추억을 먹으며 살아가는 것이 행복하다. 기억에 감동이 전해지면 추억이 된다. 오히려 좋은 기억은 정신 건강에 유익하다. 어머니를 생각하는 행복한 추억을 잘 간직하고, 전하고, 나누고 싶다. 좋은 추억은 분명 행복과 감동, 웃음과 기쁨, 삶의 에너지를 만들어 낸다. 어머니를 그만 잊으라 말하지 말고, 어머니와의 좋은 추억 속에서 행복을 누리라는 말을 듣고 싶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추억이라고 해도 어머니를 대신 할 것은 그 어떤 것도 없다.

어머니에게 용돈을 드리면 허리춤에 숨겨 두셨다가 나에게, 매제의 손을 잡으며 누가 볼까 봐 몰래(?) 돈을 주듯이 몇 번이나 접어둔 지폐를 주시고 했다. 어머니에게 기쁨을 드리기 위해 감사히 받았다. 어머니는 어찌나 가뻐하셨는지... 그 돈으로 맛있는 것을 사 먹곤 했다. 그리고 또다시 더 보태진 용돈이 어머니에게로 돌아갔다가 나에게 돌아온다. 어머니는 그런 행복을 누리며 사셨다. 재미있는 추억이다. 이런 추억이라면 영원히 행복을 누리지 않겠는가.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사셨던 어머니의 그런 추억들 속에서 교훈과 사랑, 행복과 기쁨을 마음에 담아 놓는다. 그리고 어린 시절부터 나의 불찰로 내가 다니던 학교에 한번도 와보시지 못하셨던 어머니에게 대학원 졸업식에서 가운을 입혀 드렸다. 자식 사랑과 이웃 사랑에 대한 '삶의 대학' 학위식을 올려드렸다. 참 기뻐하셨다. 어머니에게 '자식 사랑 박사 학위'를 드려야 하는데... 손녀들을 키워주셨던 어머니의 그 큰사랑도 잊지 못할 추억이다. 맞벌이 시절이라 딸들을 위한 사랑의 손길은 황금 같았다.

미안한 마음만 남았지만... 사랑합니다, 어머니

 대학원 졸업식에서 어머니에게 드린 자식사랑 학위식
대학원 졸업식에서 어머니에게 드린 자식사랑 학위식 ⓒ 나관호

어머니를 생각하면 아름다운 기억들뿐이다. 그러나 나를 생각하면 부족하고, 미안하고, 죄송스런 생각만 난다.

'그때 조금만 더 잘해 드릴 것을.'
'그때 서운해하셨을 거야.'
'어머니의 기쁨을 빼앗은 것은 아니었을까?.'
'내가 잘못 선택해 아픔을 드린 거야.'

어머니의 치아가 상해 일부 틀니를 하셨다가, 전체 틀니로 바꿔드렸다. 그러다 보니 입천장으로 느끼는 맛을 느끼지 못하셨다. 고기를 좋아하셨지만 정작 맛을 잘 못 느끼시고 깨무는 일만 하셨다. 그런데 어느 날 답답하셨는지 손으로 틀니를 자꾸 꺼내시곤 하셨다. 그래서 주무시다가 잘못하며 기도가 막힐까 봐 틀니 없이 지내시게 했고 죽을 드렸다. 이런저런 생각들 속에서 어머니를 다시 기억해 본다.

"어머니 사랑합니다."

덧붙이는 글 | 나관호는 '크리스천커뮤니케이션연구소' 소장, 칼럼니스트이며 북컨설턴트로 서평을 쓰고 있다. <나관호의 삶의 응원가>운영자로 세상에 응원가를 부르고 있으며, 따뜻한 글을 통해 희망과 행복을 전하고 있다. 또한 역사신학과 커뮤니케이션 이론을 강의하고 있으며, ‘자기계발 동기부여’ 강사로 기업문화를 밝게 만들고 있다. 심리치료 상담과 NLP 상담(미국 NEW NLP 협회 화원)을 통해 사람들을 돕고 있는 목사이기도 하다.



#치매 어머니#좋은 추억#행복 메모#나관호#어머니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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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제이 발행인, 칼럼니스트다. 치매어머니 모신 경험으로 치매가족을 위로하고 있다. 크리스천커뮤니케이션연구소 소장이다. 기윤실 선정 '한국 200대 강사'로 '생각과 말의 힘'에 대해 가르치는 '자기계발 동기부여' 강사, 역사신학 및 대중문화 연구교수이며 심리치료 상담으로 사람들을 돕고 있는 교수목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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