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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양 상동면 고정마을 앞에 걸린 펼침막.
 밀양 상동면 고정마을 앞에 걸린 펼침막.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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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열하고 파렴치한 한전의 765송전탑에 우리 고향은 죽어갑니다."

밀양 상동면 고정마을 앞에 걸린 펼침막이다. 이는 765kV 송전탑이 자택과 돈사 곁으로 지나게 되자 괴로워하며 2013년 12월 2일, 음독했던 고 유한숙(당시 74세)씨의 유족들이 내건 것이다.

유족들은 "한전 조환익 사장은 약속대로 정당한 보상하라", "성과급, 배당금 잔치하며 약속한 765송전탑 피해보상 안하는 '양심 없는 한전'을 규탄한다"고 쓴 팻말도 세워 놓았다.

고 유한숙씨는 음독한 뒤 나흘만에 숨을 거두고 말았다. 유족과 '밀양765kV 송전탑반대대책위'는 '송전탑 공사 중단'과 '사인 규명', '책임자 사과' 등을 요구했고, 320일만인 2014년 10월 23일 장례를 치렀다.

당시 대책위는 "정부와 한전의 명분 없는 공사 강행과 잘못된 전력정책으로 생겨난 불행하고도 억울한 죽음에 대해, 밀양 송전탑 경과지 주민들은 비통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고 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공사는 신고리원자력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을 경남 창녕에 있는 북경남변전소까지 가져가기 위해 '765kV 송전선로' 공사를 벌였고, 현재 마무리 한 상태다.

밀양 사람들은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며 오랫동안 투쟁했다. 이 과정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이 생겨났던 것이다. 밀양 주민들은 송전탑 찬성과 반대로 나뉘었고, 이로 인해 공동체는 파괴되었으며, 그 후유증은 아직 이어지고 있다.

고 유한숙씨의 장남 동환(49)씨를 비롯한 유족들은 한전이 했던 약속이 다 지켜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유동환씨는 "아버지 장례를 치르기 전에 당시 한국전력 사장을 만났다. 사장은 조문을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았다"고 말했다.

유동환씨는 4일부터 전남 나주에 있는 한전 앞에서 1인시위를 벌인다. 5일 한전에서 국회 국정감사가 열릴 예정이다. 유씨는 국정감사에 맞춰 한국전력 앞에서 1인시위를 벌이기로 한 것이다.

유씨는 전화통화에서 "아버지께서 그렇게 돌아가시고 나서 많이 힘들었다. 저뿐만 아니라 다른 가족들도 그랬다"며 "한전 국정감사에 맞춰 나주로 가서 1인시위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전력이 구체적인 내역을 밝히지 않았지만 보상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유동환씨는 "보상도 제대로 되지 않았고, 송전탑 때문에 마을 공동체가 파괴되면서 고향이 죽어가고 있다"며 "피해 주민 한 사람으로서 가만히 있을 수 없어 나서게 되었다"고 말했다.

유씨의 활동은 대책위와 관계 없이 진행 된다. 그는 "대책위에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장례를 치르고 나서 대책위에 참여하지 않고 지내 왔다"며 "누군가는 나서야 할 것 같아, 한전 국정감사에 맞춰 1인시위를 벌이게 되었다"고 밝혔다.

유동환씨는 "최근 보도를 보니까 한전은 직원들이 성과급과 배당금 잔치를 했더라. 그러면서 송전탑 공사는 다 했다"며 "그런 한국전력의 태도가 부당하다는 것을 지적하려고 한다"고 했다.

 밀양 송전탑 공사에 반대하며 음독 자살했던 고 유한숙씨의 유가족들은 밀양 상동면 고정마을 앞에 한국전력공사를 비난하는 팻말을 세워 놓았다.
 밀양 송전탑 공사에 반대하며 음독 자살했던 고 유한숙씨의 유가족들은 밀양 상동면 고정마을 앞에 한국전력공사를 비난하는 팻말을 세워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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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공사#밀양 송전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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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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